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출판으로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일러스트까지 만들 수 있을까
- 리퍼블릭 편집부

-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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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만드는 사람과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내용은 제가 쓸 건데, 책 디자인도 제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나요?”
한발 더 나아가 이런 질문도 나온다.
“본문 중간중간에 그림을 넣고 싶은데 그것도 가능한가요?”
물론, 가능하다. 오히려 이것이 자비출판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다만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든다’는 말을 조금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출판은 원고를 인쇄해 책으로 묶는 일만을 뜻하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는 원고를 정리하고, 목차와 흐름을 잡고, 문장을 다듬고, 표지와 본문을 디자인하고, 필요하다면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여러 과정이 이어진다.
기성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경우 출판사가 시장성과 독자층을 고려해 상당 부분을 결정한다. 저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표지부터 판형, 본문 구성까지 모든 것을 저자가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다.
자비출판은 조금 다르다.
비용을 저자가 부담하는 대신 책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지에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원고를 썼다고 바로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책을 만드는 사람은 흔히 원고를 완성하면 출판 준비도 거의 끝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그때부터가 시작인 경우가 많다.
글을 직업적으로 써온 사람이 아니라면 내용은 충분히 좋은데 문장의 호흡이 일정하지 않거나,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거나, 중요한 장면보다 설명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편집기획과 윤문이다.
저자가 쓴 경험과 생각은 최대한 살리되 독자가 한 권의 책으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순서를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는다. 직접 쓴 원고를 뼈대로 삼아 책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머릿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글로 정리하기 어렵다면 인터뷰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경험과 기억을 꺼내고 그것을 목차와 원고로 만드는 방식이다.
따라서 자비출판은 반드시 ‘완성된 원고를 가지고 출판사를 찾아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책 디자인도 저자의 원고에 맞춰 달라질 수 있다
책을 만들 때 저자가 가장 즐거워하는 과정 중 하나가 디자인이다.
어떤 책은 여백이 넓고 글자가 적은 작은 판형이 어울린다. 어떤 책은 사진과 자료가 많아 큰 판형과 컬러 편집이 필요하다. 에세이, 자서전, 신앙 간증집, 여행기처럼 개인적인 이야기가 중심인 책에서는 본문의 분위기가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짧은 글 한 편이 나오고 다음 페이지에 그 내용을 상징하는 그림이 놓이는 구성을 생각할 수 있다.
긴 문장으로 설명하기보다 한 장의 그림을 통해 독자가 잠시 머물도록 만드는 것이다.
책의 성격에 따라 손그림처럼 따뜻한 삽화가 어울릴 수도 있고, 단순한 선화나 수채화풍 이미지, 사진과 일러스트를 결합한 편집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예쁘게 만들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과 비슷한 책 몇 권을 찾아두는 편이 훨씬 좋다.
“이 책처럼 여백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런 느낌의 작은 삽화가 글 사이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표지는 화려하기보다 소박했으면 한다.”
이 정도의 기준만 있어도 디자이너는 저자가 원하는 방향을 훨씬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일러스트도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 수 있을까
다만 여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출판 제작 과정 안에서 책에 맞는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방법이다. 저자가 참고 이미지를 제시하고 원하는 분위기와 장면을 설명하면 그것을 기준으로 삽화의 방향을 잡는다.
다른 하나는 특정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작업을 맡기는 방법이다.
“이런 느낌으로 그려주세요”와 “이 작가에게 그려달라고 해주세요”는 전혀 다른 요청이다.
후자의 경우 작가 섭외가 필요하고, 작가의 작업비와 저작권 사용 범위 등을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 유명 작가이거나 삽화 수가 많다면 책 제작비보다 일러스트 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책을 기획할 때는 먼저 ‘누가 그릴 것인가’보다 ‘왜 그림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글로 전달하기 어려운 정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어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인지, 혹은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장치인지에 따라 그림의 형태와 수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비출판의 핵심은 ‘내 책을 내가 설계할 수 있다는 것’
자비출판을 단순히 ‘돈을 내고 책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장점을 절반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
어떤 문장을 남길 것인지, 어떤 사진을 사용할 것인지, 어느 페이지에서 독자를 잠시 멈추게 할 것인지까지 저자가 출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물론 모든 선택을 저자가 직접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판형, 활자 크기, 여백, 종이, 제본처럼 실제 책의 완성도와 관련된 부분은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경험이 필요하다. 저자의 취향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과 독자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은 때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자비출판은 저자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구현하는 작업이 아니다.
저자의 생각을 듣고 그것을 ‘책이라는 형식’에 맞게 번역하는 작업에 가깝다.
처음 책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쓴 문장이 책이 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머릿속에서만 생각했던 표지와 그림, 종이와 크기까지 하나씩 실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험 역시 특별하다.
세상에 한 권뿐인 자신의 책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내용뿐 아니라 그 내용을 어떤 모습으로 독자에게 건넬 것인지까지 결정하는 일이다.
그 자유가 필요한 사람에게 자비출판은 꽤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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