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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출판 작가에게 드리는 말씀(몇 권 팔렸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남느냐)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6일 전
4분 분량

책이 많이 팔릴까요?

자비출판 작가에게 드리는 답 : 몇 권 팔렸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남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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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교 · 리퍼블릭미디어 대표

 

점심을 막 지나서 한 작가님 전화를 놓쳤다. 다시 걸었더니 첫마디가 “대표님 바쁘시죠?”였다. 톡으로 주고받자니 답답해서 잠깐 통화하자고 하신 거였다. 전날 서점에 가서 진열된 책을 보고 오신 참이었다.

질문이 꽤 많았다. 광화문점, 강남점에 몇 권씩 들어갔는지. 그거 다 팔려야 하는 거 아닌지. 서평단은 모집했는지. 홍보를 더 해야 하는지. 서점에 가서 책을 좀 반듯하게 세워 놓고 와도 되는지. 14분쯤 통화했는데, 끊고 나서 생각해 보니 결국은 한 가지를 물으신 거였다. 이 책, 많이 팔릴까요.

자비출판을 하신 분들은 책이 나오고 나면 거의 다 이걸 물으신다. 내 돈 들여서 만든 책이니 안 궁금할 수가 없다. 그날 작가님께 드린 말씀을 조금 더 길게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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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된 책은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큰 서점의 대표 매장은 출판사에 먼저 물량을 달라고 한다. 선도 물량이라고 부른다. 작가님은 숫자를 듣더니 “그거 다 팔려야 되네” 하셨다. 그렇긴 하다. 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그만큼 달라고 했다는 건 책이 이미 우리 손을 떠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기서부터는 서점이 판단할 몫이다.

작가님은 그다음 걱정도 하셨다. 하루 깔았다가 치워 버리는 건 아니냐고. 그렇지는 않다. 우리 영업 담당자가 매주 매장을 돈다. 보통 한 달 정도는 지켜보고, 그 사이에 책이 빠져 있거나 자리가 영 안 좋으면 다시 부탁해서 올려놓는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보장되는 일은 아니다. 담당자가 발로 뛰어서 만드는 거라 “몇 주는 이 자리에 있어요”라고 약속드릴 수는 없다. 그래도 오늘내일 깔린 책이 다음 주에 없어지지는 않는다.

책을 단정하게 정리해 놓고 와도 되냐는 말씀에는 손사래를 쳤다. 매대는 MD가 우리보다 훨씬 잘 안다. 그냥 두시는 게 낫다. 그 대신 서점에 들러서 책을 사 가시는 건 얼마든지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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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네다섯 권이면 ’꾸준히’다

전날 내가 책이 “은은하게” 나가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작가님은 그 말에 빵 터지셨다고 했다. 그래서 숫자로 다시 말씀드렸다. 하루에 네다섯 권쯤 나간다.

“예전 책은 어땠어요?” 바로 이어서 물으셨다. 비슷했다. 그때도 내가 “꾸준히 나와요”라고 했는데, 작가님은 그 말을 기억하고 계셨다. 그 정도면 꾸준히라고 봐야 한다. 나오자마자 한두 주 만에 확 터지는 책은 정말 드물다. 대부분은 이 속도로 간다.

이 숫자를 들으면 다들 홍보를 더 해야 하나 싶어진다. 나는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쌓여야 의미가 있다. 작가님이 “근데 대표님, 역주행이 올 수도 있잖아요” 하셨는데, 맞는 말이다.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더더욱 짧게 몰아붙이지 말고 길게 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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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은 골든타임보다 남는 것을 보고 한다

서평단은 사실 출간 전에 미리 모집하자고 말씀드렸었다. 그때 답이 없으셨는데 작가님도 “저도 정신이 없었어요” 하셨다. 그래서 아직 시작을 못 했다. 오늘 모집해도 책을 보내고, 읽고, 후기가 올라오기까지 2~3주는 걸린다.

작가님은 그럼 골든타임이 지난 거 아니냐고, 그래도 의미가 있느냐고 물으셨다. 출간 초반에 반짝 팔려고 하는 거라면 늦은 게 맞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 때문에 서평을 하지 않는다. 남기려고 한다. 블로그 서평은 시의성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검색하면 계속 나온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작가님도 지난 책을 검색해 보고 아셨다고 했다. “검색하면 평생 남더라고요.” 그러면서 남들이 쓴 서평을 읽어 보니 재미있더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하자고 했다. 책을 받아서 끝까지 읽고 제 말로 쓴 리뷰가 몇 편이라도 남는 게 낫다. 급하게 숫자만 채운 리뷰는 오래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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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밀려나는 건 누구 탓도 아니다

책이 나오고 기사가 몇 개 나가면 작가님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을 해 보신다. 처음에는 우리 기사가 위에 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다른 기사들에 밀려서 한참 아래로 내려간다. 작가님은 그걸 보고 누가 일부러 그런 건가 싶었다고 하셨다. 그러다 혼자 생각해 봐도 그럴 이유가 전혀 없더라고, “제가 너무 예민했나 봐요” 하셨다.

나도 너무 예민하게 보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기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새 기사가 계속 올라오니 밀릴 뿐이다. 다른 기사들도 다 그렇게 밀린다. 찾아 들어가면 지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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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은 한 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북콘서트 얘기도 하셨다. 사람들이 작가를 직접 보면 또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지 않겠느냐고. 좋다. 콘서트도 열고 서평도 받고 기사도 내자고 했다. 다만 하나하나를 몇 권 더 팔 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흔적을 남긴다고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책이 한두 권일 때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이 사람이 왜 책을 냈지, 뭔가 다른 뜻이 있나. 그런데 흔적이 하나씩 쌓이고, 몇 년이 지나도 같은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있으면 그런 의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작가님은 돈 벌려고 책을 내는 분이 아니다. 본인 입으로도 “제가 그걸 하려고 했으면 이걸 안 하죠” 하셨다. 사비를 털어서 하는 일이다. 나는 그 진심이 판매 부수보다는 쌓인 기록에서 보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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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 팔렸느냐는 옛날 기준이다

“요즘 서점에서는 뭐가 잘 나가요? 지난번에 말씀하신 그런 좀 괴짜 같은 책이요?” 요즘은 진짜 들쭉날쭉하다. 어떤 장르가 베스트셀러를 끌고 간다는 게 예전처럼 없다. 우리가 만든 책 중에는 창업이나 경제 쪽이 오래 꾸준히 나간다. 시기를 타는 주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때가 지나면 나중에 찾아보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사 가는 정도다.

그래서 나는 판매 말고도 보는 게 있다. 우리 책은 종이책만 만들고 끝내지 않는다. 전자책도 만든다. 전자책은 대여가 되고, 병원이나 학교, 대기업 도서관 같은 데에 들어간다. 앞으로는 이렇게 빌려 보는 수요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이 맨 처음 쓰신 수필도 그렇게 전자책으로 도서관에 들어가 있다. 작가님은 “어딘가에서 본 것 같더라, 도서관 같던데” 하셨다. 맞다. 이번 책도 전자책으로 만든다.

 

종이책 한 권이 전자책이 되어 도서관에서 다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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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한 권, 몇 권 팔렸냐는 건 옛날 기준이다. 앞으로는 이 책이 얼마나 여러 곳에, 얼마나 많은 기록으로 남아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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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을 생각한다면

통화가 끝나 갈 무렵 작가님이 다음 책 이야기를 꺼내셨다. 앞으로 책을 쓰면 구상을 쭉 뽑아서 먼저 보내 줄 테니 의견을 달라고 하셨다. 눈여겨본 책들도 정리해서 보내겠다고, 제목만 보면 대표님은 아실 거라고. 예전에 내가 좀 더 진중한 책도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했던 걸 기억하고 계셨다. 이번 책이 서점에 깔린 지 하루 만이다.

그날 통화에서 정한 건 많지 않다. 서평단은 오늘 바로 준비하기로 했다. 매대는 MD에게 맡긴다. 이번 영업과 오프라인 반응은 내가 좀 더 지켜보고 다시 말씀드리기로 했다. 책이 많이 팔릴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작가님은 벌써 다음 책을 생각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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