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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출판은 '주도권' 때문에 진행하는 겁니다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3월 27일
  • 1분 분량

국내 출판 시장에서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벽은 원고가 아니라 출판사다. 출판사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전 과정을 설계하는 기관이다. 이 구조 안에서 저자는 원고를 제출하고, 출판사는 그것을 다듬어 시장에 내놓는다. 편집자가 원고에 관여하고, 제목과 목차와 분량도 협의한다. 출판사는 독자의 입맛을 알고, 트렌드를 읽는다. 그러니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 구조가 효율적일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저자가 판매를 최우선 목적으로 삼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직원들에게 경영 철학을 전하고 싶은 대표, 수십 년의 업력을 정리해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전문가,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사람. 이들의 목적은 베스트셀러 순위가 아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출판 메커니즘은 이 다양한 목적을 좀처럼 수용하지 못한다. 콘텐츠가 시장성을 갖춰야 출판사가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저자의 본래 의도는 희석되기 쉽다.


저작권과 판권 문제도 짚어야 한다. 출판사마다 계약 조건은 다르지만, 출판사가 콘텐츠 제작에 관여한 이상 저작권의 귀속 방식이나 콘텐츠의 2차 활용 범위가 계약서 안에 묶이는 경우가 많다. 내가 공들여 만든 내 이야기를 다른 용도로 쓰고 싶을 때 출판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면, 그 콘텐츠는 온전히 내 것이라 하기 어렵다.


자비출판은 이 구조를 뒤집는다. 기획의 방향, 책의 분량과 판형, 출간 시점, 디자인의 스타일. 이 모든 결정권이 저자에게 있다. 저작권과 판권 역시 처음부터 저자에게 귀속된다. 완성된 최종 파일을 가지고 다른 출판사에 접근하거나, 별도의 경로로 활용하는 것도 저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자비출판이 무조건 우월한 선택이라는 말은 아니다. 대형 출판사의 이름을 달고 책이 나온다는 것은 그 자체로 독자에게 신호가 된다. 판매망과 마케팅 역량도 자비출판 업체보다 대형 출판사가 월등히 앞선다. 단기간에 넓은 독자층에 닿고 싶다면, 여전히 출판사를 통한 경로가 현실적이다.

결국 이 선택은 '무엇을 위해 책을 내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판매보다 기록이 우선이라면,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이 중요하다면, 출간 시점이 사업 일정과 맞닿아 있다면 — 자비출판은 그 목적에 부합하는 선택지다. 어떤 경로를 택하든, 먼저 자신의 목적을 선명하게 정의하는 일이 출판보다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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