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북 제작, 회사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 리퍼블릭 편집부

- 3시간 전
- 4분 분량

브랜드북을 만들고 싶다는 대표님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대체로 비슷하다.
“서점에 꼭 출간해야 하나요?”
“회사 소개 자료를 책처럼 만들면 되는 건가요?”
“아직 기획만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하지만 브랜드북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출간 여부도, 페이지 수도, 인쇄 부수도 아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회사를 어떻게 기억하기를 원하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특히 산후조리원처럼 서비스의 품질을 사진 몇 장이나 시설 목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업종이라면 더욱 그렇다. 고객은 객실 크기나 식단 구성만 보고 조리원을 선택하지 않는다. 출산 이후의 불안한 시간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이곳이 산모와 아기를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를 함께 판단한다.
따라서 산후조리원의 브랜드북은 시설 안내서보다 한 단계 깊은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서점 출간은 목적이 아니라 선택이다
브랜드북을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서점에 출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점 유통은 선택 사항이다. 중요한 것은 책을 어디에 놓을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역할로 전달할 것인가이다. 실제 상담에서도 회사의 브랜딩에 활용할 책인지, 내부 교육이나 매뉴얼로 사용할 책인지에 따라 기획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이 먼저 논의됐다.
브랜드북의 활용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고객에게 전달하는 책이다.
조리원을 알아보는 예비 산모와 가족에게 브랜드의 철학과 서비스를 설명한다. 계약 상담 때 제공하거나, 퇴소 고객에게 선물하거나, 제휴 병원과 협력 기관에 전달할 수도 있다.
둘째는 내부 구성원을 위한 책이다.
상담실, 신생아실, 조리실, 관리실 등 서로 다른 부서가 같은 서비스 기준을 공유하도록 돕는다. 대표가 직원에게 반복해서 설명해 온 원칙을 한 권의 기준서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외부 신뢰를 만드는 책이다.
병원, 기업, 지자체, 제휴 기관과의 관계에서 회사의 역사와 운영 철학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한다. 이 경우 브랜드북은 일반적인 회사소개서보다 깊고, 대표자 자서전보다 조직 중심적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 목적을 한 권에 모두 담을 수도 있지만 우선순위는 분명해야 한다. 고객을 위한 책과 내부 매뉴얼은 사용하는 언어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이야기’를 모두 넣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브랜드북을 준비하는 대표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회사에 관한 모든 내용을 넣으려는 것이다.
창업 계기, 시설 소개, 직원 교육, 고객 후기, 식단, 산후 관리, 신생아 케어, 위생 기준, 대표 인터뷰, 회사 연혁까지 빠짐없이 넣으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은 정보는 많지만 중심이 없다.
브랜드북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를 고르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산후조리원의 핵심 경쟁력이 ‘오랜 운영 역사’라면 책은 시간의 축을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다. 산모를 대하는 철학이 경쟁력이라면 실제 상담과 돌봄의 장면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전문 인력과 체계적인 운영이 강점이라면 서비스 매뉴얼과 교육 시스템을 보여줘야 한다.
모든 장점이 동등한 비중으로 들어가면 어떤 장점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대표 인터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브랜드북을 대표의 생각만으로 구성하면 책이 쉽게 추상적으로 흐른다.
“산모를 가족처럼 생각합니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엄마와 아기의 행복을 위해 노력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조리원이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브랜드북은 좋은 말을 모으는 작업이 아니라, 그 말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따라서 기획 단계에서는 대표 인터뷰와 함께 기존 자료를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 회사에 축적된 자료, 대표가 작성한 블로그나 칼럼, 고객에게 자주 받는 질문, 직원 교육 자료, 상담 스크립트, 퇴소 설문, 운영 매뉴얼 등이 모두 원고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상담 과정에서도 회사 자료와 대표의 기존 콘텐츠, 인터뷰와 미팅을 토대로 기획과 원고 초안을 만드는 방식이 제시됐다.
가능하다면 대표뿐 아니라 현장 직원의 목소리도 들어가야 한다.
신생아실 직원은 어떤 순간에 가장 긴장하는지, 상담실 직원은 고객에게 어떤 질문을 가장 자주 받는지, 조리실은 식단을 정할 때 무엇을 우선하는지 들어보면 브랜드의 실체가 보인다.
대중적인 책과 회사 중심의 책은 다르다
향후 서점 출간까지 고려한다면 독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회사 내부 자료로 사용하는 브랜드북은 해당 조리원의 역사와 서비스 특징을 자세히 설명해도 된다. 그러나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려면 특정 회사에 관한 설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비 부모가 실제로 궁금해하는 문제를 다뤄야 한다.
좋은 산후조리원을 고를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출산 후 산모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신생아 돌봄에서 보호자가 오해하기 쉬운 것은 무엇인지, 조리원 퇴소 후 집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함께 담아야 한다.
회사 소개는 그 정보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한다.
상담에서도 일반 독자에게 쉽게 전달하는 대중적 콘텐츠와 회사의 역사·정통성·특징을 담은 매뉴얼형 브랜드북은 전혀 다른 방향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서점 판매용 책은 독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책이고, 회사 보관용 브랜드북은 조직의 정체성을 정리하는 책이다. 두 목적을 섞으려면 먼저 독자가 읽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브랜드북은 디자인보다 기획에 시간이 걸린다
브랜드북 제작을 단순히 원고를 받아 예쁘게 편집하는 일로 생각하면 일정이 자주 어긋난다.
실제로 가장 오래 걸리는 과정은 디자인이 아니다. 회사 안에 흩어진 자료를 모으고, 대표의 생각을 언어로 정리하고, 서로 다른 부서의 관점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는 과정이다.
기획부터 인터뷰, 원고 작성, 디자인, 제작까지 진행할 경우 상담에서는 약 3개월 반의 제작 기간이 안내됐다. 하지만 회사의 자료가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의사결정자가 많다면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제작에 들어가기 전 최소한 다음 자료는 준비하는 것이 좋다.
회사 연혁과 주요 변화
대표 및 핵심 구성원 인터뷰 대상
기존 회사소개서와 홍보물
홈페이지·블로그·SNS 콘텐츠
직원 교육 자료와 운영 매뉴얼
고객이 자주 묻는 질문
대표적인 고객 사례
반드시 넣어야 할 사진과 기록
책을 배포할 대상과 예상 부수
이 자료들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자료가 부족한 상태 자체가 현재 회사의 브랜드가 얼마나 정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좋은 브랜드북은 회사가 앞으로 지킬 약속을 남긴다
브랜드북을 과거의 성과만 정리한 기록물로 만들면 발간하는 순간부터 낡기 시작한다.
좋은 브랜드북에는 회사가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기준이 담겨야 한다.
우리가 어떤 고객을 위해 존재하는지, 어떤 서비스는 타협하지 않는지, 직원이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에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남기고 싶은지를 명확히 적어야 한다.
산후조리원의 브랜드북이라면 화려한 시설 사진보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산모가 불편을 말하기 전에 먼저 살핀다.”
“신생아의 안전과 산모의 회복이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하는지 설명한다.”
“퇴소하는 순간까지가 아니라, 집으로 돌아간 이후까지 생각한다.”
이런 카피라이팅은 앞으로 회사가 지켜야 할 운영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북은 회사를 자랑하기 위해 만드는 책이 아니기에 회사 안에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기준을 발견하고, 구성원과 고객이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다.
책을 다 읽은 사람이 시설의 규모보다 그 회사의 태도를 기억한다면, 브랜드북은 제 역할을 한 것이다.
리퍼블릭미디어(Republik Media)는 기업의 가치 있는 경험과 비즈니스 성과를 데이터 기반으로 재구조화하여 영구적인 지식 자산으로 남기는 기록 설계(Record Design)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jp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