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은 대체 어떤 작업일까?
- 리퍼블릭 편집부

- 3월 4일
- 2분 분량

출판사에 투고를 하거나, 초고를 편집자에게 다듬어달라고 할 때
'윤문 작업을 맡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처음 책 편집 작업을 해본
사람들은 윤문의 의미와 범위를 어려워 하는 경우가 많죠.
오늘은 윤문 작업이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윤문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직역하면 글을 붙인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지식백과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네요.
윤문 [潤文] 시공 불교사전범문(梵文)으로 된 불전(佛典)을 한문으로 번역하는 역장(譯場)에서, 번역문을 좋은 문장으로 다듬어 마무리하는 역할, 또는 그 일을 맡은 사람.
네이버 지식백과
오호, 번역문을 좋은 문장으로 다듬는 역할이랍니다.
소위 번역투의 문장을 의역으로 우리 글로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도 '윤문'에 해당하나 보네요.
조금 더 한자 풀이로 들어가볼까요.
윤문의 '윤'은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윤택하다, 윤이 나게 하다, 할 때의 그 윤을 적용하는 게 맞겠네요.
물건을 윤기 나게 닦는 것처럼, 글을 윤나게 한다, 는 것이
윤문의 정의라고 보면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요컨대 윤문이란 가독성이 떨어지고 난해한 용어가 뒤섞여
해석하기 어려운 글을 조금 더 읽기 쉽고 편안하게
풀어낸다는 뜻일 것 같습니다.
그럼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6년에 '윤문'이 과연 필요할까? AI가 글을 대필까지
해주는 시대에 윤문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글을 쓴 사람의 호흡과 리듬을 생각한다.
작가의 문체는 주관적입니다.
특정 개념에 몰입해서 생각한 개념을 글로 풀어내다보면
호흡이 거칠거나 너무 불규칙할 수 있죠.
이런 글은 독자가 읽기에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이를
AI에게 무턱대고 '넘겨버리면(?)' 리듬감이 완전히 제거된,
건조한 문장을 토해내고 맙니다. 작가의 개성과 생각의 밀도는
프레스 압축 기계를 통과한 듯 모두 절단나거나 난도질 당하게
되죠. 논문이야 이렇게 해도 될런지 모르겠으나,
단행본 원고가 이렇게 되면, 아무도 그 책을 읽지 않겠죠.
윤문은 작가의 투박한 예술작품을 그 특유의 질감을 유지하되
이를 독자 친화적인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 문장의 미감을 살린다.
문장 쓰기에는 그 자체의 완결성과 미학이 있습니다.
단순히 문법에 맞거나 읽기 편하다고 해서 그 문장이 꼭
아름답고 완성도 높은 문장이라고 보기엔 어렵죠.
간혹 작가의 생각이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문장으로
잘 표현되지 않은 글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때 윤문 작업을 하는 편집자는, 이러한 문장을 친절하게
'해체'해서 작가의 개념과 생각이 보다 용이하게
독자에게 전달되도록 문장의 미감을 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요즘은 AI가 책 한 권을 뚝딱 써내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 윤문이 여전히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서점에 달려나가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까지 보시면 AI가 단 한 줄도 쓰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서, 독자들이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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