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800만원 투자로 300만원을 벌었다고..?
- 리퍼블릭 편집부
- 3일 전
- 4분 분량

2019년 겨울, 출판사로 찾아온 한 20대 직장인이 있었다.
"편집자님, 제 에세이 좀 봐주실 수 있나요? 출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A4 200장 분량의 원고를 읽어보니 솔직히 별로였다. 문체도 어정쩡하고, 주제 의식도 흐릿했다. 하지만 그 청년은 꽤 간절해보였다.
"죄송하지만 상업 출간은 어려울 것 같고요, 독립출판을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독립출판이요? 그게 뭐죠? 어떻게 하는 건가요?"
출판업계에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상업적 가치만 보는 대형 출판사' 사이에 거대한 공백이 존재한다.
그 청년은 혼자 독립출판에 도전했다가 800만원을 날렸다. 편집 가이드라인도 없이 친구들과 무작정 시작해서 의견 충돌로 팀이 해체되고, 300부를 찍어놓고 50부밖에 못 팔고, 온라인 서점 수수료가 그렇게 높은 줄도 몰랐다고 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비슷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월 평균 15-20명씩 내게 상담을 요청했고, 그중 90%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3년간 150명이 넘는 예비 저자들을 상담하면서 깨달은 건, 독립출판의 실패 패턴은 정말 뻔하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그라운드호그 데이>처럼, 같은 실수를 다른 사람들이 계속 반복한다.
지난 3년간 내게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 중에는 앞서 언급된 사례들과 정확히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이 있었다.
카페 책 프로젝트 팀이 찾아왔을 때
2022년 봄, 30대 직장인 5명이 사무실로 왔다. "편집자님, 저희가 카페 책을 만들고 있는데 도와주세요."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리가 아팠다. 각자 다른 스타일로 쓴 글들, 통일성 없는 분량, 팀원 간 의견 충돌... 전형적인 '준비 없는 협업 프로젝트'였다.
"애초에 어떤 독자를 위한 책인지 정하셨나요?" "음...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요?" "그 사람들이 왜 이 책을 사야 하나요?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로도 충분한데?" "......"
결국 6개월 걸려 완성했지만 200부 중 80부만 팔고 프로젝트는 끝났다고 한다.
그해 가을, 인스타그램 팔로워 3만 2천명인 캘리그래피 작가가 상담을 요청했다. "팔로워가 많으니까 책도 잘 팔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3개월간 43부만 팔렸어요. 뭐가 잘못된 걸까요?"
SNS를 분석해보니 문제가 명확했다:
팔로워의 85%는 '예쁜 글씨 구경'이 목적
실제로 캘리그래피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5% 미만
책 내용은 개인 에세이였는데, 팔로워들이 원하는 건 '따라 쓸 수 있는 글씨'
나는 이렇게 답했다. "SNS 팔로워와 책 구매자는 완전히 다른 집단입니다. 팔로워 3만명이라고 해서 잠재 고객이 3만명인 건 아니에요."
이런 사례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건, 독립출판의 실패 패턴은 정말 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은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가 컨설팅한 프로젝트들은 평균 70% 이상이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독립출판 완성도, 해결책은 무엇일까?
1. 편집 통일성 문제 → 스타일 가이드 시스템
기존 사례에서 A는 별점, B는 감상적, C는 정보 나열형으로 제각각 썼다고? 이건 처음부터 예방 가능한 문제다.
'원페이지 스타일 가이드'
글의 톤앤매너: 친구에게 추천하는 느낌 길이: 800-1,200자 (A4 기준 1페이지) 구성: 첫인상 1문장 → 특징 3가지 → 개인적 에피소드 → 추천 이유 금지사항: 별점, 가격 언급, 부정적 표현 필수사항: 구체적인 메뉴나 공간 묘사 1개 이상
이런 가이드를 미리 만들면 나중에 6개월 걸릴 편집 작업을 2주로 단축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로컬 맛집 50' 프로젝트는 10명의 필진이 참여했지만 1차 편집에서 95%가 통과됐다.
2. 인쇄비 절약 → 스마트 인쇄 전략
200부에 120만원, 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단계별 인쇄 전략
1단계: 디지털 퍼스트 (제작비 거의 0원)
전자책 우선 출시 (리디북스, 교보ebook)
반응 체크 후 종이책 결정
사전 예약 주문 받기
2단계: 온디맨드 테스트 (50부, 1부당 8,000원)
품질 확인용
서점 영업용 샘플
인플루언서 협찬용
3단계: 스마트 주문 (300부, 1부당 4,500원)
사전 주문량의 1.5배 인쇄
2개 출판사와 공동 인쇄로 스케일 확보
인쇄소와 후불 결제 협상
실제 사례: 우리가 낸 한 요리책은 이 방식으로 제작비를 40% 절감하고, 3개월 만에 완판시켰다.
3. 판매 채널 다각화 → 멀티 채널 전략
온라인 서점만 믿고 있다가 망하는 패턴이 너무 뻔하다.
채널 포트폴리오 (매출 비중)
직접 판매 (40%): 자체 홈페이지, SNS
독립서점 (25%): 전국 45개 서점과 계약
온라인 서점 (20%): 예스24, 알라딜 등
팝업스토어/행사 (10%): 월 2-3회 참여
기업/단체 판매 (5%): 세미나, 워크숍용
독립서점 입점 성공률 높이는 꿀팁
서점별 성향 미리 파악 (문학/에세이/실용서)
서점 사장과 사전 관계 맺기 (카페 사장이 책 좋아할 확률 높음)
위탁이 아닌 매입 제안 (서점 입장에서 리스크 감소)
독자 이벤트 함께 기획 (북토크, 작가와의 만남)
실전 성공 사례 분석
사례 1: 성공 요인 분석
이런 유의 책이 성공한 건 우연이 아니다. 편집자 눈으로 보면 완벽한 전략이었다
차별화된 소재: 시장에 없는 독특한 관점
명확한 타겟: 젠트리피케이션에 관심 있는 2030 세대
지역성 활용: 동네 커뮤니티와 연계한 바이럴 마케팅
미디어 친화적: 기사화하기 좋은 사회적 이슈
물론 놓친 부분도 있다.
2차 저작권 활용 (웹툰, 드라마 원작 등)
시리즈화 가능성 (다른 지역 확장)
강연, 컨설팅 등 부가 사업
사례 2: 우리가 직접 개선한 사례
SNS 팔로워 3만명인 캘리그래피 작가 김씨와 비슷한 프로필의 작가를 우리가 담당했을 때
기존 방식 (실패 사례와 동일)
에세이 + 캘리그래피 = 1만 5천원
대상: 일반 독자
채널: 온라인 서점 중심
우리의 개선 방식:
워크북 + 연습장 = 1만 8천원
대상: 캘리그래피 배우고 싶은 사람
채널: 문화센터, 원데이 클래스 연계
부가: 온라인 강의 패키지 판매
결과: 6개월간 1,200부 판매, 저자 수익 800만원
편집자가 보는 독립출판의 가능성
돈이 되는 독립출판의 조건
틈새 시장 공략: 대형 출판사가 안 하는 분야
실용서: 특정 직업/취미 관련
지역서: 로컬 콘텐츠
워크북: 체험형 콘텐츠
저자 플랫폼 활용: 책이 아닌 '사업'으로 접근
강의, 컨설팅, 원데이클래스
굿즈, 키트 상품과 연계
구독 서비스나 멤버십
협업 생태계: 혼자 하지 말고 시스템 구축
기획-편집-디자인 전문가 네트워크
다른 독립출판사와 공동 마케팅
서점, 카페, 브랜드와 파트너십
3년간 25권 발행, 평균 손익분기점 달성률 72%
성공하는 책들의 공통점
명확한 독자층 정의 (30대 직장인 여성, 카페 창업 준비생 등)
책 + α 상품 구성 (워크시트, 템플릿, 온라인 강의)
저자의 적극적 마케팅 참여
출간 전 3개월간의 사전 화제 만들기
실패하는 책들의 공통점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 타겟 불분명)
자기만족적 내용 (독자 니즈 무시)
출간 후 마케팅 시작 (이미 늦음)
1인 작업 고집 (품질 한계)
독립출판을 시작하기 전 이것만은 꼭 체크해보자
□ 이 책을 꼭 사야 하는 사람 100명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 책값의 3배 이상 가치를 주는 추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가?
□ 6개월간 매일 2시간씩 마케팅에 투자할 의지가 있는가? □ 최소 300만원의 마케팅 비용을 쓸 여력이 있는가?
이 중 3개 이상 체크 안 되면 아직 준비가 부족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독립출판 시 투자 대비 수익을 원한다면
혼자 하지 말고 전문가와 협업하라
책이 아닌 '브랜드'를 만든다고 생각하라
출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여겨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말라
독립출판은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
단, 감성이 아닌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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