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출판'의 시대, 자비출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몇 년 전만 해도 AI는 사람이
쓰는 글을 따라오지 못할 거라 예상했다.
그 예상은 틀렸다.
문학과 인문사회 분야의 일부 영역의
이른바 '탑티어' 작가들을 제외하고,
이제는 AI가 쓰는 글을 적어도 정보의 집약 측면에서
따라올 인간 작가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AI가 사람보다 글을 더 잘 쓴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책이 정보의 편집물이라면
그 편집력과 정보 집약의 능력은 인간이
AI를 따라갈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자비출판을 하겠다고
투고하는 사람들 열에 여덟은 AI가 쓴 글을 가지고 온다.
어떤 글은 메인 출판사가 다루기 어려운 특수한 영역을 다루고 있고,
어떤 작가의 글은 그만의 독특한 관점이 담겨 있다.
AI는 모든 사람들이 글을
자기만의 관점으로 쓸 수 있도록
돕는 혁신을 가져다주었다.
머릿속에 꼭 쓰고 싶은 글이 있는데,
글재주가 없어서 책을 못쓴다는 말이
이제는 무색해졌다.
그래서일까,
요즘 논란이 되었던 소위 '딸깍 출판'으로
출판계는 그 어느 때보다 공급량이 폭주하는 시대가 되었다.
가뜩이나 1인당 책 구매비율이 낮은 한국에서,
자비출판이라는 창구를 통해
자기 글을 세상에 내놓는 작가들의 공급이 쏟아지는
거의 '무한경쟁' 틈바구니에서
첫 책을 잘 팔아서 돈을 많이 벌거나,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은 차라리 순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출판을 잘 모르는 사람들 중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제 책을 내면 유명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비출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럼 도대체 내가 '내돈내산'으로
책을 내는 이유가 뭘까? 유명해지거나
돈을 버는 것도 아니라면 책을 내서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
여기서부터 자비출판사들의 운명이 갈린다.

책을 내는 행위 자체가 드물었던 시절에는
출판 자체에 어느 정도의 명예와 가치 우위를 증명하는 것이 가능했다.
콘텐츠가 어느 정도 좋다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것도 비교적 쉬웠다.
마치 대학진학률이 낮았던 80~90년대에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좋은 직장을 얻는 데 유리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둘 것이다.
대학진학률이 오르면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
자체가 가치 우위의 요소가 아니다.
이른바 명문대를 가는 사람을 제외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나 사업 등
경제적 활동에서 경쟁 우위가 없다면,
대학 졸업장의 가치는 무엇일까.
책의 운명은 명성이 아니라
기록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이 자비출판이든
반기획출판이든 세상에 나왔다면, 그 책은
저자의 관점과 주장을 얼마나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느냐의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려면 유튜브를 하거나 SNS를 하는 게 낫다.
그렇지 않은가?
영상 한 편을 보거나 강의를 듣는 것보다,
한 권을 읽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독서라는 행위는 그 자체가
일반적으로는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행위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말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저자의 주장이나
메시지를 사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더 이상 책을 구매하는 행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비출판으로 명성을 얻거나 책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애초부터 지는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유명해지기 위해서 책을 쓴다고?
나는 그런 초보 작가들을 진심으로
말리는 편이다.
유명해지려면 유튜브를 하거나 SNS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낫다. 투자한 시간 대비 노력이 그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럼 책을 왜 내야 하는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은 '기록'을 위해서이다.
모바일, 온라인을 AI가 주도하는 시대에 종이책 판매에만
집착하거나 책을 광고 마케팅해서 판매량을 높이려고 하면 쓸데
없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잠깐 책이 많이 팔리면 기분이야 좋겠지만,
2~3년 뒤에 그런 책이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거나 심지어
내 후손들, 내 주변의 지인들이 내가 주장하는 메시지가 뭐였는지
알고 싶어도, 알아낼 방법이 없다면 슬픈 일이 아닐까?
돈만 벌고 남는 게 없지 않은가..!!!
책을 한 권 많드는 데는 적잖은 비용과 시간, 공수가 든다.
그래서 작가가 한 번 만든 책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는 노력 자체는
당연한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그 콘텐츠가 오래도록 기억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그 방법과 수단은, 예전의
전통적인 책 홍보, 판매의 방법론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책을 많이 팔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으시길.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 책의 콘텐츠가 10년, 20년 뒤에도
열람될 수 있게 할지에 가치를 두시길.
그렇다고 종이책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종이책은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이유를 여기서 다
언급하기는 어렵다. 다만, 종이책이라는 기존의 출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깃발을 꽂고, 그 콘텐츠가 더 많은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국립중앙도서관 납본을 통해서
국가에 내 책의 권위를 인정받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작가로서의 퍼스널브랜딩과 가치를
기록화, 자산화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술적으로는 GEO나 SEO의 방법론이 동원된다.
언론미디어의 홍보전략도 함께 곁들여져야 한다.
쉽게 말해, 책만 잘 만들어서는 안 되고 이 책이 온라인상의
다양한 기록으로 공식화되도록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출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책을 기록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라.
하루에도 수백여권의 신간이 쏟아지는 출판계에서 대부분의 책들이
이러한 자산화, 기록화의 가치를 얻지 못한 채 그저 도서관에서,
서점 창고에서 서서히 잊히다가 재활용 되는 운명에 처하고 만다.
내 책도 그런 운명을 맞길 원하지 않는다면,
자비출판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목적성을 다르게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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