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책은 혼자 쓰는 게 아닙니다
- 리퍼블릭 편집부

- 6일 전
- 3분 분량

책을 내겠다고 마음먹는 경영자는 많습니다. 실제로 목차까지 짜고, 서문 초안을 써 보는 분도 꽤 됩니다. 그런데 출간까지 도달하는 분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저희 리퍼블릭미디어가 경영자 출간 코칭을 진행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는데, 자꾸 급한 일에 밀립니다.' 이 한 마디 안에 집필이 좌초되는 거의 모든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1. 모든 CEO가 같은 자리에서 멈춥니다
경영자의 일상은 본질적으로 반응형입니다. 오늘 당장 처리해야 할 의사결정, 갑자기 터지는 이슈, 빠지면 안 되는 미팅. 이런 것들 사이에서 '책 쓰기'는 항상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칸에 머무릅니다. 최근 상담을 진행했던 한 대표님도 비슷한 고백을 하셨습니다. 루틴을 잡아 보려고 2주간 시도했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A4 한 장 반을 쓰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요.
흥미로운 건, 이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희가 코칭을 진행한 경영자분들 거의 대부분이 똑같은 지점에서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십니다. '다른 대표들도 그렇다고 하셔서 나는 다를 줄 알았는데, 다르지 않더라고요.' 이 말씀이 사실 모든 걸 요약합니다. 경영자라는 직업 자체가 집필과 구조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의지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2. 마감 없는 집필은 끝나지 않습니다
집필이 지지부진해지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머릿속에 최종 골이 선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출간일이 구체적으로 잡혀 있지 않으면 내적 동기부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여유 있게 천천히 쓰겠다'는 계획은 좋은 의도이지만, 현실에서는 '무기한 연기'와 거의 같은 결과를 낳습니다.
저희가 집필 기간을 통상 3.5~4개월로 잡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집필 자체의 소요 시간뿐 아니라, 출간 이후 유통과 마케팅 일정까지를 역산한 것입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마감이 인지되어야 리듬이 생기고, 리듬이 있어야 루틴이 유지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매일 앉아 쓴다는 건, 아무리 의지가 강한 분이라도 오래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3. 완벽하게 쓰려다 한 줄도 못 넘깁니다
경영자분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또 하나의 패턴이 있습니다. 한 꼭지를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치고, 다시 쓰고, 또 고치고, 결국 완료된 원고가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표님 역시 같은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글을 쓰다가 삼천포로 빠지고, 쓴 것을 자꾸 다시 고치고, 하나가 완료되지 않은 채 다음으로 넘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요.
이것은 글쓰기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영자는 평소 보고서를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익숙한 분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글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합니다. 그런데 초고 단계에서 완성도를 추구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초고는 말 그대로 초고입니다. 거칠어도 괜찮고, 방향이 약간 벗어나도 괜찮습니다. 그 상태로 일단 넘기시는 것, 그것이 완주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4. 피드백 루프가 집필을 살립니다
혼자 안고 계시면 글이 늘지 않습니다. 저희가 경영자 출간 코칭에서 가장 강조하는 원칙은, 미완성이라도 일단 공유하라는 것입니다. 몇 장이든, 중간에 끊겼든, 방향이 틀어졌든 상관없습니다. 초안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순간,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하나는 방향 교정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 추진력입니다.
앞서 대표님과의 상담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혼자 쓸 때는 한없이 여유 있게 가다가, 피드백을 주고받기 시작하니까 그래도 모니터 앞에 앉게 되더라고요. 글쓰기에서 코칭의 역할은 대필이 아닙니다. 대표님의 생각과 언어를 살리되, 흐트러지지 않게 잡아 주고, 멈추지 않게 밀어 주는 것입니다. 숙제를 내고 기한을 정하는 방식이 단순해 보여도, 실제로 이 구조가 작동하면 집필 속도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달라집니다.
5. 기존 글을 자산으로 활용하세요
경영자분들 중에는 이미 칼럼이나 기고문, 사내 메시지, 강연 원고 등을 상당량 보유하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이런 글들은 책의 훌륭한 씨앗이 됩니다. 목차와 부합하는 기존 글을 선별해서 가져오면 완전한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심리적 부담이 훨씬 줄어들고, 전체 분량의 윤곽도 빠르게 잡힙니다.
다만 칼럼과 책은 호흡이 다릅니다. 1,000자 안팎의 칼럼은 하나의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하지만, 책의 한 꼭지는 거기서 더 풀어내야 합니다. 기존 글을 그대로 붙여 넣는 것이 아니라, 책의 맥락에 맞게 재구성하고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작업 역시 혼자 하시기보다는 편집자와 함께 하실 때 훨씬 효율적입니다.
6. 느려도 괜찮습니다, 멈추지만 마세요
CEO 출판 프로젝트에서 저희가 가장 경계하는 상황은 속도가 느린 것이 아니라, 완전히 멈추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편이든 두 편이든, 분량이 적더라도 꾸준히 넘기시는 분은 반드시 완주합니다. 반면 '좀 더 준비가 되면 한꺼번에 보내겠다'고 하시는 분은 그 '좀 더'가 영원히 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고 한 권 분량의 꾸러미가 일단 만들어지면, 거기서부터는 수월해집니다. 거친 초고라도 전체 윤곽이 잡히면 편집과 보완 작업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됩니다. 가장 어려운 구간은 지금, 빈 화면 앞에서 첫 문장을 쓰고 그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바로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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