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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출판에 대한 착각, 책이 안 팔린다고?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5월 19일
  • 2분 분량


어느 영국의 유명 광고 디렉터가 그런 말을 했다. 돈은 수단이지 철학이 아니라고. 나는 무릎을 치면서 멋진 말이라고 감탄했지만 5초 후에 속으로 반박했다. 전업작가에게 글은 생계수단이지 사색 거리는 아니라고. 아무리 멋진 말도 만고불변의 진리를 담지 않는 한 각자의 진실 앞에서는 튕겨져 나갈 잔소리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당신같은 디렉터만 있는 게 아니라고, 대한민국에만도 얼마나 많은 대필작가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대필작가가 단어를 돈으로 본다는 뜻은 아니다. 자기 일이 돈으로 환산된다는 걸 이해한다는 것은 가치에 대한 기준을 갖고 일한다는 뜻이다. 대필작가에게는 일의 보람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는 지금도 글 편집에 대해서는 최소한 앞으로 10년 정도는 AI에게 따라잡히지 않을 수 있겠다는 모종의 자신감이 있다.(솔직히 10년 이후에는 잘 모르겠다. 전업작가보다 AI가 글을 잘 쓰지 못할 이유가 없긴 하다.)




셀프칭찬도 10년 정도 하면 전혀 민망하지 않다.

 

사람들은 자비출판은 책이 안 팔린다고 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독자라고 해서 덜 만만한 소비자는 아니다. 지갑을 열고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니즈는 엄격하다. 내가 낸 돈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게 해줘! 한데 ‘어떤 의도’가 있어서 책을 내려는 사람이, 독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철저히 설계된 상품으로써 출판을 준비하는 대형 출판사들의 책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브랜드도, 지명도도, 경험도 없는 사람이 자비출판으로 첫 타석 홈런을 치겠다는 건 인생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는 증거다.

 

그래서 예술은 할 수 있지 않나. 요즘 애들은 맛집에 가면 ‘맛이 섹시하다’고 하던데 꼭 책이 왕창 팔려서 베스트셀러가 안 되더라도(되면 더 좋지만), 내 책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그리고 그 가치를 소수의 독자가 인정하고 지지해준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원고를 쓰는 사람의 마음이란 물론, 내가 공들여 오랫동안 준비해온 책을 돈까지 주면서 자비출판 하는데 당연히 잘 되야지! 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 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책이란 모름지기 글만 잘 썼다고 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잘 만든 책이 되려면 기획부터 편집, 조판과 디자인, 인쇄까지 신경써야 할 것들이 부지기수다. ‘글을 잘 썼는데 왜 책이 성공 못해!’라는 식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문제다.

 

핵심은 자비출판에 관한 기대치다. 돈을 낸 출판이라고 해서 “무조건 베스트셀러야!”하고 기대가 너무 높으면 반드시 실망을 할 테고, 내가 쓴 글이 하나의 예술품처럼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대 이상의 흡족한 결과물을 얻게 된다. 단순히 돈을 내고 책을 서점에 낸다, 라고 생각하면 편집자와의 대화가 스트레스지만, 하나의 예술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문 편집자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한다, 라고 생각하면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이 된다.

 

이도 저도 싫고 그냥 내 마음대로나 하고 싶다, 면 POD 출판도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직접 편집해보면 알겠지만 책 편집이 정말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에 항복하고 작업이 엎어질 확률도 매우 높다. 시행착오와 기회비용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자비출판이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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