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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필은 어떻게 진행될까? 인터뷰보다 오래 걸리는 8개월의 진실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10시간 전
  • 3분 분량

책 대필은 한 사람의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고, 그 기록을 제3자가 읽어도 사실관계가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아래 사례는 여러 자서전·경영서 상담과 제작 과정에서 반복된 상황을 바탕으로 개인정보와 세부 수치를 바꿔 재구성했다. 특정 의뢰인의 실제 프로젝트를 그대로 공개한 기록은 아니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첫 달: 연표를 받았는데 날짜가 다른 경우

30년 동안 외식업을 운영한 60대 대표가 은퇴를 앞두고 경험을 남기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첫 미팅에서 그는 창업, 첫 가맹점, 부도 위기, 재기, 감염병 시기의 위기를 A4 다섯 장 연표로 정리해 왔다. 문제는 첫 가맹점 개점 연도가 연표와 회사 소개서, 오래된 기사에서 각각 달랐다는 점이다.

기억이 나빠서가 아니다. 사람은 인생을 달력처럼 저장하지 않는다. 중요한 장면과 감정을 중심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대필 작가는 첫 인터뷰 전에 연표를 완성하려 들지 않는다. ‘확정’, ‘추정’, ‘추가 확인’으로 나누고 사업자등록증, 계약서, 기사, 사진 촬영일, 당시 직원의 증언을 붙인다. 이렇게 정리한 연표는 목차를 짜는 자료이면서 이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기준이 된다.

2~4개월: 좋은 질문보다 OO이 원고를 만든다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에는 익숙한 성공담이 돌아오기 쉽다. ‘그날 직원에게 어떤 말을 했나요?’, ‘집에 돌아가 가족에게도 말했나요?’, ‘다음 날 통장 잔액은 기억나나요?’라고 묻기 시작하면 장면이 생긴다. 처음에는 여러 번 이야기해 온 익숙한 성공담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상황을 되묻다 보면 책에 담을 만한 장면과 감정이 드러난다.

다만 감정이 진하다고 모두 책에 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처, 가맹점주, 가족의 실명과 분쟁 내용은 별도 사실확인표에 옮긴다. 공개 필요성, 증빙, 상대방 식별 가능성, 동의 여부를 검토한다. ‘사실이면 써도 된다’는 말은 한국 출판 실무에서 위험한 오해다.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 문제가 될 수 있고, 공공의 이익 등 요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개인의 회고록은 법률 전문가의 사전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 생길 수 있다.

대필 원고의 법률 검토는 거짓 내용을 가려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라도 타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5~6개월: 의뢰인의 말투를 그대로 쓰면 오히려 의뢰인답지 않다

인터뷰 녹취를 문장으로 그대로 옮기면 반복, 생략, 지시어가 많아 독자가 따라가기 어렵다. 반대로 작가가 지나치게 매끈하게 다듬으면 ‘내가 이런 말을 했나?’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문제를 줄이려면 집필에 앞서 저자의 문체 기준을 정해 두는 것이 좋다. 문장 길이, 자주 쓰는 단어, 유머의 강도, 업계 용어 설명 방식, 실패를 말하는 태도를 한 페이지에 기록한다.

첫 등장은 대표 문장으로 살리고, 이후에는 직원 급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숫자를 관리했는지 장면으로 증명한다. 사투리나 구어체도 지나치게 많이 쓰면 오히려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말투의 특징은 필요한 대목에서만 살리는 편이 자연스럽다.

7개월: 수정 요청이 많아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초고에는 실명 삭제, 가족 비중 조정, 수치 수정 같은 요청이 들어온다. 수정 건수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더 위험한 것은 의뢰인이 불편한 기억을 통째로 지우려 할 때다. 실패를 모두 없애면 책은 홍보 브로셔가 되고, 실패를 자극적으로 키우면 신뢰를 잃는다. 당시 판단, 결과, 지금의 해석을 분리하면 과장 없이 긴장을 살릴 수 있다.

사실확인표에는 최소한 주장, 근거 자료, 확인자, 익명화 방식, 공개 동의, 최종 문구를 남긴다. 재무 수치는 ‘자릿수를 조정’하기보다 범위로 표현하거나 공개 가능한 근거를 확인한다. 근거 없이 숫자를 줄이거나 반올림하면 나중에 다른 자료와 맞지 않는다. 읽기 좋게 다듬은 숫자가 오히려 사실관계를 흐릴 수 있다.

8개월: 원고가 끝나기 전에 계약 내용을 다시 확인한다

대필 계약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은 저작권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상담 사례는 저작재산권이 계약을 통해 양도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작인격권과 성명표시 문제는 별도로 다뤄야 한다. 누가 저작자로 표시되는지, 대필 작가의 이름을 공개할지, 원고를 강연·전자책·오디오북·해외판에 재사용할 수 있는지, 인터뷰 녹음과 녹취를 언제 폐기할지를 계약서에 적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권, 전자출판 배타적발행권, 저작재산권 양도, 저작물 이용 등 목적별 표준계약서를 제공한다. 대필 계약과 출판 계약은 같은 계약이 아니다. 원고를 누가 만들고 권리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대필 계약에서, 출판·유통의 범위와 기간은 출판 계약에서 나눠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대필 작가를 고를 때 원고 샘플보다 먼저 물을 것

 인터뷰 전에 연표와 자료 목록을 어떻게 만드는가

  기억과 기록이 충돌하면 어떤 기준으로 확인하는가

  제3자 실명·분쟁·의료·재무 정보는 누가 검수하는가

  저자 목소리 규칙과 수정 승인 절차가 있는가

  녹음·녹취·사진의 보관 기간과 폐기 방식은 무엇인가

비용이 부담된다면 ‘반대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저자가 쓴 초고의 분량만 보고 견적을 정하면 안 된다. 구조가 잡혀 있고 사례의 근거가 정리된 초고라면 리라이팅으로 충분하지만, 사실 확인과 인터뷰를 처음부터 해야 한다면 작업량은 풀대필에 가까워진다. 초고가 있더라도 추가 인터뷰와 사실 확인, 구조 재편이 많이 필요하다면 풀대필에 가까운 비용이 들 수 있다.

좋은 대필의 결과는 의뢰인의 말투를 흉내 낸 원고가 아니다. 의뢰인이 ‘내 이야기’라고 느끼면서도, 처음 만난 독자가 맥락을 이해하고, 책에 등장한 제3자의 권리까지 함부로 침해하지 않는 원고다.

참고 자료

한국저작권위원회, 월간 주요 저작권 상담사례(저작재산권 양도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10종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제12조 성명표시권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상 사실 적시 및 출판물 명예훼손 관련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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