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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대필작가는 인터뷰를 어떻게 할까?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4월 15일
  • 2분 분량



언제부터인가 출장 가는 길이 여행가는 기분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40대가 넘으면서

일 때문에라도 먼 거리를 오는 경험이 드물다 보니 그런 듯하다.

오늘은 경기도 화성...

대필작가라는 직업은 찾는 사람이 찾아야

 ‘발견되는’ 입장이다보니,

호출받을 때는 기분이 은근히 좋다.

 ‘아, 여전히 나를 찾는 사람이 있네.’

드물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비교적 비싼 몸값을 말해야 하는 입장.

그러므로 이 직업의 어려움과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

대필에서 출간까지 책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이런저런 토를 달지 않는다.

대체로, 출판은 잘 모르더라도 인생에서 뭐가

가장 중요한지를 균형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유형의 인물들.

 

스타벅스에서 1시간 남짓한 탐색 인터뷰를 했다.

소음이 강해서 녹음이 안 될 거라는 이미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숨은 요구를 읽어내는 것.

“뭐하러 2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오세요. 줌으로 하자고 했는데...”

그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1시간 인터뷰를 위해 왕복 4시간을

투자하는 건 대필작가에겐 그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자서전대필처럼

 누군가의 생애와 업적을 읽어내야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저는 오늘 대표님 마음을 스캔해서 갑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오늘의 성과를 인터뷰이에게 자랑했다.

한 달에 2억을 번다고 내심 자랑하시며 내가 부러워해주길

내심 바라는 눈치였지만,

이미 돈이 많기로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분들을 하도 많이 만나서인지,

월에 ‘억’ 정도로 ‘헉’ 하는 지경은 지났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인터뷰가

더 호락호락하지는 않은데,

대필작가인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성실한 인터뷰이인가, 아닌가이다.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

“적당히 써주세요”라고 어차피

자서전대필 글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의뢰인이 실은 세상에서 제일 까다롭다.

적어도 대필출판에서모르는 건 약이 아니라 독이다.

무식이 상전이라 기껏 쓴 원고를

‘싹 다 갈아 엎어달라’는 말을 마치 유행가 가사처럼

 읊조리는 의뢰인도

가뭄에 콩 나듯하긴 하지만 없지는 않다.



대체로, 출판 경험이 없더라도

원래 일을 잘하는 사람은 책 출판의 과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그에 따라 결과물도 좋다.

반면 자기중심의 욕심을 중심에 두고

돈을 냈으니 마법이라도 부려달라고,

아이처럼 떼를 쓰는 졸부들은 과정도

괴롭고 결과물은 거의 토사물 수준이다.

이런 의뢰인은 안 만나고 싶은데,

문제는 이런 사람을 필터링할 방법이

없다는 것. 사람 좋은 것과 일을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

이런 의뢰인을 만날 때마다

돈과 시간을 잃으며 고생하는 나를 안쓰럽게

본 아내가 결국 한 마디를 했다.

“그러니까 여초 조직은 회사든 기관이든 맡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여초 조직이라,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보며

 진상 의뢰인을 걸러내는

꽤 심플하고 명쾌한 기준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뿐이다. 세상에 고객을 걸러서

받는 직업은 몇 안 될 것이고,

대필작가는 거기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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