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대필작가의 역할은? 디테일, 맥락, 독서경험 설계
- 리퍼블릭 편집부

- 4일 전
- 2분 분량

안녕하세요. 10년째 대필작가로 출판 사업을 이끌고 있는 리퍼블릭미디어 대표작가입니다.
자비출판 쪽에서는 요즘은 손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거의' 없다고 표현한 게 1년 전인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고 해야 할 정도로 상담 요청을 오는 사람마다 거의 AI로 쓴 초안을 가지고 옵니다.
며칠 전에도 저희 출판사에 자비출판 원고를 투고한 분의 메일 상담 요청이 있었는데요.
경제학 박사이자 미국 연준에 소속된 이력을 가진 분이셨는데 원고 초안이 AI로 작성돼 있었어요.

애를 써서 초안을 쓰셨겠지만 이런 기획안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책을 처음 내는 초심자가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 AI 특유의 "아첨" 요소로 인해
자신이 쓴 원고가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해서는 이전에도 칼럼으로 써드렸지요.
그리고, 답장을 이렇게 써드렸어요.
O작가님께.
안녕하세요, 저자님. 보내주신 원고와 기획서를 검토했습니다.
우선 금융·경제 전문가로서 일궈오신 학문적 성취에 더해,
오랜 시간 동서양 철학과 마음공부를 아우르며 이처럼 깊이 있는 인문교양서를 집필하신 노고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본 원고는 현대인의 불안과 고통의 구조를 다루며 동서양 사상과 현대 과학,
심리학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 기획 의도가 매우 훌륭합니다.
다만 출판 시장과 실제 독자층의 가독성 측면에서 검토한 결과,
출간 전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치명적인 요소가 확인되어 솔직한 의견을 전달드립니다.
원고 검토 총평 및 보완이 필요한 이유
AI 구성 초안으로 인한 가독성 저하
원고 전반에서 AI 도구를 활용해 목차와 체계를 정리하신 흔적이 엿보입니다.
AI 구성 초안의 특성상 명확한 문장 정리는 되어 있으나, 문장의 템플릿화와 내용의 중복 발생으로 인해 읽는 흐름이 단조롭고 가독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독자가 긴 호흡으로 읽어 내려가야 할 인문교양서에서 이러한 단조로움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기획의 부재 및 문체 리라이팅 필요성 저자님이 지닌 독보적인 이력(경제학자이자 마음공부 연구자)과 조부님에 대한 헌사 등 매력적인 서사가 원고에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으로 들어서면서 학술적 개념의 나열과 유사한 구조의 단락 반복이 이어지며, 상업 출판 도서로서 독자를 끌어당길 만한 '출판 기획적 날카로움'이 희석되어 있습니다.
학술서가 아닌 대중적 인문교양서로 스티디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AI 초안의 한계를 벗겨내고 저자님 고유의 담백하면서도 전문적인 톤을 살려 매끄럽게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여전히 AI 시대에도 출판 과정에서 에디터이자
작가의 도움, 요컨대 '휴먼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3가지인데요.
디테일, 맥락, 독서경험 설계 때문입니다.
간단히 설명드려보자면
디테일
AI 문체는 영어로 개발된 프로그램의 특성상 번역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문체 때문에 가독성이 팍팍 떨어지죠.
같은 맥락에서 접속사 사용, 비약 없는 생각의 논리 전개 능력은
AI의 완전성이 역으로 불완전한 인간의 암묵지를 표현하는 것에 비해
지루합니다. 이는 경험과 암묵지를 갖춘 인간 에디터의 손을 거쳐서
비로소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문체로 바뀔 수 있습니다.
2. 맥락
AI는 의외로 맥락을 잘 놓칩니다. A라는 내용을 다음 B라는 내용과
연결할 때 그 인과관계를 기계적으로 설명합니다.
반면에 대필작가는 문단의 연결을 스토리텔링의 관점으로 봅니다.
인간사의 인과관계는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는데, 이는 읽는 사람의
독서 경험을 맥락으로 설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 작가의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3. 독서경험
AI는 인간의 불완전한 독서 경험을 수학적으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쉽게 말해 독자가 어떤 글을 읽었을 때 왜 지루해하는지,
어떤 글을 재밌게 흡입력 있게 읽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죠. (아마 이건 데이터화하기 어려운 부분 같습니다.
인간의 상상력과 연관된 요소 때문이죠)
좋은 대필작가는 좋은 독자이기도 해서, 이러한 유의미한 독서경험을
이끌어내려면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AI로 쓴 글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AI로 쓴 글이 출판기획도 없이 그대로 출판 가치가
있는 콘텐츠라고 말해선 안 될 것입니다.
경험과 지식이 없는 초보 작가라면 더더욱 그렇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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