가장 인간적인 글쓰기(AI는 작가가 될 수 없는 이유)
- 리퍼블릭 편집부
- 4월 24일
- 2분 분량

AI 때문에 나날이 기함하는 시대. A가 대본 작성과 홈페이지 제작, 심지어 영화까지 만드는 시대이니 누가 글쓰기를 위해 한글 프로그램 켜놓고 깜박거리는 커서 앞에서 망설일까, 싶다. 듣자 하니 대학생들은 강의실에서 휴대폰으로 녹음만 한다던데, 챗지피티를 시켜 레포트를 작성하려면 녹취록이 필요해서.
한글 커서 대신 프롬프트 앞에서 어떤 명령어를 넣을까 고민하는 게 더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는 작금에도 새 책은 나날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서툴다지만 거의 모든 걸 자동화한다던 AI 시대의 능력이라면 당연히 AI가 쓴 책도 쏟아져야 할 테고, 그런 책 일부는 베스트셀러에 올라야 할 텐데 아직 그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왜일까.
지금이야 AI라는 낯선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하는 초기라, AI가 만든 합성 영상이나 자동 대본 같은 것에 탄성을 지를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 숏츠에 난무하는 합성 영상도 며칠만 보면 금방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눈이 적응되었기 때문이다. AI가 가장 잘하는 영상이 그럴 텐데, 글은 어떨까?
AI가 쓴 글은 누가 봐도 티가 난다. 문장력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글은 참 잘 쓰는데 AI가 썼구나’라고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글은 아이러니하게도 설득력과 흡입력이 없다. 더 많은 지식을, 더 함축적으로 전달해서 글로 써주는데도 그렇다. 왜 그럴까. 그건 책이 무엇보다 ‘인간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책으로 독자와 만나는 글은,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탁월한 학술적 글이 아닌 다음에야, 남에게 주관을 메시지로 전달하고 이를 설득해야 하는 작가 입장에서, AI는 말 그대로 훌륭한 비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결국 글은 사람이 써야 한다.
그래서 AI도 사람 흉내를 낸다. 프롬프트 창에 질문만 하면 수많은 질문에 마치 따듯한 조언자, 내지는 똑똑한 비서처럼 답해주는 AI는 그러나 약간의 맥락만 어긋나면 알츠하이머 환자처럼 이전에 말했던 내용을 잊거나 번복하고 생전 처음 듣는 얘기라는 듯 어리둥절해한다. 그럴 때 느끼는 배신감이란...
나에게 필요한 게 ‘지식’과 ‘정보’라면 그는 충직한 비서가 맞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어떤 것이 가치가 있고, 그것이 내 인생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AI는 답을 하지 않는다. 어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결국은 어떤 본질을 건드리게 마련인데, AI는 그 모든 질문에 답하다가도 본질적 질문 앞에서는 ‘그건 네가 생각해볼 문제야, 라고 몸을 뺀다.
AI에 심하게 의존하는 건 결국 생각 자체를 인공지능에게 위임하고 싶다는 뜻이다. 뇌를 꺼내서 AI에게 나 대신 살게 할 수는 없으니(앞으로는 그것도 가능하려나?), 지금은 당장 너무나도 편리해도 내 생각만큼은, 내가 쓰는 글만큼은 그에게 의존할 수 없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사람냄새가 나야 하는 창작물(시각영상, 디자인 등)은 기술적으로 AI 덕분에 더 나아질 테지만, 결국 그 또한 가치의 차별화는 결국 사람의 가슴과 머리에서 나올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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