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출판, 생성형AI로 원고 썼더니 결과가...
- 리퍼블릭 편집부

- 8월 25일
- 3분 분량

안녕하세요. 15년간 출판업계에서 일해온 편집자입니다.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저에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챗지피티로 쓴 원고가 있는데, 이걸 그대로 자비출판해도 될까요? 아니면 다시 써야 할까요?"
오늘은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해드리려 합니다.
생성형AI의 기초 데이터는 '원고'가 아니다
최근 제게 상담을 받으러 온 김 씨의 이야기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김 씨는 퇴직 후 평소 관심 있던 반려동물 훈련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 경험이 전혀 없어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아 20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편집자님, 이 원고로 책을 낼 수 있을까요?"
김 씨의 원고를 읽어보니 놀라운 점이 있었습니다. 정보는 정확했고 구성도 체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습니다. 개를 기르며 겪었던 김 씨만의 생생한 경험담, 훈련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 반려동물과의 유대감 같은 것들이 빠져있었거든요.
결국 김 씨와 저는 AI가 생성한 기본 틀을 활용하되, 김 씨의 실제 경험과 노하우를 대폭 추가하는 방향으로 작업했습니다. 3개월 후 나온 책은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꽤 좋은 반응을 얻었죠.
상황별 해결 방안
1. 전문성이 있는 분야라면 '보완' 전략을
앞서 김 작가님처럼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으시다면, AI 원고를 완전히 버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AI가 만들어낸 기본적인 정보와 구성을 토대로 다음을 추가해보세요
본인만의 경험담과 사례
현장에서 깨달은 노하우
개인적인 철학과 관점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
실제로 요리 분야에서 25년 경력을 가진 박O 셰프님은 AI로 작성한 레시피북 원고에 본인만의 비법과 실패담을 추가해 훌륭한 책을 만들어내셨습니다. "AI는 기본기를 잘 정리해줬지만, 요리하는 사례는 제 경험을 넣었죠"라고 말씀하시더군요.
2.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협업' 고려
반대로 해당 분야에 깊은 지식이 없으시다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셔야 합니다.
IT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O 작가님은 '창업 가이드북'을 AI로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창업 경험이 없다 보니 내용이 이론적이고 뻔한 조언들로만 채워져 있었죠. 결국 실제 창업을 경험한 멘토 한 분과 공동저자로 작업하여 훨씬 실용적인 책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경우 고려해볼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와 공동저자로 작업
여러 전문가 인터뷰를 추가하여 내용 보강
철저한 팩트체크와 최신 정보 업데이트
베타리더를 통한 내용 검증
3. 글쓰기 자체가 어렵다면 '전문 작가' 고용
가끔은 좋은 아이디어와 풍부한 경험을 가졌지만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우신 분들을 만납니다. 30년간 한복 제작을 해온 정OO 대표님이 그런 경우였죠. 정 대표님은 한복의 역사와 제작 기법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셨지만, 이를 책으로 옮기는 것은 힘들어하셨습니다. AI 원고도 시도해보셨지만 "내 이야기 같지가 않아요"라고 하셨어요.
결국 한복과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전문 작가와 연결해드렸습니다. 정 대표님이 인터뷰 형식으로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고, 작가가 이를 읽기 쉬운 글로 재구성하는 방식이었죠. 6개월 후 나온 책은 문화 분야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자비출판 시 고려해야 할 부분
1)비용 문제
전문 작가를 고용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다음과 같은 대안들을 고려해보세요
신진 작가나 관련 전공 대학원생과의 협업
원고료 대신 인세를 나누는 조건으로 계약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제작비 확보
단계별 작업으로 비용 분산
2)저작권과 윤리 문제
AI로 작성한 원고의 저작권에 대한 법적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윤리적으로는 다음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AI 사용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기
인간의 창작물과 명확히 구분하기
표절 검사를 통한 중복 내용 확인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검증
3)독자의 기대치
독자들은 책을 통해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과 경험을 얻고자 합니다. 아무리 AI가 완벽한 정보를 제공한다 해도,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감동과 공감대는 대체할 수 없죠. 최근 자기계발서 분야에서 AI로 작성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오래도록 사랑받는 책들은 여전히 저자의 진솔한 경험담이 담긴 것들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
약 10년간 수많은 원고를 다뤄온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완벽한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 질문들에 대한 답을 통해 방향을 정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만이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
전문 경험, 독특한 관점, 생생한 사례가 있다면 이를 최대한 활용하세요.
독자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단순한 정보 전달인지, 감동과 영감인지, 실용적 해결책인지 파악하세요.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은?
현실적인 한계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세요.
이 책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단순한 출간이 목적인지, 독자들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고 싶은지 생각해보세요.
AI는 분명 훌륭한 도구입니다. 글쓰기의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기본적인 구성과 정보 정리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책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닙니다. 저자와 독자 사이의 소통이며, 한 인간의 삶과 지혜가 담긴 결과물이죠. ChatGPT로 쓴 원고를 완전히 버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위에 당신만의 색깔을 입혀주세요. 당신의 경험과 철학, 실패와 깨달음을 더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진정한 '당신의 책'을 만드는 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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