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백서 편집의 기술 2편: 책의 분량보다 먼저 생각해볼 부분


책을 읽을 사람이 정해지면, 다음에는 원고 분량을 살펴보게 됩니다.
이번 백서 회의에서도 그랬습니다. 대표님이 들려준 직원들의 이야기는 풍부했습니다. 그런데 편집자에게 전달된 글은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직원들이 처음 쓴 글은 더 길었다고 합니다. 내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빠진 것입니다.
원고를 짧게 정리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짧아졌다고 해서 중요한 내용이 잘 담긴 것은 아닙니다.
먼저 봐야 할 것은 글의 길이가 아니라, 독자가 이해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 남아 있는지입니다.
결과만 보여주면 과정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의 이야기가 이렇게 정리되어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낯선 업무를 익힌 뒤 회사의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문장으로 경력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이 어려웠을까요? 어떻게 일을 배웠을까요? 언제부터 자신의 역할에 책임감을 느꼈을까요?
직원의 가족에게 그 사람의 수고를 전하려는 책이라면, 이런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결과만 적으면 “중요한 일을 맡았구나”까지는 알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담겨야 “그 일을 해내기 위해 많이 노력했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칭찬하는 문장을 더 넣기보다, 왜 칭찬할 만한지 독자가 알 수 있게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길게 써 주세요”보다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원고가 부족해 보일 때 “조금 더 길게 써 주세요”라고 부탁하면, 글을 쓴 사람도 난감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더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미 쓴 내용을 반복하거나, 막연한 소감을 덧붙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대신 질문을 구체적으로 바꿔 보세요.
처음 그 일을 맡았을 때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요?
잘 모르는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물어봤나요?
여러 방법 중 무엇을 선택했고, 왜 그렇게 했나요?
그 일을 겪은 뒤 업무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내가 이 일을 맡고 있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편집자는 이야기를 대신 만들어 넣는 사람이 아닙니다. 글쓴이가 실제로 겪었지만 원고에는 쓰지 않은 경험을 펼쳐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익숙한 일도 가족에게는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회의에서는 무역 담당자의 경험도 나왔습니다.
물건이 먼 항로를 돌아 들어와야 했던 일이었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일 수 있지만, 직원의 가족은 처음 듣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을 책에 담으려면 다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왜 먼 항로로 돌아와야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담당자가 무엇을 확인하고 누구와 연락했는지
어떻게 대응했고 결과는 어땠는지
이런 내용을 담으면 ‘무역 담당자’라는 직함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일이 보입니다.
다만 회의에서 들은 짧은 설명만으로 이야기를 완성하면 안 됩니다. 당시 상황과 대응, 결과를 당사자에게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더 실감 나게 보이도록 꾸미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풀어 쓰는 것입니다.
빠진 경험을 살릴지, 새 주제를 넣을지
원고를 보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기존 글에서 빠진 경험을 다시 살리는 것입니다. 처음 원고에서 줄어든 부분이나, 글쓴이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쓰지 않은 내용을 살펴봅니다.
두 번째는 책에서 아직 다루지 않은 주제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이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한 사업
해외 현장에서 일하며 겪은 생활
직원들이 오랫동안 함께해 온 활동
서로 다른 부서가 힘을 모아 해결한 일
하지만 책이 얇아 보인다는 이유로 모든 이야기를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이번 책에 필요한 이야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 책이 직원과 가족을 위한 책이라면,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다.
“이 이야기가 직원이 해 온 일과 그 수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그 기준에 맞는 내용부터 보완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도 이야기에 맞게 고르세요
사진이 많다고 책의 내용이 풍부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 공장 사진이 수십 장 있어도 비슷한 건물 모습만 반복된다면, 독자는 새로운 내용을 알기 어렵습니다.
사진을 고를 때도 역할을 생각해야 합니다.
글에서 설명한 장소를 보여 주는가?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는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보이는가?
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 주는가?
사진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장면은 글을 줄여도 됩니다.
반대로 사진만으로 알 수 없는 배경은 짧게라도 설명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모습인지 알려 주는 것입니다.
글과 사진이 각각 무엇을 전달할지 정한 뒤에 페이지 수를 가늠하는 편이 좋습니다.
직원들의 글을 모두 같은 길이로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직원은 짧고 담백하게 씁니다. 어떤 직원은 여러 사건과 생각을 길게 풀어냅니다.
이 차이를 무조건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짧은 글에도 하나의 경험이 충분히 담길 수 있습니다. 여러 번 역할이 바뀌었거나 중요한 선택을 거친 이야기라면 더 긴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같은 글자 수를 요구하기보다, 각 글을 읽고 다음을 살펴보세요.
이 글이 전하려는 경험은 무엇인가?
처음 읽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가?
중요한 배경이나 과정이 빠져 있지 않은가?
같은 설명이 반복되지는 않는가?
문장은 읽기 좋게 다듬되, 사람마다 다른 말투와 관심사는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직원들의 글을 모두 같은 목소리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백서 흐름에 부족한 점 살펴보기
글자 수로 예상 페이지 수를 계산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책의 실제 분량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크기, 글자 크기, 여백, 사진과 그림의 비중에 따라 페이지 수는 달라집니다.
주요 원고와 사진을 모은 뒤, 실제 책처럼 몇 페이지를 만들어 보면 판단하기 쉽습니다.
글자가 편하게 읽히는지
사진이 적당한 크기로 보이는지
글과 사진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이때 구분해야 합니다.
“페이지가 적어서 아쉬운가요, 이해에 필요한 이야기가 빠져서 아쉬운가요?”
설명이 빠졌다면 보완해야 합니다. 하지만 필요한 이야기가 충분히 담겼다면, 분량을 억지로 늘리지 않아도 됩니다. 가볍게 읽히는 책으로 완성해도 좋습니다.
다음에는 이렇게 모은 글과 사진을 정리할 차례입니다. 누가 작업하더라도 같은 내용을 기준으로 편집할 수 있도록, 원고와 자료를 한 벌로 갖추는 일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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