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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대필작가를 쓰면 효과 있을까?

리퍼블릭 편집부

엊그제 한 분의 문의 전화가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미 다 준비가 되었고, 이제 출판만 하면 되니 대필작가를 붙여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분이 알려준 블로그에 들어가서 써두었다는 원고를 살펴봤습니다. 예상한 대로 메모와 일기로 구성된 80여개의 포스팅은, 책을 쓰기 위함이 아닌 지난 날의 삶의 충실한 기록이었습니다. 이 글 자체의 모음이 곧 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건 이 분만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자서전 대필작가를 찾는 분들은 대필작가가 원고를 '약간만' 다듬으면 출판 원고가 될 수 있다고 믿거나, 혹은 대필작가가 글을 자판기처럼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필작가는 글만 쓰면 땡? 물론 출판을 위한 출판이라면야, 그것도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기획출판을 하는 입장이라면 글을 콘텐츠로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검토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획과 샘플원고, 가목차 등을 잡는 과정은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건축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집은 뼈대를 올리고 콘크리트만 부으면 끝나는 거 아니냐고 하는 것처럼, 책을 모르는 누군가가 글은 적당히 분량을 채워서 인쇄를 하면 책이 뚝딱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굳이 이렇게 출판할 건데 대필작가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기획출판, 내지는 자서전 대필작가를 붙인다는 건 책이 나오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판매가 일어나도록 이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려면 이 저자가 지닌 콘텐츠 파워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시장성이 있는 영역인지를 탐색한 뒤에, 저자의 니즈출판 시장성이라는 포지션을 신중하게 정해서, 진행을 해야만 저자도 만족하고 판매 결과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대필작가의 삶은 '빵굽는 타자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자서전 대필작가를 써서 효과를 내려면 단순히 내 글을 대신 써주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내 글을 기획하고, 의미 있게 엮어서 이것이 독자가 목말라하는 주제로 이어지도록, 즉, 글이 콘텐츠가 되도록 하는 과정이야말로 자서전 대필작가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대필작가는 단순히 작가일 뿐만 아니라 감독이고 편집자고, 무엇보다 예술감독 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만약 지금 자서전 대필출판을 생각하고 있는데 대필작가를 써서 기획출판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단순하 작가비가 얼마인지, 전체 비용을 더 저렴하게 할 수 없는지를 고민하실 게 아니라 (결국 출판은 인쇄 실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자신의 의도를 더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필작가를 찾고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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