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당신, 자비출판 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까?
- 리퍼블릭 편집부
- 8월 26일
- 3분 분량

안녕하세요. 최근 지인을 통해 한 예비 작가분을 만났어요. 글솜씨가 정말 좋더라고요. 문장력도 탄탄하고, 스토리텔링도 매끄럽고. 그런데 첫 마디가 이거였어요.
"편집자님, 제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이 질문.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이에요. 그리고 매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글 잘 쓰기'와 '베스트셀러 쓰기'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거든요.
편집자가 보는 베스트셀러의 공식
15년 동안 수백 권의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거죠.
1. 시대정신을 담아라 (타이밍이 전부다)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에요. 2020년에 나온 집콕 관련 에세이들, 2021년의 MZ세대 직장 생존기, 2022년의 부동산 관련 서적들... 모두 그 시대의 아픈 곳을 정확히 찌른 책들이었어요.
여러분이 지금 쓰고 있는 글이 2025년 독자들의 고민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세요. "요즘 사람들이 밤에 잠 못 이루며 고민하는 게 뭘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2. 플랫폼 전략을 세워라
제가 요즘 주목하는 작가들 대부분은 출간 전부터 자신만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요.
네이버 포스트에서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에세이 작가
유튜브 채널 '직장인 북클럽'을 운영하는 자기계발서 작가
인스타그램에서 일상 만화로 20만 팔로워를 모은 웹툰 작가
이들의 공통점? 책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거예요. 출간과 동시에 기본 판매량이 확보되죠.
"저는 SNS를 잘 못해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오프라인 커뮤니티라도 만들어보세요.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 작은 강의라도 좋으니까요.
3. 제목과 표지는 마케터가 되어 생각하라
편집자로서 정말 안타까운 경우가 이거예요. 내용은 정말 좋은데 제목과 표지가 독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책들.
베스트셀러 제목들을 분석해보세요:
"미움받을 용기" → 누구나 한 번은 가져봤을 감정
"아몬드" → 짧고 강렬하며 호기심 유발
"82년생 김지영" → 구체적이고 타겟이 명확함
여러분의 책 제목을 지하철 광고판에 걸어놨다고 상상해보세요. 3초 만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지를...
현실적인 출간 루트 3가지
루트 1: 대형 출판사 도전 (확률 1%, 임팩트 100%)
정직하게 말씀드릴게요. 대형 출판사에 신인이 바로 들어가기는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전략: 문학상, 공모전을 적극 활용하세요. 특히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들은 실제로 출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루트 2: 중소 출판사 + 셀프 마케팅 (확률 30%, 임팩트 60%)
제가 가장 추천하는 루트예요. 중소 출판사는 신인 작가에게도 상대적으로 열려있고, 작가와의 소통도 활발해요.
핵심: 출판사에 의존하지 말고 작가 본인이 직접 마케팅에 참여하는 거예요. 편집자와 함께 마케팅 계획을 짜고,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하세요.
루트 3: 셀프 퍼블리싱 (확률 90%, 임팩트 ?)
요즘 정말 많은 작가들이 선택하는 루트예요. 리디북스, 교보문고 POD, 알라딘 등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어서 접근성이 좋아요.
장점: 빠른 출간, 높은 인세율 단점: 모든 마케팅을 혼자 해야 함, 유통 한계
편집자가 솔직하게 드리는 조언
베스트셀러는 운이 80%입니다
이건 정말 솔직한 이야기인데,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타이밍, 이슈, 입소문 등 작가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베스트셀러 여부를 좌우해요.
하지만 그 20%의 노력을 100% 투입하는 게 중요해요. 나머지는 운에 맡기더라도 말이죠.
첫 책의 목표는 '완주'입니다
첫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꿈꾸는 것보다, "끝까지 써서 일단 출간하기"를 목표로 하세요.
제가 만난 베스트셀러 작가들 중 상당수가 사실 세 번째, 네 번째 책으로 성공한 경우가 많아요. 첫 책은 일종의 '데뷔작'이라고 생각하고, 부담을 덜어내세요.
독자와의 관계가 전부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독자들과의 진정한 관계를 만드는 거예요.
팬레터 한 통, 댓글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답변해주세요. SNS든 오프라인이든,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세요. 그 관계들이 쌓여서 여러분의 책을 사주는 독자층이 되고, 입소문을 내주는 홍보대사가 되거든요.
글쟁이의 길은 마라톤입니다
글 잘 쓰시는 분이라면 이미 가장 중요한 재능을 갖고 계신 거예요. 이제 필요한 건 전략적 사고와 꾸준함이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길이 쉽지 않다고,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래도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해요.
왜냐하면 여러분의 글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어디선가, 누군가는 여러분이 써줄 그 이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부터 시작해보세요.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 보내지 말고, 일단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