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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출판사 선택을 잘못했을 때..(경험담 공유)

리퍼블릭 편집부

몇 년 전, 나의 첫 자서전을 준비할 때는 모든 게 막막했다.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에 조언을 구하다 보니, 출판사의 종류와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의 자서전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될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고민은 더 깊어졌다. 그때 내가 마주했던 출판사의 종류와 그 과정들을 되짚어보자면, 여러 기억들이 떠오른다.



전통 출판사: 완벽한 꿈이지만, 높은 문턱

처음엔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나 역시 전통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유명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내 이야기가 전국 서점에 깔리는 것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수십 군데의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돌아온 건 정중한 거절 메일이었다.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답변은 내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그러다 운 좋게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출간 논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내가 주도권을 잃은 기분이었다. 출판사는 내 이야기를 상업적인 방향으로 바꾸길 원했고, 결국 내 원고는 초반 계획과는 많이 달라졌다.

결과적으로 전통 출판사는 나에게 높은 문턱과 같았다. 그 문턱을 넘으면 모든 걸 맡기고 편하게 출판할 수 있었지만, 저자로서의 자율성은 다소 포기해야 했다. 다행히도 모든 비용은 출판사에서 부담했고, 나는 인세를 받을 수 있었다. 책이 나오고 나니 마음이 놓였지만, “이게 정말 내 이야기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자비출판사: 나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결국, 나는 다시 원고를 수정해 자비출판을 시도했다. 자비출판은 저자에게 꿈의 자유를 준다. 내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나는 자비출판 대행사를 찾아가 계약을 체결했고, 그때부터는 모든 걸 내가 주도했다. 디자인부터 편집까지 세세하게 의견을 내면서 진행했다. 책 표지를 고를 때는 거의 2주간을 고민했다. 결국 내 첫 자서전은 내가 원했던 대로 완성되었고, 출간되는 순간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자비출판은 말 그대로 자비가 든다. 기획부터 인쇄까지 거의 800만 원 정도가 들었고, 심지어 마케팅도 내 돈으로 진행해야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었지만, 판매 수익이 전부 내 것이었기에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책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 내가 전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점이 큰 장점이었다.

반기획출판사: 협력의 묘미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반기획출판을 시도해보았다. 반기획출판은 전통 출판과 자비출판의 중간쯤 되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출판사에서 일부 비용을 부담하고 나도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형태였는데, 덕분에 나는 어느 정도의 통제력을 유지하면서도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첫 미팅에서 출판사 담당자는 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줬고, "이 부분은 좀 더 흥미롭게 풀어볼까요?"라며 나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예산도 이전보다 훨씬 합리적이었다. 약 300만 원 정도를 내가 부담했고, 출판사가 나머지 부분을 맡았다. 인쇄비도 출판사에서 일부 부담해줘서 처음보다 경제적 부담이 확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출판사와의 의견 충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미팅을 거듭하며 협상을 해야 했지만, 서로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방식을 통해 또 하나의 자서전을 출간할 수 있었다.

자가출판 플랫폼: 나 혼자 다 해본다

몇 번의 출판 경험이 쌓이자, 나는 점점 더 도전 정신이 생겼다. 그래서 자가출판 플랫폼에 도전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으고, PDF 파일을 만들어 온라인 자가출판 플랫폼에 직접 업로드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를 따로 고용해 책 표지와 본문 레이아웃을 맡겼다. 디자인 비용은 약 100만 원이 들었지만, 그 외에는 거의 모든 과정을 내가 직접 할 수 있었다.

자가출판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자율성이었다. 모든 것이 내 손에 달려 있었고, 책이 완성되기까지의 속도도 내가 결정할 수 있었다. 비용적으로도 가장 경제적이었다. 주문형 인쇄(POD)를 사용해 소량 인쇄했기 때문에 초기 비용은 낮았지만, 단가가 조금 높았던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대신 전자책으로도 쉽게 변환할 수 있어, 내 자서전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걸 지켜보는 것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출판 경험에서 얻은 교훈

이렇게 네 가지 방식의 출판을 모두 경험하고 나니, 자서전을 출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출판 방식을 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통 출판사는 대중적 성공을 원할 때 좋았고, 자비출판은 나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을 수 있었다. 반기획출판은 협력의 즐거움을, 자가출판은 자유와 경제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지금도 나는 어떤 방식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사람마다 원하는 방향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서전을 쓴다는 것이 결국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출판사 선택에 있어서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을 고민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작은 시행착오들은, 나만의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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