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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이렇게 부탁하면 수월합니다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7시간 전
6분 분량

출간을 두 달쯤 앞둔 저자분과 원고 마무리 회의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교정지를 덮고 나서 저자분이 휴대전화를 한참 만지작거리셨습니다. 화면에는 대학 시절 은사님께 보낼 메시지가 몇 줄 쓰였다 지워졌다를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추천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막상 연락드리려니 너무 죄송해서요.”

출간을 앞둔 저자분들께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저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추천사를 부탁하는 일은 상대에게 귀한 시간을 내어 달라는 부탁이니까요. 책 한 권을 읽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합니다. 어느 쪽도 가볍지 않지요.

그래서 저는 부탁을 수월하게 만드는 방법이 사실 하나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들여야 할 시간을 줄여 드리는 것입니다. 무엇을 함께 드리고 어떻게 청하느냐에 따라, 같은 부탁도 받는 쪽이 느끼는 무게가 달라집니다. 그날 저자분과 저는 지운 메시지를 다시 쓰기 전에 이것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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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부탁할까

먼저 누구에게 청할지부터 정합니다. 추천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추천사가 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대상

추천사의 성격

살필 점

같은 분야 전문가

내용의 신뢰를 보증

책의 주제와 맞아야 합니다

함께 일한 사람

저자를 아는 사람의 증언

관계가 드러나도 괜찮습니다

독자 대표

읽는 사람의 반응

꾸밈없는 글이 설득력 있습니다

알려진 인물

주목도를 높임

책과 접점이 없으면 공허합니다

기관이나 단체

공적 성격을 더함

절차와 시간이 걸립니다

‘알려진 인물’은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이름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부탁하면 추천사가 형식적으로 나오기 쉽습니다. 책을 읽지 않고 쓴 글은 읽는 사람이 먼저 알아채지요. 어느 책에 붙여도 말이 되는 두 줄은 오히려 책을 가볍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주목도보다 접점이 있는지를 먼저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반대로 ‘함께 일한 사람’의 추천사는 자서전이나 기업인의 책에서 특히 힘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곁에서 겪어 본 사람의 증언은 다른 누구도 대신 쓸 수 없는 글이니까요. 그날 저자분이 떠올린 은사님도, 스무 살 무렵의 저자를 기억하는 거의 유일한 분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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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포인트

부탁을 수월하게 만드는 방법은 상대의 시간을 줄여 드리는 것입니다. 이름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부탁하면 형식적인 글이 나오기 쉽습니다. 겪어 본 사람의 증언은 다른 누구도 쓸 수 없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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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부탁할까

원고가 확정된 뒤 부탁하고, 기한을 드리고, 받은 뒤에는 확인과 감사로 마무리합니다.
원고가 확정된 뒤 부탁하고, 기한을 드리고, 받은 뒤에는 확인과 감사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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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는 무엇보다 때가 중요합니다. 시점을 놓치면 받기 어려워지고, 받더라도 서로 쫓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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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고가 확정된 뒤에 부탁합니다. 교정 중인 원고를 드리면 나중에 내용이 달라집니다.

  • 넉넉하게 시간을 드립니다. 저는 인쇄 발주 4주 전쯤을 하나의 기준으로 봅니다. 읽고 쓰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 회신 기한을 분명히 적습니다. 열어 두면 미뤄집니다.

  • 표지 작업 일정과 맞춥니다. 뒤표지에 넣으려면 그 전에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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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넉넉한 시간’이 가장 자주 어긋납니다. 인쇄 직전에 부탁하면 상대는 거절하기도 난처하고, 제대로 읽을 시간도 없습니다. 결국 서로에게 아쉬운 글이 남지요.

‘회신 기한’도 중요합니다. “편하실 때 주세요”라고 하면 대개 잊힙니다. 상대가 무심해서가 아니라 바빠서입니다. 날짜를 정해 드리고, 어려우면 편히 알려 달라고 하시는 편이 서로 마음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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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함께 보내드릴까

부탁하실 때 함께 담아 보내드리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상대가 따로 되묻지 않아도 되도록 한 번에 챙겨 드리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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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고 전문. 또는 읽기 좋게 정리한 교정본입니다.

  • 핵심 장 안내. 시간이 부족하면 어디를 보면 되는지 알려 드립니다.

  • 책 소개. 어떤 책인지 한 문단으로 정리합니다.

  • 저자 소개. 상대가 저자를 잘 알더라도 공식 소개가 있으면 편합니다.

  • 분량 안내. 몇 자쯤이면 좋을지 알려 드립니다.

  • 표기 방식. 이름과 직함을 어떻게 적을지 확인합니다.

  • 회신 기한과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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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상대의 부담을 가장 크게 덜어 드리는 것이 ‘핵심 장 안내’입니다. 바쁜 분이라면 두툼한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어렵습니다. “이 책의 중심은 3장과 5장입니다”라고 한 줄만 적어 드려도, 그 부분을 읽고 마음을 담아 쓰실 수 있지요.

‘분량 안내’도 꼭 넣으시길 권합니다. 몇 자를 써야 할지 모르면 펜을 들기가 어렵습니다. 뒤표지에 들어간다면 200자에서 400자 사이를 말씀드리는 경우가 많은데, 지면에 따라 달라지니 디자인 쪽과 먼저 맞춰 보시면 좋습니다.

‘표기 방식’은 인쇄한 뒤에는 고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사이 직함이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 본인께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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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하는 글에 담을 것

그날 저자분과 함께 메시지를 처음부터 다시 썼습니다. 요청하는 글에는 다음 다섯 가지가 들어가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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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합니다.

  • 왜 이분께 부탁드리는지 적습니다. 구체적인 이유가 있으면 좋습니다.

  • 무엇을 부탁드리는지 씁니다. 분량과 기한입니다.

  • 어디에 실리는지 알려 드립니다. 뒤표지인지 책 앞쪽인지입니다.

  • 어려우시면 편히 거절하셔도 된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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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핵심은 ‘왜 이분께 부탁드리는지’입니다. “유명하셔서”가 아니라 “이 책의 ○○장이 선생님께서 해 오신 일과 닿아 있어서”라고 적으면 부탁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받는 분도 ‘아, 내가 써야 할 까닭이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시게 되지요.

마지막의 ‘편히 거절하셔도 된다’는 말도 꼭 넣어 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거절할 여지를 열어 두면 오히려 답이 빨리 오는 경우가 많다고 느낍니다. 부담을 느끼면 답을 미루게 되니까요. 그날 저녁 저자분은 메시지를 보내셨고, 며칠 뒤 은사님께 기꺼이 쓰겠다는 답을 받으셨다고 전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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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가 없어도 되는 책

그렇다고 모든 책에 추천사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없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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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과 지인에게만 나누는 자서전. 추천사가 격식을 더하지만 사적인 성격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 비매품 기록물. 내부 배포라면 추천사보다 발간사가 자연스럽습니다.

  • 저자가 이미 그 분야에서 알려진 경우. 저자 이름이 추천사 역할을 합니다.

  • 제3자의 평가가 어울리지 않는 책. 일기나 사적인 기록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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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매품 기록물’은 조금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사사나 백서에는 추천사 대신 발간사나 인사말이 들어갑니다. 발행하는 곳의 대표가 왜 이 기록을 남기는지 직접 밝히는 글이라, 바깥사람이 보증하는 추천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에게 받을지보다 추천사를 넣을지부터 먼저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받으면 형식적인 글이 들어가고, 그것이 오히려 책의 인상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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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뒤에

추천사를 받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받은 뒤의 몇 가지가 그 관계를 오래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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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탈자만 확인하고 내용은 고치지 않습니다.

  • 줄여야 한다면 반드시 동의를 구합니다.

  • 이름과 직함을 다시 확인합니다.

  • 인쇄 전에 최종 형태를 보여 드리면 좋습니다.

  • 출간 뒤에 책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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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줄여야 한다면 동의를 구한다’는 분쟁이 생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뒤표지 공간이 모자란다고 몇 문장을 임의로 덜어 내면 뜻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추천사도 쓴 사람의 저작물입니다. 저작권법 제13조는 저작자에게 저작물의 내용과 형식을 그대로 유지할 권리를 주고 있고,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도 단순한 오탈자 수정을 넘는 삭제나 변경은 저작자의 동의 없이 할 수 없다고 안내합니다.

마지막의 ‘책을 보내드린다’도 빠뜨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성껏 글을 써 주셨는데 정작 책을 받지 못하면 서운하실 수 있습니다. 출간 직후 짧은 손편지 한 장과 함께 보내드리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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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는 책 바깥에서도 쓰입니다

추천사의 쓰임은 뒤표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책이 나온 뒤에도 여러 곳에서 다시 불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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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의 도서 페이지에 들어가 구매를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 보도자료에 인용됩니다. 제3자의 평가라 기사에 쓰이기 좋습니다.

  • 서평단 모집 글과 홍보 게시물에 쓰입니다.

  • 강연 섭외 자료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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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가운데 보도자료에 인용될 때가 특히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저자가 자기 책을 설명하는 문장과 다른 사람이 평가한 문장은 무게가 다르니까요. 식당 주인이 자기 음식을 자랑하는 말보다 단골손님의 한마디가 더 미덥게 들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 문장들이 여러 곳에 되풀이해 등장하면 검색 결과에도 남습니다. 책 제목과 추천인의 이름이 함께 나오는 정보가 쌓이는 셈이지요. 생성형 AI도 공개된 글을 참고해 답하는 경우가 많으니, 추천사 속 평가가 그 책을 설명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쓰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문장이 쓰일지는 그때그때 다릅니다.

그러니 추천사를 뒤표지 장식으로만 보지 마시고, 여러 곳에 쓰일 자료로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추천사가 인용하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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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남는 기록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추천사는 책에 남는 관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판권면에 만든 사람들의 이름이 남듯, 추천사에는 이 책을 함께 지지해 준 사람의 이름이 남습니다. 자서전이나 사사라면 더욱 그렇지요. 몇 년 뒤 이 책을 펼친 사람은 추천사를 통해 그 시절의 관계를 읽게 됩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부탁할지 정하실 때 홍보 효과만 보지 마시고, 이렇게 한 번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이 책에 이름이 함께 남아도 좋을 사람인가?’

그 기준으로 고른 분들의 추천사가 대체로 더 좋은 글이기도 했습니다. 그날 휴대전화를 오래 만지작거리던 저자분이 결국 은사님을 고르신 것도 아마 같은 이유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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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몇 명에게 받는 게 적당할까요?

두세 명이 흔합니다. 많으면 하나하나의 무게가 줄고 지면도 모자랍니다. 같은 분야 전문가와 함께 일한 사람처럼 성격이 다른 분들로 꾸리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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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나요?

흔한 일이니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쁘시거나 분야가 맞지 않을 수 있지요. 다른 분께 부탁하시되, 거절하신 분께도 출간 뒤 책을 보내드리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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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추천사 대신 쓸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본문에서 뽑은 문장이나 저자의 한 줄을 뒤표지에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추천사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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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례비를 드려야 하나요?

관행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금전보다 정성껏 쓴 감사 인사와 증정본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께 부탁드리는 경우는 따로 살피셔야 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등이 직무나 지위와 관련해 요청받은 강의·강연·기고의 사례금에는 상한액과 신고 의무가 있습니다. 추천사가 ’기고’에 해당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원고료를 드리려 한다면 상대 기관의 기준을 먼저 여쭤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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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받은 추천사가 책 내용과 맞지 않으면요?

책을 충분히 읽지 못하셨을 수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핵심 장을 다시 안내해 드리고 보완을 부탁드려 보십시오. 이때도 고치는 일은 쓰신 분이 직접 하시도록 하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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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를 부탁하는 관행은 분야와 관계에 따라 다릅니다. 여기 적은 분량과 시점은 제가 흔히 보아 온 범위이며 규칙이 아닙니다. 기관이나 공직자에게 부탁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제약이 있을 수 있으니 해당 기준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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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포인트

추천사는 상대의 시간을 줄여 드릴수록 수월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원고가 확정된 뒤 기한을 정해 부탁하고, 핵심 장과 분량을 함께 알려 드리십시오. 받은 글은 동의 없이 고치지 않고, 출간 뒤에는 책과 감사 인사로 마무리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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