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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출판 시 내가 할 일vs. 전문가에게 맡길 부분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8월 25일
  • 4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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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출판 시 내가 할 일vs. 전문가에게 맡길 부분

안녕하세요. 자비출판에 대한 글들을 연재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편집자님, 제가 어디까지 해야 하고 어디서부터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까요?"

솔직히 이 질문이야말로 자비출판의 핵심입니다. 모든 걸 혼자 하려다 망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모든 걸 맡기려다 비용이 감당 안 되는 경우도 봤거든요.

오늘은 20년간 작가들과 함께 일하면서 깨달은, '편집의 적정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편집,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먼저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편집이 단순히 '맞춤법 검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얼마 전 만난 김 작가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편집자님, 저는 맞춤법은 자신 있어요. 그러니까 편집비 좀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김 작가님의 원고를 보니 정말 맞춤법은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어요.

첫 번째 챕터에서 주인공을 '민수'라고 소개했는데, 세 번째 챕터에서는 갑자기 '민준'이 되어 있었습니다. 또 2장에서 설명한 내용을 7장에서 다시 반복하고 있었고, 전체적인 논리 흐름도 어색했죠.

결국 김 작가님과 함께 전체 구성을 다시 점검하고, 내용의 일관성을 맞추는 작업을 했습니다. 맞춤법은 완벽했지만, 편집할 게 산더미였던 거죠.

편집 과정을 단계별로 이해하기

1단계: 구성 편집 (Development Editing)

이건 작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 챕터 순서, 핵심 메시지의 일관성 등은 작가만이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뛰어난 편집자라도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의도까지는 읽을 수 없거든요.

지난해 자기계발서를 쓴 박 대표님의 사례를 들려드릴게요. 첫 원고를 받아보니 좋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마치 여러 개의 칼럼을 그냥 이어 붙인 느낌이었어요.

"대표님,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확히 무엇을 전달하고 싶으세요?"

이 질문을 시작으로 박 대표님과 3주간 구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핵심 메시지를 3개로 압축하고, 각 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시 정리했죠. 이 과정은 편집자가 도와줄 수는 있지만, 결정은 작가가 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2단계: 내용 편집 (Content Editing)

이건 전문가와 협업해야 할 영역입니다.

문장 수준에서의 논리성, 가독성, 표현의 적절성을 다루는 단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해요.

요리책을 쓰는 정 셰프의 경우를 보죠. 정 셰프는 25년 경력의 전문가였지만, 전문 용어를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었어요.

"팬에 기름을 두르고 센 불에서 볶아주세요"라고 쓰셨는데, 초보자들은 '센 불이 얼마나 센 건지', '얼마나 오래 볶아야 하는지' 알 수 없잖아요.

이런 부분들을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중강불(가스레인지 기준 34단계)에서 23분간 볶아주세요"로 수정하는 것이 내용 편집의 역할입니다.

3단계: 문체 편집 (Copy Editing)

이것도 전문가 영역입니다.

문장의 호흡, 리듬감, 일관된 문체 유지 등을 다루는 단계예요. 많은 작가들이 간과하는 부분인데, 실제로는 독서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소설을 쓴 이 작가님의 경우,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서는 짧고 강렬한 문장을, 서정적인 장면에서는 길고 여운 있는 문장을 쓰셨어요.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 장면에서도 똑같이 긴 문장을 쓰다 보니 독자들이 지루해할 수 있었죠.

이런 문체의 메리하리를 조절하는 것은 숙련된 편집자의 감각이 필요합니다.

4단계: 교정·교열 (Proofreading)

이건 반드시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맞춤법, 띄어쓰기, 문법 등을 최종 점검하는 단계입니다. "나는 맞춤법 자신 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의외의 실수가 많아요.

특히 '의존 명사' 띄어쓰기 같은 건 정말 어려워요. '할 수 있다', '할수 있다', '할 수있다' 중에서 정답이 뭔지 확신하시나요?

현실적인 역할 분담 전략

예산 100만원 이하: 최소 안전장치

이 정도 예산이라면 4단계만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작가가 할 일

  • 전체 구성 재검토 (친구나 가족에게 먼저 읽어달라고 하세요)

  • 기본적인 내용 점검 (앞뒤 모순, 중복 내용 정리)

  • 1차 자체 교정 (맞춤법 검사기 활용)

전문가에게 맡길 일

  • 문체 통일 및 가독성 개선

  • 전문적인 교정·교열

실제로 웹소설을 종이책으로 내고 싶어하던 김 작가는 이 방법으로 90만원만 들여서 깔끔한 책을 만들어냈어요.

예산 200-300만원: 균형잡힌 협업

이 정도면 내용 편집까지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할 일

  • 구성 편집 (하지만 편집자와 상의)

  • 초고 단계에서의 기본 점검

전문가에게 맡길 일

  • 내용 편집 (논리성, 가독성 개선)

  • 문체 편집 및 교정·교열

육아서를 쓴 박 맘의 경우가 이런 케이스였어요. 전반적인 구성은 본인이 짰지만, 전문 용어 설명이나 표현의 적절성은 편집자와 함께 다듬어갔죠.

예산 500만원 이상: 전문가 주도

이 정도 예산이면 구성 단계부터 전문가와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어요.

작가가 할 일

  • 핵심 메시지와 의도 전달

  • 전문적 내용의 정확성 검토

  • 최종 검토 및 승인

전문가에게 맡길 일

  • 구성 편집 조언 및 가이드

  • 내용, 문체 편집 전 과정

  • 다단계 교정·교열

협업할 때 주의사항

1. 명확한 역할 구분

편집 계약을 할 때 어디까지가 편집자 몫이고 어디까지가 작가 몫인지 명확히 하세요.

얼마 전 만난 최 작가님은 편집자가 "구성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하자 당황하시더군요. 애초에 구성 편집은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작가는 당연히 해줄 거라고 생각하신 거였어요.

2. 수정 횟수 제한

무제한 수정을 약속하는 편집자는 피하세요. 대신 "2회 수정"처럼 명확한 조건을 정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작가도 신중하게 검토하게 됩니다.

3. 샘플 작업 요청

본격적인 계약 전에 2-3페이지 정도 샘플로 편집을 받아보세요. 편집 스타일이 본인 글과 맞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실제 사례로 보는 성공과 실패

성공 사례: 적절한 역할 분담

여행 에세이를 쓴 김 여사님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김 작가님이 한 일

  • 전체적인 여행 순서와 에피소드 배치

  • 사진 선별 및 배치 위치 결정

  • 개인적 감정과 경험 서술

편집자가 한 일

  • 여행 정보의 정확성 확인

  • 문체 통일 (일기체와 에세이체가 섞여 있었음)

  •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 수정

결과: 여행 커뮤니티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초판 500부 완판

실패 사례: 잘못된 역할 분담

자기계발서를 쓴 한 강사님의 경우입니다.

문제점:

  • 편집자에게 모든 걸 맡기려 함 (구성까지도)

  • 자신의 전문성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함

  • 편집자는 해당 분야 비전문가였음

결과:

  • 뻔한 내용의 책이 됨

  • 저자만의 독특한 노하우가 묻힘

  • 판매 부진으로 자비출판 포기

편집자를 고르는 기준

1. 해당 장르 경험

로맨스 소설 전문 편집자에게 경영서 편집을 맡기면 안 되겠죠. 비슷한 장르의 편집 경험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2. 소통 능력

편집은 결국 작가와 편집자의 협업입니다. 작가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수정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편집자를 선택하세요.

3. 현실적인 일정 제시

"일주일이면 끝낼 수 있어요"라고 하는 편집자보다는 "원고 분량을 보고 3-4주 정도 소요될 것 같습니다"라고 현실적으로 말하는 편집자가 더 믿을 만해요.

편집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다리입니다. 작가의 생각을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죠.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편집자라도 작가의 핵심 메시지까지 만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경험을 가진 작가라도, 혼자서는 객관적인 시선을 갖기 어려워요.

제가 20년간 현장에서 느낀 황금 비율은 이렇습니다

  • 작가 70% : 편집자 30% (구성과 핵심 내용은 작가가, 표현과 다듬기는 편집자가)

물론 예산과 경험에 따라 이 비율은 조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경우든 작가가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편집자는 조연이에요.

기억하세요. 완벽한 편집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과 잘 맞는 편집자는 분명 있어요. 시간을 들여 찾아보시고,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함께 좋은 책을 만들어가세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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