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에세이를 책으로 내고 싶다고요?
- 리퍼블릭 편집부
- 7월 17일
- 3분 분량

교회에서 15년째 글쓰기를 가르치고, 기독교 출판사와 함께 일하면서 수많은 분들의 원고를 봐왔습니다. 목회자분들부터 갓 신앙생활을 시작한 새신자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글들을 만났죠.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앙 에세이가 비슷비슷하다는 겁니다. 마치 정해진 틀이 있는 것처럼 똑같은 패턴을 따라가시더라고요.
진짜 속이야기를 하셔도 괜찮습니다
"전도사님, 제가 하나님께 원망스러웠던 마음을 글에 써도 될까요?"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올바른'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시죠. 그런데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날것의 감정이야말로 독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목사님들도 마찬가지세요. 처음 원고를 주실 때는 "그날 밤 정말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라고 쓰셨다가, 다음에 수정본을 주실 때는 "하나님의 뜻을 간구했습니다"로 바뀌어 있어요.
하지만 성도분들이 감동받으시는 건 바로 그 첫 번째 문장입니다. 완벽한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라, 똑같이 흔들리고 아파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위로를 받으시거든요.
하나님을 문제 해결사로 만들지 마세요
요즘 신앙 에세이들을 보면 하나님이 마치 만능 상담사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뭔가 어려움이 생기면 기도하고, 그러면 척척 해결되고,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요.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에 응답하시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실제 신앙생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잖아요? 기도해도 안 되는 일이 더 많고, 응답이 와도 내가 원했던 방식이 아닐 때가 대부분이고요.
하나님은 우리 문제를 해결해주시는 분이 아니라, 그 문제 속에서 우리와 함께 걸어가시는 분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이런 관점의 차이가 글의 깊이를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성경구절, 꼭 필요할 때만 쓰세요
글쓰기를 막 시작하신 분들이 자주 하시는 실수가 성경구절을 너무 많이 넣으시는 거예요. 뭔가 더 영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오히려 독자분들이 부담스러워하세요.
성경구절은 양념 같은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많이 넣는다고 맛있어지는 게 아니라, 딱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만큼만 넣어야 해요. 그리고 그 구절이 왜 거기에 있는지, 나의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분명해야 하고요.
목회자분들 중에도 설교하시듯 글을 쓰시는 분들이 계신데, 에세이는 설교가 아닙니다. 가르치려 하지 마시고 나누려 하세요.
일상에서 하나님을 발견하세요
가장 좋은 신앙 에세이는 거창한 기적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의 흔적들을 담은 글입니다.
아이가 밥을 안 먹어서 속상해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지하철에서 만난 어르신을 보며 느낀 마음, 교회에서 좀 어려운 분과 마주쳤을 때의 복잡한 감정들... 이런 소재들이요.
많은 분들이 이런 일상적인 경험들을 '별로 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하나님은 주일 예배시간에만 만나는 분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시는 분이잖아요.
독자를 전도하려 애쓰지 마세요
신앙 에세이를 쓰시는 분들이 자주 빠지시는 함정이 '이 글로 누군가를 전도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억지로 결론을 "예수님을 믿으세요"로 끌고 가시는데, 이건 역효과가 나요.
좋은 글은 독자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감동시킵니다. 그리고 진짜 감동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내가 진심으로 경험한 것, 진심으로 느낀 것을 진심으로 표현할 때만 가능해요.
전도는 성령님의 일이에요. 우리는 그냥 정직하게 우리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교회 언어 대신 일상 언어를 쓰세요
"은혜받았습니다", "하나님의 뜻입니다", "믿음으로 승리했습니다" - 이런 표현들 많이 쓰시죠? 교회에서는 익숙한 표현이지만, 교회 밖에서는 좀 어색하게 들려요.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진부할 수 있고요.
대신 구체적이고 생생한 표현을 써보세요. "은혜받았다" 대신 "가슴이 따뜻해졌다", "하나님의 뜻" 대신 "그게 맞는 길인 것 같았다", "믿음으로 승리" 대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요.
같은 의미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독자에게 전달되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패 이야기를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성공한 신앙인의 이야기보다 실패하고 넘어진 신앙인의 이야기가 더 큰 위로가 되어요. 기도 응답받은 이야기보다 기도해도 안 되서 좌절했던 이야기가 더 현실적이고요.
사역하다가 번아웃이 왔던 전도사님, 신앙 때문에 가족과 갈등을 겪었던 청년, 교회에서 상처받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분들의 이야기... 이런 글들이 독자분들에게는 훨씬 큰 울림을 줘요.
완벽한 신앙인은 없어요. 모두 다 실패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잖아요. 그 과정 자체가 신앙이에요.
글쓰기도 하나님 앞에서 드리는 예배입니다
신앙 에세이를 쓴다는 건 단순히 글쓰기가 아니라 신앙고백이에요. 내가 누구인지, 하나님이 내 삶에서 어떤 분인지를 드러내는 일이죠.
그래서 더욱 정직해야 하고, 더욱 신중해야 해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내 마음을 털어놓는 글을 써야 합니다.
그런 글은 독자분들도 금방 아세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느낌이 와요. 진짜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만들어진 글은 그냥 스쳐 지나가거든요.
신앙 에세이는 기교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에요. 믿음의 문제예요. 내가 정말 하나님을 믿고 있는지, 그 믿음이 내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과정이죠.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시길 바라요. '나는 왜 이 글을 쓰려고 하는가?' 만약 그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아직 때가 아닐 수도 있어요.
좋은 신앙 에세이는 글 쓴 사람도, 읽는 사람도 하나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게 만들어요. 그게 이런 글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진솔한 신앙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어둠 속의 등불이 될 거예요. 두려워하지 마시고 용기 내어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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