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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출판 지금이야 AI로 돌린 원고가 될 것 같겠지만...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2일 전
  • 2분 분량

여러 사람이 가는 길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최근의 발전된 AI기술로 인한 출판의 대중화는 기회이자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의 측면에서는 (비유적으로 표현해서) 책상 서랍 속 낡은 원고를 일반 대중에 쉽게 내보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아마도 책을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그러나 언젠가는 꼭 내 책을 내고야 말겠다고 결심한 평범한 예비 작가들의 경우겠지요. 이 사람들에게는 최근의 상황에서 출판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이런 상황이 함정이 될 만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VIP라고 말하는,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인정받은 전문직 내지는 CEO들 중에서 사업적 이유로, 또는 퍼스널브랜딩의 목적으로 책을 내는 경우입니다. 저는 최근 책을 내고 싶다고 찾아오는 이런 유형의 대표님들 중에서 AI로 원고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를 단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의아하지만 자신이 쓴 원고가 AI가 쓴 티가 날 거라고 예상을 못하는 것인지, 이 분들은 드디어 이 기막힌 원고를 책으로 출판할 기회를 ‘리퍼블릭미디어’에 주고 싶은데 나한테 한 번 어필해보라는 식으로 의기양양하게 상담을 받습니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이런 원고가 출판 이후 어떤 운명에 처할 지는 불 보듯 뻔합니다.

"저건 무슨AI로 쓴 글일까?"

요즘 거리를 지나면 가게에 붙은 홍보 포스터나 현수막을 보세요. 지하철 안에서 틀어주는 공공 영상 홍보물까지도 모조리 AI가 만든 것입니다. 아마 조금만 눈 밝은 분들은 이걸 다 눈치채실 테지요. 1년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누구도 이런 창작물을 보고 감탄하거나 놀라지 않습니다. “저걸 어떻게 만들었을까?”라고 묻는 대신 “저건 무슨 AI를 쓴 거야?”라고 궁금해하는 정도죠.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쓴 글은 어쩔 수 없이 티가 나고, 그나마 AI가 쓴 초안에 이른바 ‘휴먼터치’가 들어간 글은 그나마 읽히는 수준이지만, 그렇지 않고 그냥 기계적으로 프롬프트 결과를 ‘복붙’한 글이 인쇄되어 나온 책은, 가독성이 떨어질 뿐더라도 글이 전하고자 하는 요지가 불분명한 ‘행방불명식 원고’가 되고 맙니다. 비유하자면 대 참사인 거죠.

 

물론 아직까진 AI 기술의 발전상 초기 단계여서 AI 쓴 원고가 신기해보이긴 할 겁니다, 자기 생각을 적당히 넣으면 꽤 그럴싸하고 문법적으로 완성된 글이니까요.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요? 아마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이 AI의 도움으로 책을 출판한다면 독자들은 눈치채고 말 것입니다. “아, 이런 문체는 제미나이가 쓴 걸까, 챗지피티가 쓴 걸까?” 궁극적으로는 길거리를 보면서 AI로 디자인한 현수막을 보면서 의심하듯 말이지요.

“나는 그래도 상관없어. 내용만 괜찮으면 돼”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존하는 모든 AI의 탁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은 바로 ‘신념’입니다. AI에겐 ‘반드시 해야 한다’ ‘임에 틀림없다’가 없습니다. 그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주인님 분부대로 써드리지요, 이죠. 책만큼 메시지의 중요성을 다투는 매체도 없을진대, 이런 줏대 없는 파트너에게 주제를 던지고 책을 쓰라고 하면 그 결과는 역시 뼌하겠죠. 예를 들어 ‘부동산’을 주제로 쓴 글이라고 해도 10명이면 10명 다 똑같은 문장과 내용을 만들게 될 겁니다. 한 마디로 차별화가 안 되는 거죠.

 

자비출판처럼 굳이 돈을 내고 책을 내는 이유는 차별화 때문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선언하는 거죠. 다르다는 건 개성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역량의 차별화에 더 가까울 겁니다. 자비출판이란 내가 다른 사람보다 나은 존재라는 걸 드러내기 위한 도구인 거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딥리서치와 유사문서 뭉텅이를 한 번에 첨부해서 국수가락 뽑듯이 기계로 뽑은 글이 나을까요, 아니면 안목과 역량과 판단력을 갖춘 전문 작가의 도움을 받는 게 나을까요. 때론 프랜차이즈 국숫집이 나은 선택일 때도 있겠지만, 희소 가치를 위해 출판을 선택했다면 장인의 손맛을 믿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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