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누가 읽을지부터 정한다

“어머니가 요즘 눈이 침침하셔서, 제 책을 소리로 들려 드리고 싶어요.”
자서전을 내신 분께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오디오북을 떠올리는 계기는 이렇게 아주 개인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종이책·전자책과는 전혀 다른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누가 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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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방식마다 장단점이 다르다. 자서전이라면 저자 낭독을 먼저 생각해 보시라.
저자가 직접 읽으면 목소리가 곧 저자다. 다만 낭독은 따로 익혀야 하는 기술이라 연습이 필요하다. 전문 성우는 완성도가 높지만 비용이 가장 크다. 일반 낭독자는 비용이 중간이고 품질 편차가 있다. 음성 합성(TTS)은 싸고 빠르지만 자연스러움에 한계가 있고, 유통 플랫폼마다 받아 주는지 정책이 달라 꼭 확인하셔야 한다.
자서전이나 에세이라면 나는 저자 낭독을 먼저 권한다. 그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다는 것 자체가 값이 된다. 다만 생각보다 어렵다. 몇 시간 분량을 같은 호흡으로 읽어야 하고, 틀리면 그 대목을 다시 녹음해야 한다. 실용서나 전문서라면 전문 낭독자가 무난하다. 내용을 정확히 전하는 게 목적이라 또렷함이 중요하다.
만드는 순서
원고를 낭독용으로 손보고, 낭독자를 정해 샘플을 들어 본다. 조용한 공간과 장비를 갖춰 녹음하고, 잡음을 지우고 호흡을 정리하고 구간을 나눠 편집한다. 듣는 사람이 이어 듣기 좋게 챕터를 나누고, 유통사에 등록한다.
첫 단계를 가볍게 보시면 안 된다. 눈으로 읽는 글과 귀로 듣는 글은 다르다. 표와 도표는 소리로 전해지지 않으니 말로 풀거나 빼야 한다. 각주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야 한다. “아래 그림처럼” 같은 표현은 바꿔야 한다. 긴 문장은 듣기 어려워 끊기도 한다. 그래서 오디오북은 그냥 읽는 일이 아니라 원고를 한 번 더 다듬는 일부터 시작한다.
어떤 책이 맞나
자서전, 에세이, 소설처럼 이야기가 흐르는 책이 잘 맞는다. 교양서나 강연형 실용서처럼 이동하면서 들을 만한 책도 괜찮다. 반대로 표와 도판이 많은 책, 찾아 가며 읽는 책, 시집처럼 지면 배치가 의미를 갖는 책은 어렵다.
자비출판에서 오디오북이 가장 빛나는 건 대개 자서전이다. 나이 드신 가족이 듣기 좋고, 저자의 목소리가 남는다는 의미가 더해진다. 가족에게 나눠 드리는 게 목적이라면 유통까지 가지 않고 파일로만 만들어 나누는 방법도 있다.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시간 계산이 가장 자주 어긋난다
녹음 시간은 책 분량에 비례하지만 실제 작업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다. 한 시간 분량을 녹음하는 데 한 시간보다 오래 걸린다. 틀린 대목을 다시 읽고 호흡과 발음을 고르느라 반복이 생긴다. 편집은 녹음 시간의 몇 배가 들기도 한다. 저자 낭독이라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더 든다.
그래서 일정을 잡을 때 녹음 날짜만 보지 마시고 편집과 검수 기간을 같이 잡으시라. 분량이 부담스럽다면 핵심 장만 녹음하거나 요약본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다만 그렇다면 전체 낭독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혀 두셔야 한다.
유통과 권리
유통사를 거치면 정산 구조가 생기고 플랫폼마다 파일 규격과 요건이 다르다. 등록 전에 확인하시라. 비용은 분량과 낭독 방식이 정한다. 길수록, 전문 낭독일수록 올라간다.
권리 확인도 따로 필요하다. 종이책 출판 계약에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유통할 권리가 출판사에 넘어가 있는지 먼저 보시라. 넘어가 있다면 출판사와 따로 협의하셔야 한다. 저자가 아닌 사람이 낭독한다면 그 낭독 녹음을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도 낭독자와의 계약에 적어 두셔야 한다.
오디오북 유통사의 파일 규격, 정산 조건, 음성 합성 활용 정책은 사업자마다 다르고 바뀔 수 있다. 제작 전에 유통하려는 플랫폼의 안내를 확인하시라. 권리 관계는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지니 필요하면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라.
핵심 정리
오디오북의 첫 결정은 누가 읽느냐다. 자서전과 에세이는 저자 낭독이 어울린다. 눈으로 읽는 원고를 귀로 듣는 원고로 다시 손봐야 하고, 편집과 검수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출판 계약에서 오디오북 권리가 어디에 있는지 먼저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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