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대필로 출판하기까지 이걸 알았다면...
- 리퍼블릭 편집부

- 18시간 전
- 3분 분량

정년을 1년 앞둔 대학교수 C씨는 35년간의 연구와 교육 경험을 책으로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논문은 수백 편이나 썼지만, 대중을 위한 글쓰기는 해본 적이 없었죠. 자서전이라기보다는 학문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에 가까운 책을 원했습니다. 직접 써보려고 붙잡고 있었지만, 반년 동안 A4 용지 20장밖에 쓰지 못해 결국 대필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기획 미팅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책의 독자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C씨는 처음에 같은 분야의 학자들을 독자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편집자가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제자들이 읽으면 어떨까요?" 학술적 업적을 나열하는 대신, 연구자로서 겪은 고민과 실패, 그리고 깨달음을 제자들에게 전하는 멘토링 에세이로 기획 방향이 잡힌 것입니다.
인터뷰는 총 6회, 회당 2시간씩 진행되었습니다. C씨의 연구실에서 녹음기를 켜놓고 대필 작가가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회: 유년기부터 대학원 시절까지
2회: 첫 논문과 첫 좌절
3회: 해외 연수와 시야의 확장
4회: 학과 내 정치와 갈등
5회: 제자 양성 철학
6회: 은퇴 후 계획과 후배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인터뷰 틈틈이 C씨가 과거 사진과 연구 노트를 정리해서 보내주었는데, 이 자료들이 원고에 생동감을 더해주었습니다.
원고 집필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학술 용어를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쓰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C씨의 전공은 생화학인데, 인터뷰 중 자연스럽게 나오는 전문 용어들을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와 설명을 곁들여 전환해야 했습니다. 대필 작가가 초고를 쓰면 비전공자인 편집자가 읽으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표시했고, 이 과정을 두 차례 반복하면서 원고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C씨가 초고를 읽고 가장 많이 수정한 부분은 학과 내 갈등을 다룬 챕터였습니다. 실명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가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대필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 검토하여 특정 인물이 식별되지 않도록 상황을 각색하고 이름을 가명 처리했습니다. 당사자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었습니다.
총 작업 기간은 4개월이 걸렸습니다. 인터뷰에 6주, 초고 집필에 5주, 2차례 수정에 3주, 편집 및 교정교열에 2주가 소요되었습니다. C씨가 초고를 검토하는 데만 2주가 걸렸는데, 은퇴 준비와 병행하느라 시간이 꽤 빠듯했습니다.
총비용은 약 730만 원이 들었습니다. 세부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항목 | 비용 |
대필료 | 300만 원 |
편집 교정교열 | 120만 원 |
표지 및 내지 디자인 | 250만 원 |
인쇄 (300부) | 130만 원 |
서점 유통 | 30만 원 |
합계 | 약 730만 원 |
출간 후 C씨는 정년 퇴임식에서 참석자 100명에게 책을 선물했습니다. 제자들이 SNS에 책 사진을 올리면서 온라인 서점에서도 자연스럽게 검색 유입이 생겼습니다. 첫 달 판매량은 45부로, 학술 회고록이라는 장르를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C씨가 가장 기뻐했던 것은 판매량이 아니라, 졸업한 지 20년이 된 제자에게서 온 메시지였습니다. "교수님 책에서 제가 석사 때 좌절했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 교수님도 같은 경험을 하셨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인쇄 사양을 정할 때 C씨가 고민했던 부분은 양장제본 여부였습니다. 학자의 회고록이니 양장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편집자의 조언에 따라 일반 무선제본으로 결정했습니다. 양장제본은 권당 2,000~4,000원 정도가 추가되어 300부 기준 60만~120만 원이 더 듭니다. 실질적으로 양장 여부가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독자 대부분은 온라인 서점에서 표지 이미지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지 제본 방식까지 따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절약한 비용을 표지 디자인 품질을 높이는 데 투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책의 실제 독자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잡은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 학자가 아닌 제자를 독자로 정했기 때문에 글의 톤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학술적 권위 대신 인간적인 솔직함이 전면에 나섰고, 그것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대필 작가의 역할은 단순히 글을 대신 쓰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방향을 찾아주는 데 있습니다.
완성된 책의 활용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C씨는 출간 후 대학 동문회보에 소식을 알렸고, 학과 홈페이지에도 책 소개를 게시했습니다. 학회 발표 때도 마지막 슬라이드에 책 표지를 넣어 소개했죠. 이런 채널들을 통해 같은 분야 연구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습니다. 학술 회고록은 일반 서점 판매보다 이처럼 학회나 동문 네트워크를 통해 배포할 때 효과가 더 좋습니다.
비용 면에서 C씨가 아쉬워했던 부분은 사진 편집비였습니다. 35년간 모아둔 사진 중 인쇄 품질을 충족하는 것이 절반도 되지 않아, 사진 보정과 스캔에 40만 원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오래된 사진을 책에 넣을 계획이라면 일찍부터 고해상도 스캔을 해두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일반 복합기 스캔은 해상도가 낮으므로, 장당 3,000~5,000원 선의 전문 스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필 작가와의 관계도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C씨는 처음에는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했지만, 3회차부터는 대필 작가와의 대화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35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가슴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는 과정 그 자체가 일종의 정리이자 치유였던 셈입니다. 대필 작가 역시 인터뷰가 깊어질수록 의뢰인이 자기 이야기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는 순간이 온다고 전했습니다.
은퇴 기념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출간 시기를 정년 퇴임식에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을 역산하면 퇴임 6개월 전에는 대필을 시작해야 여유 있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퇴임식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줄 부수(보통 100~200부)를 미리 파악하고 인쇄 부수를 정해두면 납기를 맞추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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