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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서, 사업평가서 제작]종로노인복지관(2026)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6월 2일
  • 3분 분량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연간계약 출판업체를 찾고 있는데, 견적 요청드립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이지웅 담당자님이 보내주신 메일이었습니다. 사업계획서 표지·내지 조판 및 디자인, 조사보고서와 사업평가서 추가 인쇄. 필요한 내용만 담긴 깔끔한 요청이었습니다.

복지관 출판물이라는 말에 금세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420페이지에 달하는 내부 문서를 정돈해서 인쇄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연간계약의 어려움

단건 외주와 연간계약은 일의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단건은 시작과 끝이 분명합니다. 납품하면 관계도 마무리되고요. 반면 연간계약은 한 해 동안 그 기관의 출판물 전반을 책임진다는 뜻입니다. 연초에 사업계획서가 나가고, 중간에 조사보고서가 들어오고, 연말에는 사업평가서가 이어집니다. 일정마다 원고를 받아 교정·교열하고, 조판 잡고, 인쇄 넣고. 일 년 내내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연간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입니다. 납기를 지키는 것, 수정 요청에 빠르게 움직이는 것, 기관 고유의 양식과 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한번 어긋나면 남은 일정이 전부 불편해집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쪽 요청은 그런 면에서 또렷했습니다. 표지는 심플하고 깔끔하게. 내지는 별도 디자인 없이 기관 내부 양식 그대로. 교정, 교열, 표 편집 정도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요청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420페이지, 미색 용지, 1도 인쇄

사업계획서 한 권이 A4 기준 420페이지, 20부 인쇄. 여기에 조사보고서 10부, 사업평가서 10부가 추가됩니다.

제본은 무선제본입니다. 420페이지면 무선제본으로 소화하기에 꽤 두꺼운 두께입니다. 접착 강도와 펼침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구간이라, 인쇄소와 사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표지는 아트지 250g에 4도 인쇄, 내지는 미색모조 100g에 1도 인쇄. 복지관이나 공공기관 출판물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표준 사양입니다. 화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읽기 편해야 합니다. 미색 용지에 흑백 인쇄라는 조건 안에서 표의 선 굵기, 여백, 폰트 크기를 어떻게 잡느냐가 품질을 좌우합니다.


디자인이 없는 디자인

"내부 양식 그대로에 교정, 교열, 표 편집 정도만 요청 예정입니다."

담당자님이 보내주신 이 한 줄이 프로젝트 전체를 관통하는 방향이었습니다.

복지관 사업계획서에는 기관 고유의 양식이 있습니다. 수년간 쌓여온 포맷입니다. 이걸 새로 디자인하는 게 아닙니다. 기관에서 작성한 원고를 받아 오탈자를 바로잡고, 표 정렬을 맞추고, 페이지 흐름을 다듬는 일입니다.

간단해 보여도 420페이지 분량의 교정·교열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예산 항목, 사업 지표, 이용자 통계처럼 숫자가 유독 많은 문서입니다. 숫자 하나가 틀리면 기관 내부 결재에서 반려됩니다. 표도 많습니다. 칸 정렬이 한 줄만 어긋나면 인쇄물에서 곧바로 드러납니다. 표 편집이란 결국 셀 하나하나를 눈으로 확인하는 수작업입니다.

화려한 포트폴리오에 올릴 만한 작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출판 대행의 기본기는 이런 데서 나옵니다. 기관 담당자가 "깔끔하게 잘 나왔네요" 한마디 해주시면, 그게 가장 좋은 평가입니다.




서류 한 뭉치가 뜻하는 것

견적 요청에 이어 후속 메일이 왔습니다.

본견적서 및 비교견적서 각 1부, 계약서 1부, 사용인감계, 계약이행각서, 청렴계약이행서약서, 사업자등록증. 내부 결재가 급하니 견적서와 사업자등록증만이라도 먼저 보내달라는 부탁도 붙어 있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사회복지법인과 일할 때는 이 서류 과정이 빠지지 않습니다. 민간 기업이라면 메일 한 통에 "진행합시다"로 끝나는 일이, 복지관에서는 내부 결재부터 계약 체결, 이행서약까지 모두 갖춘 뒤에야 첫 원고가 넘어옵니다.

이 과정을 번거로워하는 업체가 적지 않습니다. 복지관 쪽에서도 연간계약 파트너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작업량에 비해 단가가 후하지 않고, 행정 서류 대응까지 챙겨야 하니까요. 그 대신, 이런 일을 묵묵히 잘 해내는 업체가 있으면 기관에서는 쉽게 놓지 않습니다. 연간계약이 2년, 3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까닭입니다.


복지관 출판물,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사업계획서는 기관의 한 해를 설계하는 문서이고, 사업평가서는 그 한 해를 돌아보는 문서입니다. 보조금 심사에 쓰이고, 지자체 평가에 제출되고, 이사회 보고 자료로 활용됩니다. 기관 운영의 근간이 되는 문서들입니다.

"인쇄물 찍어주는 일"로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워드나 한글 파일로 넘어온 원고에는 서식 깨짐, 표 엇나감, 들여쓰기 불일치 같은 문제가 곳곳에 섞여 있습니다. 조판 과정에서 이걸 하나씩 잡아내는 게 실무의 핵심입니다.

복지관 담당자분은 대개 사회복지사이십니다. 출판 전문가가 아니시고요. "표지는 심플하게요"라는 요청 뒤에는 "디자인은 잘 모르니 알아서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 믿음에 보답하는 길은 하나뿐입니다. 받은 원고보다 나은 결과물을 돌려드리는 것.


매년 돌아오는 일

연간계약 출판 업무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SNS에 올릴 만한 비주얼도 없고, 포트폴리오에 넣어도 눈길을 끌지 못합니다.

그래도 매년 돌아오는 일은 매년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전국의 복지관과 사회복지법인, 비영리기관은 해마다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해마다 사업보고서를 냅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과의 작업이 그랬습니다. 420페이지 사업계획서를 미색 용지에 깔끔하게 찍어내고, 추가 인쇄분까지 맞춰 납품하는 것. 저희가 해온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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