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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집 제작 시 기획, 집필 AI에게 다 맡겨도 될까.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8월 12일
  • 3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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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집 제작 시 기획, 집필 AI에게 다 맡겨도 될까.

'만약 청소, 빨래, 음식 등의

 집안일을 아웃소싱한다고 해보자.

그 이후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곳이라면,

그곳을 집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시인 심보선은 수필집

<그곳은 환한가>에서 대략 이렇게 썼다.

집은 살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장소다.

집을 단지 청소하고 빨래하고

먹고 자는 곳으로만 인식한다면,

그 집은 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집은 매매하고 등기부등본에

올랐다고 해서 그 집을 소유하는 게

아니다. 사랑, 까지는 모르겠지만

대화와 소통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곳이 집이라면,

그곳이 전세든 월세든 오롯이 집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시인의 말은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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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 편 쓰는 데도 수많은 자료가 참조되며, 수시로 소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관여한다.

AI가 기획이랑 글도

다 써주는데 왜.....

글도 마찬가지 아닐까?

'만약 기획, 집필, 윤문 등을

모두 AI에게 아웃소싱한다고 해보자.

그 후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면,

그것을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쓰기에 관한 통찰을

심보선 식으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사람들은 AI에게 대체되기를 두려워한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에는 변호사,

상담가, 작가 등 주로 텍스트 기반의 지식 노동을

하는 이들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대체되는 건 오직 '기능'이다.

글을 쓰는 기능,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능,

헌법을 토대로 법리를 해석해주는 기능은

대체될 것이고,

대체되어야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단순 반복 노동을 하려고

그 오랜 시간 공부하고 훈련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기능이 대체되면

사람이 할 일은 모두 사라지는가?

만약 이런 기능을 다 아웃소싱하고도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면,

애초에 그 직업은 직업으로서의 가치가 없었던 게 아닐까?

'맥락'을 찾아서 의미를

부여하기

이렇게 장황하게

서두를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사례집 제작 상담을

하면서 많은 실무자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쓴 목차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목차는 AI한테 요청해서 다 짜놨고요..."

그런데 이미 다 기획한 사례집 목차를 작가에게

재차 확인을 받는 이유는 뭘까?

무언가 불안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불안한 걸까?

그것은 '기능은 연결했으나,

 뭔가 의미가 빠졌다'는

해석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단지 사례집 집필을 하는 것이

교정을 보는 것이,

윤필을 하는 것이 글을 쓰고 고치는

'기능'을 필요로 하는 것에 그친다면,

 사례집 제작을 위한 집필작가는 필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능을 다 한 글을

보고도 물음표를 찍는다.

"뭔가 임팩트가 없다"고도 하고,

 "그래서 핵심이 뭐냐"고도 묻는다.

각각 질문은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

'AI가 쓴 것은 내용이 있는데

의미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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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만족하지 않는 클라이언트들은 '사람 냄새'는 글을 검증하려 한다. 사진은 의뢰기관 실무자와의 대화.

사실 AI는 꽤 기획을 잘 한다.

 자료만 몇 개 던져주면,

3년차 사례집 에디터의

기획에 준하는 그럴싸한 목차가 생성된다.

교정 교열은 말할 것도 없다. '국립국어원

교정교열 원칙에 준하게 교정을 봐달라'고 하면

띄어쓰기 오류까지 척척 찾아낸다.

하지만 최근 AI와 대화를 하면서

AI가 한 가지 못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설득'이다.

AI는 설득하지 못한다.

요청한 것에 전문적 지식을

동원해서 일목요연하게 답은 하지만,

내가 반대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거기에 장단을 맞춰서 전혀 다른

답변을 수정해서 내놓기도 한다.

한 마디로 AI의 답변은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하다.

여전히 AI에게는 '신념'이라는 게 없는 듯하고,

미미하게 신념이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걸 강하게 고수해 사용자를

설득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AI에게 이것저것 요청하는

나는 결국 AI에게 설득당하지 않았다.

사례집 제작이라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설득 과정이다.

이 기획이 왜 이렇게 나왔고

목차는 왜 이런 흐름이며

구성은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를,

단순히 기능적으로 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맥락'(context)'을

상대에게 설명하고, 나아가 이를 설득시켜야 한다.

어찌보면 이는 일종의 컨설팅과 비슷하다.

<설득의 언어>의 저자 유달내는

컨설팅 능력은 상대에게 좋은 제안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설득해내는 능력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어찌보면 사례집 집필도 마찬가지다.

글은 기능이자 도구일 뿐,

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대화이자 소통이고, 이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기능으로 대체될 게 아니라면 AI가 제아무리

기획과 집필을 잘한들, 사례집 집필자의 역활이

덜 중요해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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