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출판, 이런 경우는 시행착오가 생깁니다
- 리퍼블릭 편집부
- 5월 26일
- 3분 분량

자서전출판 상담을 오래 하다보면 "결국 책으로 안 될 조짐"이 보이는 몇 가지 공통 사례가 있다.
첫째, 그들은 타인을 데리고 온다.
친구와 오거나 자식과 오거나 대리인과 오는 식이다. 왜 그렇게 할까?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이 정말 자서전 책이 될 지, 정말 팔릴지 의심되고 검증받기 위해 전문가(편집자)를 마주한 자리에서 관계자(친구, 자식, 대리인)의 간접 조언을 듣고 판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책을 낼 사람은 결국 나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가 책을 내는 행위에 확신이 없다면, 이 모든 조언과 상담은 다 노이즈일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고객은 "자기가 무얼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인데, 자서전출판 상담에는 이런 유의 고객들이 꽤 많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좀 찾아줘요, 라는. 하지만 책은 대신 써주거나 출판해줄 순 있어도 고객을 대신해서 욕망할 수 있는 '히어로'는 아쉽게도 출판계에 없다.
둘째, 그들은 가격을 먼저 묻는다.
자서전출판 상담 과정에서 이게 얼마예요, 라고 묻는 건 너무 맥락이 넓은 질문이지만, 그래도 '대략적으로나마' 시장가를 알고 싶어하는 고객의 마음을 유선상으로 대충 알려줘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즉 서비스의 범주가 특정이 안 되는 사람에게 가격을 말하는 건 곤혹스러운 일이다. 더 곤란한 경우는 다짜고짜 가격을 깎는 사람인데, 그들은 상담 내용을 다 듣고, 계약서에 서명하기 직전에 가격을 협상하려 든다(아마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그 방법을 썼던 것 같다). 나는 절대 그걸 비판하는 쪽이 아닌데, 문제는 자서전출판 과정에서는 그게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걸 그들이 모르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셋째, 그들은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는 일은 많지 않다. 아니, 아예 없다고 봐도 좋다. 억만장자라도 택비시로 1억을 낼 사람이 없듯, 세상의 모든 서비스에는 처음과 끝이 있고 시간과 비용이 든다. 자서전출판도 마찬가지인데 무턱대고 돈은 상관없으니 견적서를 달라거나, 일단 내 얘기를 들어보라는 식의 고객의 요구는 참으로 피로하다. 모르니까 묻겠다는 건 상관없지만, 모르지만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인생 경험상, 출판 경험상 일단 전문가의 조언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적어도 십수년간 그 일을 해온 사람이 하는 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것이 더 이롭다. 이 글을 읽는 예비 작가께서 자서전출판을 준비하고 있다면, 적어도 두 가지는 명확히 정하고 상담을 받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해드리고 싶다.
첫째, 내가 원하는 걸 알아야 한다.
: 내가 원하는 게 내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드는 것인지, 시장에서 잘 통하는 트렌드 도서를 만들 것인지, 내 원고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 책을 만들 것인지, 내가 책을 좀 알아서 내 '오더'대로 책을 만들 '오퍼레이터'가 필요한 건지를 정확히 알아야만, 발품 팔아서 의사결정하는 시간과 노동을 줄일 수 있다. 원하는 게 없는데 자서전출판 상담을 받으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결국 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책 출판은 정말 꼭 하고 싶어야만 일이 진행되고 결과도 좋은 법이다.
둘째, 누구의 도움을 받을 지를 결정해야 한다.
: 프리랜서를 찾아서 부분적으로 도움받을지, 아니면 A부터 Z까지 전부 다 맡길지, 아니면 자서전출판 과정의 코칭(컨설팅)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한다는 뜻이다.
셋째, 상대에게 주도권을 맡길지, 내가 주도할 지를 알아야 한다.
출판사에 리드당할 건지, 내가 편집자를 리드할 건지를 알아야 한다. 머릿속에 아이디어는 많은데 이걸 손으로 구현하는 게 어려우니, 내 손이 되어줄 사람을 찾는 것과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는 방향성에 대해 조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코스이다. 그걸 알면 걸러야 할 출판사와 만나야 할 출판사의 후보군이 추려질 것이고, 불필요한 시행착오가 줄어든다.
출판이 많이 간소화된 시대이지만, 방향이 어긋나면 결과가 나와도 실패하게 된다. 자서전출판 과정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 더 많으므로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인연이 그러하듯,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무조건 나와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실력을 갖춘 사람 중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아내려면 발품, 손품을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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