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백서 과업지시서발주 전 알아야 할 것들

글 오혜교 리퍼블릭미디어 대표
기업백서 제작을 문의해 온 담당자는 이제 막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사업 기간은 약 24개월이고, 고객의 요구사항에는 사업이 끝날 때 백서를 편찬하는 일이 들어 있었다. 담당자가 궁금해한 건 인쇄비가 아니었다. 그보다 앞선 일들, 그러니까 언제 사람을 투입하고, 어떤 자료를 모으고, 집필과 검수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였다.
‘프로젝트 종료 후 백서 한 권 제작’.
이 한 줄에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생략돼 있다. 사업 초기부터 주요 과정을 기록해 나가야 하는지, 사업이 끝날 무렵 내부 보고서를 받아 다시 구성하면 되는지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발주자가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제작자가 어느 시점의 자료를 받아 어디까지 책임질지다.
‘기획’이라는 말도 구체적으로 풀어둘 필요가 있다. 같은 기획이라도 종류가 다르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무엇을 기록할지 설계하고 자료를 꾸준히 쌓아가는 기획이 있고, 이미 모인 자료를 살펴 백서의 성격과 목차를 잡은 뒤 부족한 부분을 취재하는 기획이 있다. 과업지시서에 ‘기획 포함’이라고만 적어두면 양쪽이 서로 다른 일을 떠올린 채 견적을 주고받게 된다.
사실 그보다 먼저 밝혀야 할 것이 있다. 이 책이 왜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프로젝트의 성과를 알리려는 것인지, 수행하며 얻은 경험을 다음 사업에 물려주려는 것인지, 문제가 생긴 경위와 대응을 기록해 두려는 것인지에 따라 모아야 할 자료도,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진다. 페이지 수는 그다음 문제다. 그 내용을 담을 그릇으로서 검토하면 된다.
자료가 어떤 상태인지도 중요하다. 검토까지 마친 초고가 있는 경우, 결과보고서만 있는 경우, 담당자의 기억을 인터뷰로 끌어내는 데서 시작해야 하는 경우는 작업량부터 다르다. 발주 전에 가지고 있는 자료의 목록과 완성도, 넘겨줄 수 있는 시점을 정리해 두면 좋다. 사고나 민감한 사안을 다룬다면 외부에 어디까지 제공할지 내부에서 먼저 판단해야 한다. 가공한 자료만 넘길 생각이라면, 그 자료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대목을 어떻게 확인할지도 미리 협의해 두어야 한다.
사업 기간과 백서 제작 기간도 따로 떼어 생각해야 한다. 24개월짜리 프로젝트라고 해서 제작자가 그 기간 내내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마지막 몇 달만 남겨두면 필요한 기록이 알아서 모여 있는 것도 아니다. 사업 초기에 누가 무엇을 남길지 정하고, 나중에 외부 제작자가 합류할 때 어떤 상태로 넘겨줄지까지 계획해 두어야 한다.
검수도 납품 직전에 한 번 거치는 절차쯤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기술적인 내용과 수치가 정확한지는 누가 확인할지, 고객과 수행사의 의견은 누가 모을지, 최종 원고는 누가 승인할지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집필 일정만 잡아두고 검토할 시간을 비워두면, 자료가 늦어지거나 의견이 엇갈릴 때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제작 기간이다. PDF로 납품할지 인쇄본까지 받을지도 구분해야 하지만, 일정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이어야 한다.
예산을 검토하려면 개략 견적이 먼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다른 회사의 제작비를 그대로 옮겨 오면 그 금액이 우리 과업에 맞는 비용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 확보한 자료, 추가 취재 범위, 집필 수준, 검수 방식, 납품 형태를 같은 조건으로 제시해야 제대로 비교할 수 있다. 아직 정하지 못한 항목이 있다면 가정과 제외 범위를 밝힌 채 견적을 요청하면 된다. 좋은 과업지시서는 해야 할 일을 빠짐없이 늘어놓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발주자와 제작자가 각자 무엇을 준비하고 어디까지 완성할지 함께 이해하게 해 주는 문서다.
.jp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