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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 제작이 처음이라면, 먼저 ‘일의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2일 전
  • 4분 분량

백서 제작이 처음이라면, ‘일의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리퍼블릭미디어 백서제작 대표 작가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처음 백서 제작을 맡게 되면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것은 대개 비슷합니다.

“예산을 얼마 정도 잡아야 할까요?”

백서의 페이지 수, 인쇄 부수, 종이 사양을 정하고 업체에 견적을 요청하면 대략적인 금액은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받은 견적이 최종 제작비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백서는 단순히 원고를 받아 예쁘게 편집하고 인쇄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 부서에 흩어진 자료를 모으고, 중복된 내용을 정리하고, 빠진 성과를 확인하고, 기관의 시간과 사업을 하나의 흐름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이후에도 수차례의 교정과 내부 검토, 사진 확인, 사실관계 검증이 이어집니다.

따라서 백서를 가성비 있게 제작하려면 무조건 싼 업체를 찾기보다, 먼저 기관이 맡길 업무와 직접 수행할 업무를 정확하게 나눠야 합니다.

페이지 수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

백서 제작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책의 두께가 아닙니다.

누가 원고를 만들고, 누가 자료를 정리하며, 어디까지 취재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각 부서에서 완성된 원고와 사진을 제공하고 제작사는 편집과 디자인만 담당한다면 비교적 단순한 과업이 됩니다. 반대로 회의록, 보도자료, 사업계획서, 실적자료만 전달한 뒤 제작사가 내용을 선별하고 원고까지 작성해야 한다면 같은 200쪽이라도 업무량은 크게 늘어납니다.

백서 제작을 의뢰하기 전에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기관에서 완성된 원고를 제공할 수 있는가.

둘째, 제작사가 자료를 재구성하고 집필해야 하는가.

셋째, 관계자 인터뷰와 사진 촬영까지 필요한가.

이 구분이 선명할수록 불필요한 견적 상승과 계약 이후의 마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취재보다 자료 정리 체계를 먼저 만들 것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줄여야 할 항목은 무조건 페이지 수가 아닙니다. 별도의 현장 취재와 촬영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관계자 인터뷰가 필요하다면 대면 인터뷰 대신 서면 질의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무자가 질문에 답변하고, 제작사가 이를 원고 형태로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사진 역시 모든 사업을 새로 촬영하기보다 기관이 보유한 기록사진을 먼저 선별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다만 기존 사진을 사용할 때는 원본 파일의 해상도, 촬영 시점, 사진 설명, 초상권과 저작권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기관 내부에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제작사는 취재보다 기획과 편집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예산 안에서도 원고의 완성도와 디자인 품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러 권을 만든다고 제작 기간이 단순히 나뉘지는 않습니다

기관에서는 백서를 여러 권으로 순차 발간하면 제작 기간도 권별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제작 과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여러 권의 책이라도 전체 목차, 디자인 체계, 용어, 연도 표기, 기관명, 사업명, 사진 캡션의 기준은 동일해야 합니다. 한 권씩 따로 마감하면 앞서 결정한 기준이 뒤의 책에서 달라지거나, 같은 내용이 여러 권에 중복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히 전체 분량이 500쪽을 넘는 백서는 원고 검토와 교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500쪽 이상의 기관 백서는 통상 약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따라서 여러 권을 제작할 때는 인쇄만 순차적으로 진행하더라도 기획과 원고 정리는 전체를 함께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2천만 원 안팎의 예산이라면 모든 것을 맡기기 어렵습니다

공공기관에서는 수의계약 기준 등을 고려해 2천만 원 안팎으로 예산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여러 권, 수백 페이지의 백서를 이 예산 안에서 제작해야 할 때입니다. 이 경우 기획, 취재, 집필, 촬영, 디자인, 교정, 인쇄를 모두 포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기관이 수행할 업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기관에서는 부서별 자료 취합, 기본 사실 확인, 사진 원본 확보, 내부 검토 창구 통합을 맡는 것이 좋습니다. 제작사는 전체 구성 기획, 원고 윤문과 재구성, 편집디자인, 교정 관리, 인쇄 제작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나눌 수 있습니다.

특히 내부 검토 창구는 한 명 또는 소수로 통합해야 합니다. 여러 부서가 각자 수정 의견을 전달하면 같은 문장이 반복해서 바뀌고, 디자인까지 연쇄적으로 수정됩니다. 이 과정이 길어질수록 일정과 비용 모두 늘어납니다.

분량을 줄이기 전에 중복을 줄여야 합니다

예산이 부족하면 가장 쉽게 떠올리는 방법은 페이지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글자 수를 줄이면 백서의 의미까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먼저 여러 부서의 원고에서 반복되는 기관 소개, 사업 배경, 정책 설명을 정리해야 합니다.

공통 내용은 앞부분에서 한 번 설명하고, 개별 사업에서는 성과와 사례를 중심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본문에 모든 자료를 넣을 필요도 없습니다. 세부 수치, 연혁, 조직도, 사업 목록은 부록이나 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긴 인터뷰 역시 전체 내용을 싣기보다 핵심 발언과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분량을 줄이는 목적은 내용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이해해야 할 정보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데 있습니다.

인쇄 사양은 마지막에 조정해야 합니다

예산을 맞추기 위해 처음부터 종이와 후가공만 줄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인쇄 사양도 제작비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백서 전체 예산에서 가장 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곳은 원고와 수정 과정입니다.

고급 수입지, 특수 코팅, 박 인쇄, 양장 제본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단정한 백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표준 규격의 판형, 일반적인 컬러 인쇄, 무선 제본을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종이 비용을 조금 아끼기 위해 가독성을 희생해서는 안 됩니다. 사진이 많은 백서는 종이의 색감과 인쇄 재현성을 확인해야 하고, 본문 중심의 백서는 장시간 읽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은 종이를 선택해야 합니다.

인쇄 사양은 원고 분량과 부수가 확정된 뒤 전체 예산 안에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견적서는 금액보다 업무 항목을 봐야 합니다

백서 제작 견적을 비교할 때 총액만 보면 업체마다 가격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업체는 단순 편집만 포함하고, 다른 업체는 자료 분석과 원고 윤문까지 포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정 횟수, 디자인 시안 수, 사진 보정 범위, 인쇄 부수 역시 다를 수 있습니다.

견적서에는 최소한 다음 내용이 구분되어 있어야 합니다.

기획과 목차 구성, 자료 정리와 집필, 원고 윤문, 편집디자인, 교정·교열, 사진 보정, 인쇄와 제본, 납품과 배송입니다.

각 항목의 범위가 적혀 있어야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서 제작 일체”처럼 범위가 모호한 견적은 계약 단계에서는 간단해 보여도 실제 제작이 시작되면 해석 차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첫 백서일수록 일정표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백서 제작에서 가장 자주 늦어지는 단계는 디자인이 아닙니다.

부서별 자료 취합과 내부 검토입니다.

자료 제출일을 정해도 일부 부서의 원고가 늦어지고, 담당자가 바뀌거나, 사업 실적이 확정되지 않아 일정이 미뤄질 수 있습니다. 초안이 나온 뒤에는 여러 부서에서 서로 다른 수정 의견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전체 제작 일정에는 원고 작성 기간뿐 아니라 자료 보완, 내부 회람, 간부 검토, 최종 승인 기간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특히 최종 인쇄일만 정해 놓고 앞 단계의 마감일을 정하지 않으면 마지막에 모든 업무가 몰리게 됩니다.

백서는 제작사 혼자 만드는 책이 아닙니다. 기관 내부의 자료 제출과 검토가 함께 움직여야 완성되는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좋은 백서는 비싼 백서가 아니라 범위가 선명한 백서입니다

가성비 있는 백서는 가장 낮은 견적의 백서가 아닙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꼭 필요한 업무에 비용을 집중하고, 기관이 직접 할 수 있는 업무는 내부에서 준비한 백서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자료가 완벽하게 준비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자료를 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지, 제작사에 어디까지 맡길 것인지, 최종 의사결정자는 누구인지 정도는 명확해야 합니다.

백서를 처음 제작하는 담당자라면 페이지 수와 인쇄 부수부터 정하기보다 다음 질문에 답을 해보면서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백서를 누가 읽을 것인가.

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기관은 어떤 자료까지 제공할 수 있는가.

제작사에는 어떤 전문 업무를 맡길 것인가.

이 네 가지가 정리되면 예산과 분량, 제작 방식도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백서 제작비를 절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과물의 품질을 낮추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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