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작가가 털어놓는 '잘 팔리는 책' 만들기
- 리퍼블릭 편집부
- 7월 16일
- 3분 분량

당신도 30일 만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 - 라고 쓰고 싶지만,
그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일 겁니다.
저는 지난 15년간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만 전문으로 대필해온 '보이지 않는 손'입니다. 아담 스미스 말고요, 진짜 보이지 않는 손. 서점에서 여러분이 집어든 그 반짝이는 자기계발서, 혹시 제가 썼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약 200여 권의 책을 대필했고, 그 중 30여 권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성공률로 치면 15% 정도네요. 야구로 치면 3할 타자급이니 나쁘지 않죠? 오늘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해보겠습니다.
1. 독자는 해답을 원한다, 진실이 아니라
첫 번째 깨달음부터 말씀드리죠. 독자들은 복잡한 현실의 해답을 원하지, 복잡한 현실 자체를 원하지 않습니다.
"인생이 복잡하고 어려우니까 함께 고민해보자"라는 책보다는 "이 7가지만 따라하면 성공한다"가 훨씬 잘 팔립니다. 철학적 깊이를 담아 쓴 한 책은 는 초판 3,000부도 안팔리지만, 『부자 되는 OO가지 법칙』은 꽤 팔리거든요.
독자들의 뇌는 간단명료함을 좋아합니다. 특히 지하철에서 읽을 때는 더욱 그렇죠. 복잡한 경제 이론을 설명하더라도 "햄버거 경제학"처럼 일상적인 소재로 포장해야 합니다.
핵심 공식: 복잡한 내용 + 단순한 포장 = 베스트셀러
2. 제목이 절반, 목차가 나머지 절반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시간은 평균 3초입니다. 3초! 라면 끓이는 시간보다 짧아요. 그 3초 안에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제목이 모든 걸 말해줘야 합니다.
제가 터득한 잘 팔리는 제목의 공식은 이렇습니다:
"[구체적 숫자] + [행동 키워드] + [욕망의 대상] + [시간 제한]"
예시:
❌ "투자의 기초"
⭕ "직장인도 30분만 투자하면 월 300만원 버는 부동산 투자법"
숫자는 홀수가 좋습니다. 7가지, 5가지, 3가지... 왜 홀수냐고요? 글쎄요, 저도 모르겠지만 잘 팔리더라고요. 아마 뇌과학적 근거가 있을 겁니다. (이것도 나중에 책으로 써볼까 봅니다.)
목차는 미니 카피라이팅입니다.
각 장 제목만 봐도 "아, 이거 읽으면 내 문제가 해결되겠구나" 싶어야 해요.
좋은 목차 예시:
1장: 왜 당신은 아직도 가난한가?
2장: 부자들이 절대 말하지 않는 첫 번째 비밀
3장: 월급의 30%로 시작하는 투자 로드맵
3. 스토리텔링: 데이터를 감정으로 포장하기
경제경영서라고 해서 차트와 숫자만 나열하면 안 됩니다.
독자들은 감정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고, 이성으로 정당화합니다.
제가 자주 쓰는 스토리텔링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27살 김 대리의 하루"로 시작해서 구체적인 상황을 그려냅니다. 독자가 "어? 이거 완전 내 얘기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책의 절반은 읽은 거예요.
데이터도 스토리로 포장합니다:
❌ "국내 가계부채가 GDP의 104.3%입니다"
⭕ "김 대리 가족의 빚이 김 대리 연봉의 3배라고 상상해보세요. 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상황입니다"
4.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 월요일부터 할 수 있는 것
자기계발서의 치명적 약점은 "그래서 뭘 하라는 거야?"라는 독자의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챕터 끝에 반드시 "오늘부터 실천하기" 섹션을 넣습니다:
구체적인 행동 (추상적 조언 금지)
시간 명시 (매일 10분, 주 3회 등)
체크리스트 제공
예상되는 장애물과 해결책
예를 들어 "인맥을 늘려라"가 아니라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업계 모임에 참석해서 새로운 사람 한 명과 명함을 교환하고, 그 주 금요일까지 커피 약속을 잡아라"처럼 써야 합니다.
5.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의 절묘한 밸런스
독자들은 성공 사례만 봐서는 "저 사람이니까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실패 사례만 봐서는 "역시 안 되는구나"라고 포기합니다.
황금비율은 성공 사례 70%, 실패 사례 30%입니다. 실패 사례를 넣을 때는 반드시 "왜 실패했는지"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제시해야 해요.
제가 애용하는 패턴:
성공한 A씨 사례 (동기부여)
실패한 B씨 사례 (함정 경고)
재도전한 C씨 사례 (희망 메시지)
6. 전문가답게 보이는 장치들
독자들은 저자를 전문가로 인정해야 조언을 받아들입니다. 대필작가인 저조차도 이런 장치들을 씁니다:
통계와 연구 결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연구에 따르면..." (하버드는 만능 키워드)
해외 사례: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3년 전부터..."
전문 용어의 적절한 사용: 너무 어려우면 안 되고, 너무 쉬우면 가벼워 보임
인용구: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성공한 인물들의 말 (검증은... 알아서)
7. 독자와의 거리감 조절
너무 가까우면 가벼워 보이고, 너무 멀면 딱딱해 보입니다.
제가 찾은 최적의 톤앤매너는 "친근한 선배"입니다. 존댓말을 쓰되 딱딱하지 않게, 조언을 하되 강요하지 않게, 전문가처럼 보이되 거만하지 않게.
팁:
한 문장당 25자 이내 (지하철에서 읽기 편한 길이)
단락당 3-4문장
페이지당 대화체 1-2개 삽입
"여러분", "당신" 적절히 섞어 사용
8. 마케팅을 염두에 둔 집필
책은 쓰는 순간부터 마케팅이 시작됩니다. 출간 후 마케팅을 생각하면 늦어요.
집필 단계에서 고려할 것들:
SNS용 명언: 각 챕터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한 줄 명언 삽입
유튜브 소재: 5분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에피소드나 팁
강연 콘텐츠: 한 시간 강연으로 풀어낼 수 있는 핵심 메시지
대필작가의 마지막 조언
15년간 이 일을 하면서 글을 써보니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좋은 책과 잘 팔리는 책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좋은 책을 만드는 건가요,
아니면 잘 팔리는 책을 쓰는 건가요?
처음부터 올바른 방향을 정해야 목적지에
닿았을 때 원하는 결과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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