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CEO는 왜 대필작가가 필요할까
- 리퍼블릭 편집부

- 1일 전
- 2분 분량
화장품 CEO는 왜 대필작가가 필요할까

엊그제는 답십리역에 있는
한 화장품 회사 본사에 다녀왔습니다.
거의 2년 만에 만난 대표님은 이전 회사에서 사장으로
재임 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그때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창업을 한 이후
두 번째 책을 준비하는 상황이었죠.
대표님은 창업한 지
6개월 남짓한 시점에서 회사가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차분하고 효율을
중시하는 대표님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나는 사무실에서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출판사를 끼는 이유가요..."
인터뷰 중간 무렵에 대표님이 대뜸 자기가 왜 대필작가와
함께 일을 하며, 리퍼블릭미디어를 출판 파트너로
선택했는지 '고백(?)'을 하시더군요.
"기획이에요. 단순히 글만 채워넣고 책 내려고 했으면
AI돌리고 말죠. 그런데 제목과 목차의 구조,
그리고 독자들이 좋아하는 콘텐츠의 감도를 생각하면
기획자가 필요하니까요."
누구보다 업무에 AI를 잘 활용하시는 분이라는
걸 알았기에 대표님의 한 마디가 허를 찌르더군요.
책을 전혀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제미나이와 맥락없이 대화한 내용을 묶어서
책으로 쉽게 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AI의 기획력은 주니어 에디터의 그것에
견줄 만큼 반짝거릴 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일을 매듭짓는 것은 책임 에디터,
요컨대 '편집장'의 역할을 해줄 작가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도대체 왜 대필작가와의 협업이
필요하고, 왜 출판대행을 하는 것일까요?
자서전 대필,
기획과 출판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

대표님은 뷰티 인플루언서와 피부 관리실 원장들을
대상으로 전문 화장품 소싱과 세일즈를 가르치시는 분입니다.
지식의 깊이가 남달랐어요. 대중적인 성분 이야기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화장품의 제조 목적부터 따집니다.
아시아산이냐 유럽산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화적 강점, 브랜드의 역사,
제조 시설 규모까지. 자기만의 기준이 아주 또렷한 분이었어요.
문제는, 그 또렷한 기준들이 저자분
머릿속에서는 하나의 지도처럼 연결돼 있지만,
글로 정리해놓으면 독자 입장에서는 산발적으로 느껴진다는 겁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 조각들을 "독자가 제품을 고를 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순서"로 재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게 바로 편집기획이에요. 정보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정보에 독자가 걸어 들어올 수 있는 동선을 까는 일입니다.

이분이 인터뷰 중에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출판사를 끼고 가는 이유가 아무래도
그걸 조금 더 기획력 있게끔 다듬었으면 하는 거죠."
전작이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에 올랐던 분입니다.
내용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한데,
그래도 기획자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제목 하나, 목차 구조 하나가 바뀌면 같은 내용이라도
독자에게 전혀 다르게 읽힌다는 걸 직접 경험하신 거죠.
장르를 잡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 화장품 세일즈 포인트를 다루는 원고를
학술서처럼 접근하면 타겟 독자가 펼쳐보지도 않습니다.
"어떤 제품을 추천하면 좋을지 도움받을 수 있는 책",
"읽고 나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책".
이 한 줄의 포지셔닝이 확정되어야 표지 디자인부터
유통 카테고리까지 전부 방향이 잡힙니다.
이걸 저자 혼자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필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분들이
녹음 파일을 받아서 타이핑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실제로는 전혀 다릅니다. 흩어진 경험의 조각들을 모아서,
누구한테 들려줄 건지 정하고, 어떤 순서로 쌓아올릴지 뼈대를 세우고,
서점 매대에서 손이 가는 책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자서전대필은
타이핑이 아니라 건축에 가깝습니다.
.jp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