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의 인터뷰가 가족 3대의 기록이 되기까지


1단계: 기획과 연대기 작성 / 할머니와 어머니가 함께 마주한 날
첫 미팅에는 할머니와 J씨의 어머니(할머니의 맏며느리), J씨 본인, 프로젝트 매니저(PM), 그리고 대필 작가 등 총 5명이 참석했습니다. 주요 목적은 할머니의 연대기를 완성하는 것이었으나, 할머니께서는 정확한 연도를 떠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으셨습니다. "그때가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었으니..."와 같이 사건을 자녀의 성장 과정에 기대어 기억하셨습니다. 이때 어머니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할머니께서 "그해 장마가 유독 심했다"라고 회상하시면, 어머니가 "그건 1972년 서울에 큰 홍수가 났을 때입니다"라며 연도를 정확히 짚어주셨습니다. 2시간에 걸친 미팅 끝에 A4 용지 7장 분량의 연대기가 정리되었고, 삶의 전환점 8곳이 명확히 표시되었습니다. 리퍼블릭미디어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인터뷰 질문지를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고령 의뢰인의 자서전을 기획할 때는 배우자나 자녀, 며느리 등이 연대기 작성에 동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의뢰인 홀로 연대기를 구술할 경우 시간 순서가 혼재되거나 중요한 사건이 누락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2단계: 인터뷰 10회
인터뷰는 매회 1.5~2시간씩 총 10회, 약 18시간에 걸쳐 전면 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고령의 의뢰인임을 고려하여 화상 인터뷰는 배제했으며,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할머니 댁 거실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거실에는 작가와 할머니 두 분만 자리했고, J씨와 어머니는 옆방에서 대기하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합류했습니다.
초반 1~3회차 인터뷰에서는 한국전쟁 피난 시절, 남편과의 첫 만남, 자녀 교육 등 평소에도 자주 말씀하셨던 익숙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4~5회차에 접어들며 작가의 질문이 구체적인 장면을 파고들자, 할머니의 기억도 한층 깊어졌습니다. "전쟁 때 피난을 떠나시며 집을 나설 때, 어떤 것을 챙기셨나요?"라는 질문에 할머니는 3분가량 침묵하시더니 입을 여셨습니다.
"시어머니는 쌀 한 되를 챙기라고 하셨지만, 나는 아이 옷을 챙겼고 그 때문에 시어머니께 한 대 맞았지."
이 생생한 회고는 훗날 책의 3장을 여는 중요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가장 묵직한 감동을 준 이야기는 7~8회차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남편의 사업이 실패하여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던 시절, 할머니 홀로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일곱 남매의 학비를 감당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였습니다. "새벽 4시에 시장에 나가면 다리가 너무 아파서 쪼그려 앉아 울곤 했어. 하지만 울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다시 일어나서 물건을 팔았지."
대필 과정에서 작가가 의뢰인의 삶에 깊이 공감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러한 진정성이 원고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 비용은 10회 대면 기준 450만 원이었습니다. 이는 전체 예산의 31%를 차지하지만, 결과물의 깊이를 온전히 결정짓는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만약 인터뷰를 6회로 단축했다면 150만 원을 절감할 수는 있었겠지만, 7~8회차에서 비로소 꺼내어 놓으신 '처음 말하는 이야기'는 영영 기록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3단계: 원고 집필
원고를 집필하며 작가가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할머니의 사투리를 어느 정도까지 살릴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모든 문장을 표준어로 다듬으면 할머니 고유의 목소리가 희석될 우려가 있었고, 반대로 사투리를 그대로 옮기면 주 독자층인 손녀 세대가 읽기에 불편할 수 있었습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전반적인 서술은 표준어로 풀어가되 대화나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에서는 사투리의 결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때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울면 안 되잖아. 일어나서 또 팔았어."
이와 같은 접근법은 독자의 가독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할머니의 숨결을 잃지 않는 최적의 균형점이 되었습니다. 집필에는 총 6주가 소요되었으며, A4 130매 분량이 248페이지의 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초고 완성 후 J씨의 1주간 검토, 할머니와 어머니의 2주간 검토를 거쳐 1차 수정을 진행하고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할머니의 검토 과정에서 두 가지 수정 요청이 있었습니다.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룬 에피소드 1건을 삭제하고, 특정 인물 1명의 이름을 가명으로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서전 대필의 대원칙은 의뢰인이 원치 않는 내용은 무조건 제외하는 것입니다.
4단계: 편집·디자인·인쇄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작가와는 별도로 제3의 전문 편집자가 교정교열과 윤문을 담당했으며, 이 과정에 200만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작가와 편집자를 분리하는 것은 품질 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표지와 내지 디자인에도 200만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젊은 시절 흑백 사진을 표지에 활용하여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내지에는 시대 흐름에 맞춰 35장의 사진을 적절히 배치했습니다. 특히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았던 오래된 사진 20장은 50만 원을 들여 고해상도 스캔과 복원 작업을 거쳤습니다. 150부의 양장 인쇄에는 200만 원이 책정되었습니다. 무선제본 대신 양장본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족과 친지 30여 명에게 전할 소중한 선물이기에, 책을 건네받았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존재감이 중요했습니다. 권당 약 3,000원의 추가 비용(150부 기준 약 45만 원)이 발생했지만, J씨는 "친척분들이 이 책을 서랍 속에 방치하지 않고 거실 책장에 오래도록 꽂아두게 하려면 양장의 무게감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현명하게 판단했습니다.
5단계: 팔순 잔치에서
마침내 팔순 잔치 당일, 완성된 첫 번째 책을 할머니께 안겨드렸습니다. 표지에 실린 당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시고는 "이게 나야?"라며 놀라워하셨습니다. 첫 장을 조심스레 펼쳐 읽으시던 할머니는 이내 읽기를 멈추고 한참 동안 책을 품에 꼭 안고 계셨습니다. 가족 30명에게 책을 나누어 드리고, 할머니의 지인분들께도 10권을 택배로 발송했습니다. 한 달 뒤, 할머니의 동창회 모임에 다녀온 J씨에게서 반가운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할머니 책을 보시고는 본인들도 이런 자서전을 만들고 싶다는 분이 세 분이나 계셨어요." 한 개인의 자서전이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같은 시대를 살아온 세대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낸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총비용 구성
기획 및 연대기 작성: 100만 원
인터뷰 10회 (전체 대면): 450만 원
원고 집필 (248p): 350만 원
편집 (윤문 포함): 200만 원
표지 및 내지 디자인: 200만 원
사진 스캔 및 보정 (20장): 50만 원
양장 인쇄 150부: 200만 원
합계: 1,550만 원 (형제 5명 분담 시 1인당 310만 원)
초기 견적은 1,300만 원이었으나, 원본 상태가 열악한 옛 사진 20장의 전문 스캔 및 보정 비용(50만 원)이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애초 8회로 기획되었던 인터뷰 역시 할머니께서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라고 하셔서 2회를 연장(100만 원)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최종 비용은 1,550만 원이 되었지만, 5명의 형제 모두 "결과물을 생각하면 추가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라며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출처: 저작권법,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4 자비출판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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