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사업을 하는 친구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글도 전혀 써본 적이 없고,
책을 내본 적 없는 자기 같은 사람이 보기에
한 권의 책이 나오고 마케팅을 하는
전 과정은 대행해줄 수 있는 건 대단한 것이라고.
그때는 막상 출판사를 운영했던
제 스스로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사업을 벌였으니 하는 것이고,
주어진 일이니 헤쳐나갈 뿐이라는 심심한
답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출판사를 열고 그동안
100여 권의 책을 내는 과정에서
여러 의뢰인을 만나면서,
이 과정이 보통 일이 아님을 뒤늦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여러 사람에게
호응을 얻어야 하는..
단순한 상품기획이라고 보기에 출판은, 그 내용의
특성상 작가의 혼이 담긴 글로 살아있는
'생물'이 되기에 저희 입장에서는
한 명의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고도 표현을 합니다.

아마도, 책 대필이든 출간의뢰를 주시는 분들께서도, 이런 엄청난 작업임을 알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저희에게 집필이나 제작 의뢰를 맡기는 것이겠죠. 때로는 디지털의 한없는 존재의 가벼움 때문에 단순히 전화 몇 통과 메신저 대화로 책 만드는 일이 '단순 견적 비교'로 취급되는 순간들이 있지만, 대체로 저희에게 의뢰해 주시는 분들은 이런 제작의 가치를 알기에 기꺼이 출판사로 찾아와서 상담을 받곤 하십니다.
책집필을 의뢰하는 의뢰자나, 그 의뢰를 구체화하는 출판사나 모두가 인정해야 할 것은, 결국 이 모든 일은 '일을 수월하게' 하자고 벌이는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작가는 책 한 권을 잘 쓰자고 평생을 머리를 쥐어뜯는데, 우리는 4개월 안에 1년에 1000권 이상 팔리는 책을 만드는 일을 시스템으로 하는 업이다보니, 경영학에서 흔히 말하는 '규모의 경제'가 전혀 통하지 않는 비즈니스입니다.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날 뿐이고, 이 과정에서 누구를 만나서 '좋은 인연'을 만들 것이냐의 문제로 치환됩니다. 그럼 그게 과연 가능하냐, 라고 물었을 때 지난 수년 간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그게 가능하네요'라는 답변으로 바꿔왔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현재는 여기에 더해 책 출간으로 오프라인 출간기념회와 아마존 출간까지를 동시에 모색하는, 누가봐도 다소 무모한 분야로의 확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래왔듯, 이번에도 고생 끝에 이 모든 일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걸 저희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은 편집자와 저자의 만남이기도 합니다.
일부 저자 분은 협상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출판사를 '을'로 다루기도 하지만, 경험해보면 알게 되듯 출판은 편집자와 저자가 백지장을 만들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협업의 과정'이지요. 그러니 편집자가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해서 글로 이끌어내듯 저자 역시 편집자의 의도를 헤아려 편집물의 완성을 거들어야 비로소 한 프로세스가 끝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출판대행이라는 것이 '결혼중개업'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결혼(출판)을 위해 연애를 하고 때로 이별을 하면서 그 중 몇 쌍이 결혼을 하듯, 책을 만드는 일도 저자와 연애를 하면서 좋은 책을 만들기까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분야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드리고 싶은 말은 자비출판이든, 기획출판이든, 반기획출판이든, 결국 '사람'을 잘 만나야 끝이 좋다는 뜻이죠. 결코 단순한 제작 견적이나 얼마나 서비스를 잘 해주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부터 출판사 대표로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저희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저자들만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글 https://blog.naver.com/r2publik/223172575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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