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아버지의 자서전을 대필 없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 리퍼블릭 편집부

-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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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회사 팀장 Y씨(48세)는 73세 아버지의 칠순 선물로 자서전을 기획했습니다. 대필을 맡기면 800만~1,500만 원인데, 아버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기록하는 과정 자체가 가족에게 의미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아버지 댁에서 2시간 인터뷰, 평일 저녁 30분~1시간 녹취 정리. 8개월간 이 패턴을 유지해서 A4 120매, 248페이지의 자서전을 완성했습니다. 편집+디자인+인쇄만 출판대행사에 맡겨서 총비용 380만 원.
1단계: 연대기와 사진 모으기 1~2주
Y씨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아버지의 인생 연대기를 A4 5장으로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기억하는 것과 어머니가 보충해주신 것, Y씨 본인이 아는 것을 합쳤습니다. 1950년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큰 줄기가 잡혔고, 전환점(인생의 방향이 바뀐 순간) 7개를 표시했습니다. 군 제대 후 첫 취업, 결혼, 첫 사업 실패, 재기, 아이들 교육, 은퇴, 손자 탄생.
동시에 옛날 사진을 모았습니다. 아버지 서랍에서 흑백 사진 30장, 어머니 앨범에서 가족사진 25장, 형제에게 연락해서 어릴 때 사진 15장, 총 70장. 이 사진들이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기억을 깨우는 결정적 자료가 되었습니다. 특히 군 복무 시절 사진을 보여드렸을 때 아버지가 20분 동안 멈추지 않고 이야기하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단계: 인터뷰 20회 3~7개월
매주 일요일 2시간, 총 20회, 40시간의 인터뷰. Y씨가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질문의 기술'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물으면 '뭐, 그때는 다 가난했지'로 끝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 몇 살이셨어요? 학교에서 어떻게 소식을 들으셨어요?'라고 구체적 장면을 물으면 5분, 10분, 때로는 30분 동안 기억의 문이 열립니다.
가장 강렬한 인터뷰는 12회차였습니다. 첫 사업이 실패했을 때 이야기를 하시면서 아버지가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그때 너희 엄마한테 미안해서 잠을 못 잤다'는 한 마디가 책의 가장 강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Y씨도 함께 울었습니다. 자서전 만들기의 진짜 가치는 완성된 책이 아니라 이 시간이었습니다. 48년을 함께 살았는데 몰랐던 이야기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거든요.
Y씨가 사용한 장비: 스마트폰 녹음 앱(무료). 전용 녹음기를 살 필요 없습니다. 다만 녹음 전에 반드시 아버지의 동의를 구하고, 녹음 파일은 구글 드라이브에 백업하세요. 스마트폰이 고장 나면 40시간의 녹취록이 전부 날아갑니다.
3단계: 녹취 정리와 원고 작성 : 4~8개월 (인터뷰와 병행)
녹취 40시간을 텍스트로 정리하는 데 약 100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Y씨는 매일 퇴근 후 30분~1시간씩 작업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아버지의 구어체를 살리면서도 읽히는 문장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그래가지고 인자 막 그러케 됐는디'를 '그래서 결국 그렇게 되었는데'로 바꾸되, 중요한 장면에서는 아버지의 사투리를 그대로 살려두었습니다. 사투리가 살아 있는 문장이 책에서 가장 생생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총 A4 120매. Y씨가 쓴 원고의 특징은 '깔끔하지만 약간 거친' 문체였습니다. 전문 작가의 매끄러운 문장은 아니지만, 아들이 직접 쓴 진심이 느껴지는 문장. Y씨의 판단은 '이 책의 독자는 가족과 지인이니까, 완벽한 문체보다 진심이 더 중요하다'였습니다.
4단계: 편집+디자인+인쇄 : 8개월차
Y씨는 원고를 직접 쓰고 편집·디자인·인쇄만 출판대행사에 맡겼습니다. 윤문 포함 교정교열 130만 원 — 구어체→문어체 전환의 일관성을 잡고, 반복되는 표현을 정리하고, 사실관계(연도, 지명)를 확인했습니다. 표지+내지 디자인 100만 원 — 가족 사진을 활용한 감성적 표지, 본문에 사진 30장 삽입. 사진 스캔·보정 20장 분 15만 원. 양장 인쇄 100부 135만 원. 총 380만 원.
대필을 맡겼으면 대필료만 800만~1,500만 원이었을 것입니다. Y씨가 직접 인터뷰하고 원고를 써서 대필료를 절약한 대신 약 200시간(인터뷰 40시간 + 정리 100시간 + 원고 작성 60시간)의 시간을 투입했습니다. 시간당 환산하면 2만~5만 원의 가치이지만, Y씨에게 이 시간은 '비용'이 아니라 '아버지와 보낸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칠순 잔치에서 첫 번째 책을 드렸습니다. 아버지가 표지를 보시고 한참 동안 말을 못 하셨습니다. 첫 페이지를 펼치니 군 복무 시절 흑백 사진이 있었고, 아버지가 '이걸 어디서 찾았냐'고 물으셨습니다. 가족 30명에게 나눠주고, 아버지 친구분들에게 10권을 택배로 보내드렸습니다. 일주일 뒤 아버지의 친구분 한 분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너희 아버지 책 읽으면서 울었다. 나도 이런 거 만들어줄 자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4 자비출판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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