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백서 편집의 기술 1편: 책의 독자를 상정하라


얼마 전 기업 백서 제작 회의에서 제목 이야기가 먼저 나왔습니다.
회사의 역사를 강조한 제목과 회사가 하는 일을 쉽게 설명한 제목,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은지 의견을 묻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제목을 고르기 전에 한 가지를 물었습니다.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었으면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제목을 정하려면 먼저 독자를 정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보여 줄 책인지 알아야 어떤 이야기를 담고, 얼마나 쉽게 설명할지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과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대표님이 백서를 만들려는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오랫동안 회사와 함께한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직원의 가족에게도 그동안의 노력과 일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가족은 배우자나 부모가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는 압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무엇 때문에 고민하며, 어떤 책임을 맡고 있는지는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자녀가 이렇게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이런 일을 하고 있었구나.”
직원도 자신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일을 이제는 내가 책임지고 있구나.”“내가 해 온 일이 회사 안에서 이렇게 이어져 있었구나.”
이 목적을 정하면 책에 담아야 할 내용도 달라집니다.
회사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만 보여 주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성과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경리 업무를 하던 직원이 무역 업무를 배우고, 점차 중요한 일을 맡게 된 과정이 있습니다. 해외에 파견된 직원이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고 적응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담으면 가족은 회사의 일을 더 쉽게 이해하고, 직원이 지나온 시간도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직원을 위한 책과 대중서는 다릅니다
회의에서는 다른 기대도 나왔습니다.
“이 업계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읽으면 좋겠습니다.”
“일반 독자에게도 회사가 하는 일을 알려 주고 싶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한 책과 업계를 처음 배우는 사람을 위한 책은 설명을 시작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가족을 위한 책은 직원의 경험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이 직원은 하루 동안 어떤 일을 할까?”“처음 이 일을 배울 때 무엇이 어려웠을까?”
반면 업계를 처음 접하는 학생에게는 기본 설명이 먼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업종은 어떤 일을 하는가?
자주 나오는 전문 용어는 무슨 뜻인가?
제품이나 서비스는 어떤 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전달되는가?
회사의 각 부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읽을 사람의 범위를 넓히면, 추가로 써야 할 내용도 많아집니다. 새 설명이 맞는지 확인하고, 회사 안에서 검토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만족시키려 하기보다, 가장 중요한 독자를 먼저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번 백서는 직원과 가족을 중심에 두기로 제안했습니다. 대신 회사 밖의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어려운 말을 풀어 쓰고, 필요한 배경 설명을 더하는 방식입니다.
독자가 정해지면 글을 고르기 쉬워집니다
독자를 정하면 원고를 넣고 빼는 기준도 생깁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해서 모두 크게 다룰 필요는 없습니다. 책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는 짧은 별도 코너로 넣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짧은 경험이라도 직원의 일을 잘 보여 준다면 자세히 다룰 가치가 있습니다.
글을 고를 때는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 가족이 직원의 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이 분명하다면 책에 넣을 이유도 분명해집니다.
목차도 같은 기준으로 정해야 합니다.
직급이 높은 사람부터 배치할 수도 있고, 회사가 지나온 시간순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독자가 궁금해할 장면으로 책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이 이야기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입니다.
회사 안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이야기라도, 독자가 아직 배경을 모르면 첫 장부터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목이 멋있다는 이유만으로 앞에 놓는 것도 충분한 기준은 아닙니다.
각 장에서 전하고 싶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보세요.
“이 장은 직원이 처음 일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 장은 해외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과 노력을 전한다.”
“이 장은 여러 부서의 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한다.”
이렇게 정리하면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지, 꼭 필요한 설명이 빠졌는지 찾기 쉬워집니다.
제작 중에 독자를 바꾸면 일이 꼬일 수 있습니다
책을 만들다가 “학생과 일반 독자도 볼 수 있게 바꾸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를 넓히는 일은 문장 몇 개를 고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본 설명을 새로 써야 하고, 전문 용어를 더 풀어야 합니다. 새로 넣은 내용은 사실 확인과 내부 검토도 거쳐야 합니다.
발간 일정이 촉박하다면, 처음 정한 목적 안에서 기존 원고를 더 잘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직원과 가족을 위한 책이라면 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고, 직원의 경험이 잘 드러나도록 다듬는 것입니다.
첫 회의에서 함께 정할 부분
기업 백서의 첫 회의에서 꼭 정해야 할 것은 제목만이 아닙니다.
다음 질문에 대한 공통된 답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전할 것인가?”
이번 책이라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직원과 가족에게, 회사 안에서 각 사람이 해 온 일과 그 노력의 의미를 전한다.”
이 문장이 있으면 제목을 고를 때도, 목차를 짤 때도, 의견이 갈릴 때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누가 읽을지 정했다면 다음에는 원고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글쓴이에게는 당연하지만 독자는 모를 수 있는 설명이 빠져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짧게 정리된 원고에서 놓치기 쉬운 내용과,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더해야 할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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