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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집 제작의 기술(처음 사례집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2일 전
2분 분량

정부과제 결과물로 처음 사례집을 만든다는 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한 해 동안 찍은 사진과 인터뷰 영상이 있고, 들어갈 내용도 페이지별로 나눠두었다고 했다. 담당자는 원고는 회사에서 줄 테니 디자인과 인쇄만 맡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준비된 건 자료를 분류해 둔 폴더였다. 책의 구성도, 원고도 이제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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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례집을 만드는 기업에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지금 어디까지 준비됐는지를 정확히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사진과 영상이 있다는 것, 그 내용을 글로 풀어두었다는 것, 책에 실을 원고가 완성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다. 인터뷰를 글로 옮겨두었더라도 어떤 말을 고르고, 맥락을 설명하고, 한 편의 이야기로 엮는 일은 여전히 남는다. 이 일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견적도 일정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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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제로 만드는 책이라면 제출 조건부터 확인해야 한다.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결과물을 내야 하는지, 꼭 담아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정리해서 제작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먼저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왕 만드는 책을 홍보에도 쓰고 싶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제의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잠재 고객에게 어떤 경험과 성과를 보여줄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홍보 느낌 나게 디자인해 주세요’라는 주문만으로는 책의 방향을 잡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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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집의 중심이 참여자의 경험이라면, 그 사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읽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지, 무엇을 경험했는지, 그 뒤로 무엇이 다르게 느껴졌는지를 설명할 자료가 필요하다. 수업 사진이 아무리 많아도 사진 속 활동이 무슨 의미였는지 알려줄 기록이 없으면 내용을 채우기 어렵다.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사진마다 날짜와 활동 내용을 붙여두고, 인터뷰에서는 구체적인 경험을 물어두면 나중에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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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어떻게 보여줄지도 가진 자료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 참여자의 소감은 경험을 전하는 좋은 근거지만, 측정하지 않은 효과를 숫자로 바꿔주지는 못한다. 변화율을 조사한 자료가 없다면 그럴듯한 그래프를 주문하기보다 사진과 인터뷰로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 편이 낫다. 디자인은 없는 내용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확보한 내용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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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인쇄 부수만 보고 잡지 않는 것이 좋다. 100부만 찍는다 해도 기획하고, 글을 쓰고, 지면을 디자인하는 과정은 똑같이 필요하다. 이번 통화에서도 예상 예산과 견적 사이의 차이는 이런 작업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데서 생겼다. 비용을 줄이고 싶다면 내부에서 완성할 원고의 범위를 정하고, 외부에 맡길 편집과 디자인 작업을 구체적으로 나눠야 한다. 자료 정리를 집필 완료로 계산해 두면 나중에 비용은 물론 일정까지 다시 협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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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은 납품일에서 검토 시간을 거꾸로 빼서 잡아야 한다. 기획안과 원고, 디자인을 누가 확인할지 정하고, 의견을 한데 모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제작자가 작업하는 시간만으로는 일정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과제 마감일이 정해져 있다면 책 만드는 일을 마지막 행정 절차처럼 미뤄두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출판 실무를 다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사례집도 하나의 과업으로 올려두고, 실제 자료를 보여주며 어떤 작업이 필요하고 예산은 얼마나 드는지 확인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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