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사례집 제작, AI 도움 받으면 대행사 안 써도 될까
- 리퍼블릭 편집부

- 9월 10일
- 2분 분량

많은 기관의 담당자들이 묻습니다. “이제 생성형 AI가 글도 쓰고 디자인도 거들어주는데, 굳이 외부 전문가에게 큰 비용을 들여 사례집 제작을 맡길 필요가 있을까요?”
기술의 발전을 고려하면 지극히 합리적인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만들려는 우수사례집의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보고서(Report)를 넘어 이야기(Story)로
우리는 종종 사례집을 ‘결과 보고서’처럼 착각합니다. 사업의 성과 지표와 데이터를 보기 좋게 정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독자의 마음에 남는 사례집은 숫자를 넘어섭니다. 그 본질은 사람의 변화를 담은 ‘이야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I에게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의 결과 데이터를 요약해달라고 요청하면 이렇게 결과물을 낼 것입니다.
AI의 요약 (Before): '희망 새싹' 프로그램은 참여 청소년의 만족도를 35% 향상시켰으며, 멘토링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평균 15%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것은 정확한 ‘사실’이지만, ‘감동’을 주지는 못합니다. 여기에 숙련된 기획자의 깊이 있는 취재가 더해지면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람의 이야기 (After): 늘 교실 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민수 군은 이제 토론 그룹을 이끕니다. “아무도 저에게 관심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멘토 선생님은 제 목소리를 내는 법을 알려주셨죠.” 프로그램의 성공은 35%라는 숫자가 아닌, 자신감을 되찾은 민수 군의 얼굴 표정입니다.
AI는 ‘무엇(What)’이 일어났는지 정리하는 데 탁월합니다. 하지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 일이 ‘왜(Why)’ 중요하며, ‘어떻게(How)’ 한 사람의 삶을 바꿨는지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AI와 전문가의 새로운 역할
그렇다면 전문 기획자와 작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바로 현장의 목소리에서 ‘이야기의 원석’을 발견하고, 독자가 몰입할 수 있는 구조로 세공하는 능력입니다.
물론, AI의 역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AI: 방대한 인터뷰 녹취록을 몇 초 만에 텍스트로 변환하고, 핵심 키워드를 추출하며, 문법 오류를 수정하는 훌륭한 ‘조수’ 역할을 합니다.
미래의 AI: 나아가 인터뷰 내용에서 잠재적인 갈등 구조나 감동 포인트를 ‘제안’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AI가 발전하더라도, 수많은 이야기 원석 중 어떤 것을 골라 어떤 감정선으로 엮어낼지 최종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AI가 제시한 여러 갈등 구조 중 어떤 것이 우리 사업의 핵심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통찰력이기 때문입니다.
AI는 조감독, 사람은 영화감독
이 관계를 영화 제작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AI는 수많은 촬영본을 빠르게 분류하고, 쓸만한 장면을 추천하며, 심지어 가편집본까지 만들어내는 유능한 ‘조감독’과 같습니다. 작업 효율을 극적으로 높여주죠.
하지만 어떤 장면을 클로즈업해 배우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담아낼지, 어떤 배경 음악으로 관객의 감정을 끌어올릴지, 그리고 이 모든 조각을 모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결정하는 것은 최종 편집권을 쥔 ‘영화감독’입니다. 사례집 제작에서 그 감독의 역할이 바로 사람, 즉 전문가의 역할입니다.
AI 시대의 우수사례집 제작은 ‘AI냐, 사람이냐’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 어떻게 더 깊이 있는 사람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할 것인가?”
AI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그 힘을 빌려 사람은 더 본질적인 가치, 즉 현장 속으로 깊이 들어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세상에 연결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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