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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원장님의 책을 백서처럼 만들 수 있을까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9월 17일
  • 3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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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10배는 더 바쁠 국내

탑 안과 병원의 원장님을 인터뷰 하러 강남 본원에 다녀왔습니다.

2시간을 기다리면서 병원 홍보 책임과장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병원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더군요.

"저희는 H안과와 일해본 적은 있는데.. 여기도 꽤 크네요."

웃자고 스몰토크한 건데, 과장님이 정색하시더군요.

"H안과보다 저희 병원이 더 좋아요."

 그리고 앉아서 병원 직원들한테 '뿌릴' 질문지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늘 그렇듯, 병원 관련 책은 작업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 병원 역시 "병원 원장님의 책인데 백서처럼 만들어달라"

는 '짬짜면' 같은 요구를 하셨지만, 실제로 짬짜면도 없던 걸

고객 요청을 토대로 만든 메뉴일 테니까 말이 안 되란 법도 없는 거죠.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병원 책을 백서처럼 만들든, 아니면 단행본화해서

건강도서로 만들든 직원들 인터뷰가 필수인 상황이었습니다.

예상 질의문을 만들어 보여주셨는데, 그대로 나가면 다들

영혼없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아서 현장에서 뚝딱 뚝딱 고쳤어요.

최대한 현장감 있는 답변이 메아리쳐 돌아오도록 '반협박'조로 정리한

내용이 이렇습니다.

안녕하세요. 백서 집필을 이끌고 있는 작가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어 서면/대면 인터뷰에 협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병원의 역사를 담는 단행본 백서라고 해서 혹시라도 딱딱하고 어려운 답변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실까 염려됩니다. 하지만 이번 백서는 딱딱한 공식 문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솔직한 경험과 생각이 병원의 미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터뷰가 매끄럽게 진행되어 좋은 콘텐츠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꼭 참고해 주셔야 할 두 가지 핵심 포인트를 요약해 드립니다.

1. 정형화된 답변은 피하고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번 책은 성과 보고서나 공식 문서가 아닙니다. 병원장님께서도 꾸밈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맡으신 직무의 보완점, 병원에서 느꼈던 감정, 운영에 대한 생각 등을 가감 없이 들려주세요. 이때,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곁들여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예를 들어, 행정부에 근무하는 김 행정부장님의 경우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2023년 5월, 행정부 직원들이 한 달간 병원 전체의 비품 구매 내역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당시 저희 병원은 각 부서에서 필요한 물품을 그때그때 구매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는데, 부서마다 다른 품목을 각기 다른 곳에서 사다 보니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낭비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당시 행정부의 막내였던 박 주임과 함께 매일 퇴근 후 남아서 엑셀 파일을 들여다봤어요. 한 달간의 고생 끝에 모든 비품을 통합 관리하고, 대량 구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덕분에 이후로 병원의 행정 비용이 크게 줄었고,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도 '업무 효율이 훨씬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 경험은 제게 '내가 하는 일이 병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구나'라는 큰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미리 생각해 오시면 좋습니다. 이 책은 병원 홍보용이 아닙니다. 현재 근무하는 동료나 앞으로 함께할 후배들이 주 독자이므로, 솔직한 이야기와 내부적으로 공유되면 좋을 만한 내용에 집중해 주세요.

2. '기승전결'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답변해 주세요.

대부분의 인터뷰는 생각나는 대로 질문에 답하다 보니 시간의 흐름이나 맥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행정 예산에 대한 보완점을 묻는 질문에 단순히 "구매 예산이 비효율적이어서 개선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하는 식이죠.

하지만 '기승전결'과 '에피소드'를 생각하며 답변하시면 이야기가 풍성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김 행정부장님의 에피소드처럼, ①문제의 시작(언제, 어떤 상황) ②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누구와, 어떻게) ③노력의 결과(어떤 성과) ④내가 느낀 점의 흐름을 따라 답변하면 훨씬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답변을 글로 써달라는 게 아니라,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해 달라는 의미입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린 두 가지만 기억하셔도 인터뷰의 질은 2~3배 이상 향상될 것입니다. 제가 드린 공통 질의문과 부서별 질의문을 참고하여 다음의 6가지 기본 항목을 중심으로 답변을 준비해 주세요.

1. 내가 맡고 있는 일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2. 그 일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는지 정리하기3. 그 일의 어떤 점이 특별하고, 병원 성장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4. 잊지 못할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동료가 있는지5. 내가 생각하는 병원의 장단점 및 보완했으면 하는 점6. 우리 병원이 다른 안과 병원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시 한번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에피소드, 기승전결!

이 두 가지를 꼭 기억하시고 인터뷰에 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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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인터뷰를 끝내고 곧장 포천에 있는

정치인 자서전 인터뷰 하러 넘어가는 길입니다.

취재를 여행처럼 다니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어느 장소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네요.

요즘은 경치가 별로여도 풍광이 여운을 주는

곳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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