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짓는 법, 경력 에디터의 조언(+부제 짓는 법, 책 제목 정하기, 가제, 출간 기획서)
- 리퍼블릭 편집부

- 8월 28일
- 5분 분량

제목이 안 나오는 가장 흔한 이유는 책 전체를 담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300쪽을 열 글자에 넣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제목이 하는 일은 요약이 아닙니다. 서가에서 이 책을 집어야 할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서점에서 한 권이 눈에 들어와 집어 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초에 불과합니다. 그 짧은 순간에 독자가 판단하는 것은 내용의 훌륭함이 아니라 이것이 내 이야기인가입니다.
그래서 좋은 제목의 조건은 정확한 요약이 아니라 독자를 정확히 알고 제목을 짓는가, 입니다. 누구를 부르는 문장인지가 드러나야 합니다.
제목을 짓는 다섯 단계
1단계. 이 책의 한 문장을 씁니다
제목이 아니라 정의입니다. "이 책은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는 책이다"를 먼저 씁니다.
이 문장이 나오지 않으면 제목도 나오지 않습니다. 제목이 안 떠오르는 상태는 대체로 이 문장이 흐릿한 상태입니다.
2단계. 책 제목 짓는 법 재료를 모읍니다
원고를 처음부터 훑으며 눈에 걸리는 표현을 스무 개쯤 뽑습니다. 판단하지 말고 모으기만 하십시오.
•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
• 독자가 밑줄을 그을 만한 문장
• 장 제목 중 인상적인 것
• 인터뷰나 대화에서 나온 실제 발화
네 번째가 자서전과 에세이에서 특히 좋은 재료가 됩니다. 본인이 무심코 한 말이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단계. 책 제목 짓는 법 유형별로 후보를 만듭니다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면 비슷한 후보만 나옵니다. 유형을 바꿔가며 각각 두세 개씩 만들어 보십시오.
유형 | 형태 | 어울리는 책 |
선언형 | 단정적인 문장으로 주장을 앞세움 | 실용서, 자기계발서 |
질문형 | 독자의 물음을 그대로 제목으로 | 심리·인문 에세이 |
장면형 | 구체적인 상황이나 이미지를 제시 | 에세이, 문학 |
대상 호명형 | 읽어야 할 사람을 직접 부름 | 특정 독자층이 뚜렷한 책 |
숫자·방법형 | 몇 가지, 단계, 법칙 등을 명시 | 실용서, 매뉴얼 |
역설형 | 예상과 어긋나는 조합으로 호기심 유발 | 관점을 뒤집는 책 |
자서전은 이 표에서 장면형이 잘 맞습니다. 생애 전체를 요약하려 하면 추상적인 제목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장면이나 한 마디를 앞세우면 오히려 사람이 보입니다.
4단계. 책 제목 짓는 법 소리 내어 읽습니다
후보를 열 개쯤 만들었으면 하나씩 소리 내어 읽어보십시오. 눈으로 볼 때와 다르게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 발음이 꼬이는 제목은 입에 붙지 않습니다. 입소문이 나기 어렵습니다.
• 길이는 읽었을 때 한 호흡에 끝나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 전화로 불러줬을 때 상대가 받아적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5단계.책 제목 짓는 법 좁힙니다
최종 후보 서너 개를 남기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십시오. 이때 책 내용을 설명하지 말고 제목만 보여주는 것이 요령입니다.
설명을 들은 사람은 제목을 공정하게 판단하지 못합니다. 서점의 독자는 설명 없이 제목만 봅니다.
여기까지의 핵심 · 제목은 내용의 요약이 아니라 읽어야 할 독자를 겨냥하는 방식입니다. · 유형을 바꿔가며 후보를 만들면 한쪽으로 쏠리지 않습니다. · 제목만 따로 보여줘야 공정한 반응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장르별로 무게중심이 다릅니다
같은 원칙이라도 장르에 따라 어디에 힘을 주는지가 달라집니다.
장르 | 제목이 해야 할 일 | 흔히 쓰이는 형태 |
실용서 | 무엇을 얻는지 즉시 알리기 | 숫자·방법형, 선언형 |
에세이 | 감정의 결을 전달하기 | 장면형, 질문형 |
자서전·회고록 | 한 사람의 삶을 한 장면으로 압축 | 장면형, 인용형 |
기업인의 책 | 경험의 무게와 관점을 함께 | 선언형 + 구체적 부제 |
백서·사례집 | 무엇을 다룬 기록인지 명확히 | 설명형. 멋보다 정확성 |
마지막 줄은 다른 장르와 원칙이 반대입니다. 백서와 사례집은 검색과 인용을 위해 만드는 문서이므로, 인상적인 제목보다 사업명과 연도가 정확히 들어간 제목이 낫습니다.
자서전에서 자주 나오는 실수는 격언식 제목입니다. 인생을 요약한 문장을 제목으로 삼으면 서가의 다른 책들과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본인만 겪은 구체적인 장면 하나가 훨씬 더 힘이 셀 수 있지요.
제목과 부제의 역할 분담
제목 하나로 다 담으려 하면 길어지고 흐려집니다. 부제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구분 | 맡는 역할 | 쓰는 방식 |
제목 | 시선을 붙잡고 감정을 건드림 | 짧고 인상적으로. 정확함보다 끌림 |
부제 | 무슨 책인지 설명하고 대상을 명시 | 구체적으로. 검색 키워드가 들어갈 자리 |
제목이 추상적이면 검색에서 발견되기 어렵습니다. 부제에 구체적인 키워드를 넣으면 그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됩니다. 서점 데이터베이스는 부제까지 함께 색인합니다.
예를 들어 제목이 장면형으로 짧게 가더라도, 부제에 다루는 주제와 대상 독자를 명시하면 두 가지를 모두 챙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목과 부제가 같은 말을 반복하면 지면만 차지합니다. 부제를 붙일 때는 제목이 하지 못한 일을 맡기십시오.
자비출판에서 제목을 정할 때
기획출판은 편집자와 마케터가 함께 제목을 검토합니다. 자비출판은 그 과정이 없거나 얕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 혼자 정하다가 두 방향 중 하나로 기울기 쉽습니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제목이거나, 반대로 안전하게 무난한 제목입니다.
전자는 본인에게는 의미가 깊지만 남에게는 아무 정보가 없고, 후자는 정보는 있지만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이렇게 대응합니다.
• 업체에 제목 검토를 요청하십시오. 계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의견은 받을 수 있습니다.
•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후보를 보여주십시오. 가족은 내용을 알아서 판단이 흐려집니다.
• 같은 분야 신간 목록에 내 후보를 끼워 넣고 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지 확인하십시오.
세 번째가 간단하면서 효과적입니다. 온라인 서점의 해당 분야 신간 목록을 캡처해 그 사이에 내 제목을 넣어보면, 묻히는지 걸리는지가 금방 보입니다.
제목이 도저히 안 나올 때
여러 날 붙잡고 있어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쓰는 방법들입니다.
가제로 진행합니다. 제목 때문에 원고와 조판을 멈추는 것이 더 손해입니다. 제목은 인쇄 직전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목차를 다시 봅니다. 장 제목 중에 제목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을 다시 읽습니다. 저자가 가장 공들인 문장이 대체로 그곳에 있습니다.이 책을 한 사람에게 권한다고 상상하고 뭐라 말할지 적어보십시오. 그 말이 제목에 가깝습니다. 서점에 가서 같은 분야 서가를 훑어봅니다. 어떤 제목이 손이 가는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생깁니다.
다섯 번째를 하실 때 한 가지만 유의하십시오. 유행하는 형태를 그대로 따라가면 서가에서 묻힙니다. 비슷한 제목이 이미 다섯 권 있다면 그 형태는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피하는 편이 나은 제목
• 추상 명사만으로 된 제목. 무슨 책인지 알 수 없습니다.
• 이미 유명한 책과 헷갈리는 제목. 검색에서 밀립니다.
• 지나치게 긴 제목. 표지 디자인이 어려워지고 서점 목록에서 잘립니다.
• 내용과 어긋나는 제목. 집어 든 독자가 실망하면 후기에 남습니다.
• 검색되지 않는 조어. 신조어를 쓰려면 부제로 보완해야 합니다.
네 번째가 실제로 가장 손해가 큽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집어 들게 하는 데는 성공해도 내용이 다르면 부정적인 반응으로 돌아옵니다. 특히 초기 리뷰가 중요한 자비출판 도서에서는 타격이 큽니다.
표지와 함께 봐야 합니다
제목은 글자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표지에 앉혀지고, 독자는 그 상태로 만납니다.
그래서 제목을 확정하기 전에 표지 시안과 함께 보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서체와 배치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 글자 수가 많으면 서체를 줄여야 하고, 서체가 작아지면 서가에서 눈에 띄지 않습니다.
• 행이 나뉘는 위치도 봐야 합니다. 의미 단위가 아닌 곳에서 끊기면 읽기 불편합니다.
• 온라인 서점의 작은 썸네일에서 읽히는지 확인하십시오. 실물 표지에서는 보여도 썸네일에서는 뭉개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 번째가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요즘 독자가 책을 처음 만나는 곳은 서점 매대보다 온라인 목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크기에서 제목이 읽히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표지 시안을 받을 때 축소 이미지로도 함께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십시오. 시안은 대체로 큰 화면에서 검토하게 되어 실제 노출 크기와 차이가 납니다.
여기까지의 핵심 · 제목은 표지에 앉힌 상태로 검토해야 정확합니다. · 행이 나뉘는 위치가 의미 단위와 맞는지 확인하십시오. · 온라인 서점의 작은 썸네일에서 읽히는지가 실질적인 기준입니다. |
확정 전 마지막 점검
같은 제목의 책이 이미 있는지 검색해 보십시오. 제목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중복이 가능하지만, 검색에서 불리해집니다. 표지에 앉혔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십시오. 글자 수가 많으면 디자인 여지가 줄어듭니다. 줄임말로 불렸을 때 어색하지 않은지 보십시오. 독자는 긴 제목을 줄여 부릅니다. 검색창에 입력했을 때 나올 만한 형태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본인이 이 제목을 소리 내어 말할 때 부끄럽지 않은지 확인하십시오. 앞으로 여러 자리에서 말하게 될 문장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자서전이나 기업인의 책이라면 강연이나 모임에서 제목을 계속 말하게 됩니다. 그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제목이어야 합니다.
여기까지의 핵심 · 제목이 안 나오면 가제로 진행하십시오. 인쇄 직전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 제목은 끌림을, 부제는 설명과 검색 키워드를 맡습니다. · 내용과 어긋나는 제목은 초기 리뷰에서 손해가 가장 큽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제목은 언제까지 정해야 합니까.
표지 디자인이 시작되기 전까지가 실질적인 마감입니다. ISBN 신청 시에도 서명이 들어가므로, 변경하려면 관련 절차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Q. 출판사가 제목을 정해주기도 합니까.
기획출판에서는 편집자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비출판이라면 저자 의견이 우선이지만, 시장 감각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의견을 듣고 결정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Q. 제목에 저작권이 있습니까.
일반적으로 제목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상표로 등록된 경우나 부정경쟁 소지가 있는 경우는 별개이므로, 유명 브랜드나 시리즈명을 그대로 쓰는 것은 피하십시오.
Q. 부제는 꼭 있어야 합니까.
필수는 아닙니다. 제목만으로 대상과 내용이 충분히 드러나면 없어도 됩니다. 다만 제목이 추상적일수록 부제의 값이 커집니다.
Q. 후보 중에 못 고르겠습니다.
각 후보로 표지 시안을 만들어 보십시오. 글자로 볼 때와 표지에 앉혔을 때의 인상이 다릅니다. 디자인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레퍼런스
• 리퍼블릭미디어 출판 편집 실무의 제목·부제 구성 관행
• 온라인 서점 도서 정보 색인 항목 (제목·부제 포함)
• 출간 기획서 작성 실무 자료
.jp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