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출판과 기획출판 사이에서 고민하고 계신 저자님께
- 리퍼블릭 편집부

- 1일 전
- 4분 분량

안녕하세요, 저자님. 리퍼블릭미디어 대표작가입니다.
출판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를 만나게 됩니다. 어떤 곳은 원고를 거의 손대지 않고 책으로 만들어준다고 하고, 어떤 곳은 목차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합니다. 비용과 제공 서비스는 비슷해 보이는데, 정작 무엇을 기준으로 출판사를 골라야 하는지는 더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더구나 첫 책이라면 이런 고민은 당연합니다.
내가 쓴 원고가 책으로서 충분한지, 출판사가 내용을 지나치게 바꾸지는 않을지, 비용을 들이고도 결국 개인 소장용 책에 머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비출판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면서도, 그렇다고 기성 출판사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싶지는 않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자님께서 희망하시는 방향은 완전한 자비출판보다는 ‘반기획출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에서는 자비출판의 성격을 갖지만, 원고를 그대로 인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출판사가 책의 시장성과 완성도를 함께 고민하는 방식입니다. 저자의 경험과 생각은 살리되, 독자가 읽기 좋은 구성과 서점에서 설명하기 쉬운 콘셉트로 다시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원고를 얼마나 지킬 것인가가 아닙니다. 이 책을 왜 내려고 하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 저자의 문장과 원래 구성을 최대한 보존하는 편이 맞습니다. 반대로 책을 통해 전문성을 알리고, 강의나 상담, 사업과 연결되는 브랜드 자산을 만들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기획과 수정은 필요합니다.
저자님께서는 단순한 소장용 책보다는 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책, 개인 브랜딩에도 도움이 되는 책을 원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원고를 있는 그대로 제작하는 방식보다는 출판사의 기획이 일부 들어가는 편이 적절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획은 저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과 메시지를 독자가 더 쉽게 이해하도록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육아서라면 단순히 육아 경험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독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책인지가 보여야 합니다. 비슷한 육아서 사이에서 이 책만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목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부 내용의 순서를 바꾸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합칠 수도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사례, 실천 방법, 체크리스트, 질문, 워크북 요소 등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초고는 저자의 생각이 담긴 재료입니다. 출판 기획은 그 재료를 한 권의 책에 맞는 구조로 다시 세우는 과정입니다.
처음 책을 쓰신 분들은 흔히 원고가 완성되면 책도 거의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제작 과정에서는 원고 검토, 기획안 작성, 목차 재구성, 내용 수정과 윤문, 교정, 내지와 표지 디자인, 최종 교정 등 여러 단계가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책 한 권을 완성하는 데는 보통 몇 달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단순히 디자인이나 인쇄가 늦어서가 아닙니다. 저자의 생각을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정리하고, 그 결과를 저자와 출판사가 여러 차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출판사를 고를 때도 제작 항목의 개수만 비교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대부분의 전문 출판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편집과 디자인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출간 경험이 오래된 회사라면 결과물의 기본적인 품질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출판사가 저자의 책을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는가입니다.
원고를 읽고 이 책의 독자를 설명할 수 있는지,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는지, 저자의 의견을 들으면서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전문적인 제안을 하는지를 살펴보셔야 합니다.
책 제작은 생각보다 잘게 나뉜 수많은 의사결정의 연속입니다. 목차의 제목 하나, 사례를 넣는 위치 하나, 표지의 문구 하나를 두고도 의견을 나누게 됩니다. 따라서 출판사의 경력이나 출간 종수 못지않게 담당자와의 소통 방식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저자의 의견에 맞춰주는 출판사가 반드시 좋은 출판사는 아닙니다. 반대로 시장성을 이유로 저자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곳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좋은 협업은 저자가 반드시 지키고 싶은 것과 시장을 위해 조정할 수 있는 것을 함께 구분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저자님께서도 계약 전에 스스로 몇 가지를 정리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독자가 책을 읽은 뒤 무엇을 얻기를 바라는지, 자신의 경험 중 반드시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시장성을 위해 수정하거나 덜어낼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준이 정리되면 출판사와의 상담도 훨씬 구체적으로 진행됩니다. 단순히 “책을 잘 만들어주세요”가 아니라 “제 경험은 살리되 처음 육아를 시작하는 부모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원고를 계약 전에 보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우선 목차와 도입부, 대표적인 장 몇 편을 공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일부 원고만으로는 책 전체의 완성도와 기획 방향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알고 계셔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 원고가 완벽한가가 아닙니다.
출판사의 기획과 편집을 받아들여 원고를 한 단계 발전시킬 의사가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출판사와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반기획출판은 기성 출판사가 모든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비용을 받고 원고를 그대로 책으로 묶어주는 단순 제작 대행도 아닙니다.
저자가 출간에 필요한 비용과 의지를 부담하고, 출판사는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구조와 완성도를 책임지는 공동 작업에 가깝습니다.
물론 어떤 출판사도 베스트셀러를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서점의 신간 매대에 머무는 기간도 길지 않고, 출간했다고 해서 독자에게 저절로 발견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판매량만을 출간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대신 책이 저자의 전문성을 설명하고, 새로운 독자와 고객을 만나게 하며, 강의·상담·사업을 소개하는 신뢰의 자료가 된다면 출간의 가치는 판매 부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저자님의 책 역시 단순히 육아 경험을 기록한 한 권으로 끝날 수도 있고, 앞으로 저자님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관점을 가진 사람인지 보여주는 첫 번째 브랜드 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인쇄 방식보다 기획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서둘러 계약을 결정하기보다, 출판사가 저자님의 원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을 제안하는지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제안이 저자님이 원하는 책의 목적과 맞는지 판단해보시면 됩니다.
비용이 조금 저렴한 곳보다 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곳,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하는 곳보다 바꿔야 할 이유를 설명해주는 곳, 화려한 약속보다 실제 제작 과정과 한계를 솔직하게 알려주는 곳을 선택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첫 출판은 모르는 것이 많아서 두렵지만,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해야 하는 일은 아닙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출판사는 그것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함께 방향을 잡을 수 있다면, 자비출판에 대한 불안은 줄이고 기획출판의 장점은 살리는 방식으로 충분히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자님의 원고가 단순히 인쇄된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독자에게 가닿는 책으로 완성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리퍼블릭미디어 출판사 대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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