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만들기, 80대 어머니의 이야기를 녹음하고 책으로 만든 딸


80대 어머니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교사 E씨(52세)는 82세 어머니의 팔순 선물로 자서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필비를 아끼겠다는 이유보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기록하는 과정 자체가 가족에게 의미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어머니 댁에서 2시간씩 인터뷰하고, 평일 저녁에 녹취를 정리하는 패턴을 7개월간 유지했습니다. 결과물은 A4 110매, 232페이지, 양장 100부. 총비용 380만 원(편집+디자인+인쇄).
1개월차: 연대기와 사진 모으기
E씨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어머니의 인생 연대기를 A4 4장으로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기억하는 것과 E씨가 아는 것을 합치니 1942년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큰 줄기가 잡혔습니다. 동시에 옛날 사진을 모았습니다. 어머니 서랍에서 흑백 사진 40장, 형제들에게 연락해서 가족사진 20장, 총 60장. 이 사진들이 이후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기억을 깨우는 결정적 도구가 됐습니다.
2~5개월차: 인터뷰 16회
매주 토요일 2시간, 총 16회, 32시간의 인터뷰. E씨가 깨달은 것은 질문의 기술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 해주세요'는 '네, 그때 시골이었지'로 끝났지만,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 몇 살이었어요? 그 날 뭘 하고 계셨어요?'라고 물으면 10분 동안 멈추지 않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구체적인 장면을 묻는 질문이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였습니다.
가장 강렬한 인터뷰는 8회차였습니다. 전쟁 때 피난 가시던 이야기를 하시다가 어머니가 우셨습니다. E씨도 따라 울었습니다. 그 날의 녹취에서 책의 가장 강한 챕터가 나왔습니다. E씨는 말합니다. '자서전 만들기의 진짜 가치는 책이 아니라 이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와 52년을 함께 살았는데 몰랐던 이야기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6개월차: 원고 정리
녹취 32시간을 텍스트로 정리하는 데 약 80시간이 소요됐습니다. E씨는 매일 퇴근 후 1~2시간씩 작업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어머니의 구어체를 살리면서도 읽히는 문장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그래가지고 인자 막 그러케 됐는데'를 '그래서 결국 그렇게 되었는데'로 바꾸되, 어머니만의 어투는 중요한 장면에서 살려두었습니다.
7개월차: 편집·디자인·인쇄
E씨는 원고를 직접 쓰고 편집·디자인·인쇄만 출판대행사에 맡겼습니다. 윤문 포함 교정교열 130만 원, 표지+내지 디자인 100만 원, 사진 스캔·보정 30장 20만 원, 양장 인쇄 100부 130만 원 = 총 380만 원. 팔순잔치에서 어머니께 첫 번째 책을 드렸습니다. 가족 30명에게 나눠주고, 어머니 친구분들에게 10권을 보내드렸습니다.
자서전 만들기의 핵심은 '질문의 기술'입니다. 구체적인 장면을 묻는 질문 + 옛날 사진 활용이 어머니의 '처음 하는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직접 쓰면 대필비(600만~1,500만)를 아끼지만 200시간 이상의 시간 투입이 필요합니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4 자비출판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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