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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자서전 목적은 출판기념회가 아니다?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2일 전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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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출판기념회의 계절입니다. ‘천고마비’는 1년 중 책 판매량이 저조한 가을을 만회하기 위한 출판업계의 마케팅 용어이지만 사람들이 이 시기에 출판을 하려는 이유는 아무래도 ‘결실의 계절’이라는 상징성 때문이겠지요.

업데이트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은 한 개인이 어느 날 슈퍼스타가 되는 것도, 슈퍼스타가 어느 날 한 순간에 땅밑으로 꺼지는 것도 가능한 변화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하물며 30여 년을 정치 일선에 몸담으며 4선까지 한 국회의원이라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세 번의 탄핵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지나며 굴곡진 정치 활동을 하는 동안 온갖 사건들을 겪은 이 사람은 그러나, 세월의 격랑에 휩쓸려 점점 잊혀가는 과거의 기억을 붙잡기 위해 애를 씁니다.

 

유명하지 않아도, 목표 없어도 책을 내는 이유

다름 아닌 최근 작업 중인 한 중진 정치인의 책 대필 이야기입니다. 정치인 자서전이라면 출판기념회를 목적으로 ‘의도’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A 의장님은 남들이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며 분주히 대필 작가를 구하거나, 출판사를 구할 때 차분하게 자신의 지난 정치 일정을 성찰하며 책 출판을 준비해 온 중견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팔순이 넘은 요즘은 현직에서 물러난 지 오래입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선생님’이라고 부르기엔 이 분이 지난 30여년 간 해온 일이 너무나도 많더군요. 어떤 자리를 맡고 있는 건 아니라도 뒤에서 묵묵히 경험과 지혜를 조언하는 일도 ‘정치’의 영역에 해당한다면 그는 여전히 ‘정치인’처럼 보였습니다.

A의 프로필을 보면 친박연대부터 교직원공제회 등 굵직한 단체를 창단하거나 장을 맡은 이력이 눈에 띄는데 그가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권력욕으로 정치를 했던 적이 없다보니 A는 왠지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만한 경험과 이력을 가진 이가 흔히 가질 법한 거들먹거림이나, 은근히 뻐기는 태도가 없이 동네 할아버지 같은 소박함으로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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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정치적 신념은 그게 좌든 우든, 그 포지션만으로 비난이나 편견을 얻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A는 자신의 과거에 관해 말할 때, 일부 나이든 우파 정치인과 달리 사실과 무관한 음모론이나 격한 감정적 견해는 없었습니다. 그저 신문기사와 자료를 근거로 조목조목 따져가며 사람들이 왜 이런 정치적 사건에 주목하지 않았는지, 그 사건이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재조명되어야 하는지 설명했죠.

그는 자신의 책이 정치적으로 빛을 발하거나, 책이 많이 팔리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저 시간이 너무 흘러버렸다는 이유로 묻힌 사실과 기록들이 이제라도 조명을 받고, 의미를 되찾아 후배 정치인들에게 한 줌의 교훈을 남긴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면서요. 수많은 정치인 자서전을 집필하고 출판해 왔지만, 자서전을 남긴다는 것, 책을 출판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곱씹게 하는 어른이신 것 같아서 많이 배우고 있는 요즘입니다.

정치인이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해서 간혹 옆눈으로 보는 분들도 계신데 꼭 그럴 일만도 아닙니다. 지역구가 어디든, 중앙정치를 하든 지방정치를 하든 그의 영역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 정치인 한 사람의 활동 기록은 그게 홍보 목적이든 선고 출마용이든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지고,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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