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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집 제작 시 기획, 집필 AI에게 다 맡겨도 될까.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2025년 8월 12일
3분 분량

사례집 제작 시 기획, 집필 AI에게 다 맡겨도 될까.

'만약 청소, 빨래, 음식 등의

 집안일을 아웃소싱한다고 해보자.

그 이후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곳이라면,

그곳을 집이라고 할 수 있는가'

​

시인 심보선은 수필집

<그곳은 환한가>에서 대략 이렇게 썼다.

​

집은 살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장소다.

집을 단지 청소하고 빨래하고

먹고 자는 곳으로만 인식한다면,

그 집은 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집은 매매하고 등기부등본에

올랐다고 해서 그 집을 소유하는 게

아니다. 사랑, 까지는 모르겠지만

대화와 소통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곳이 집이라면,

그곳이 전세든 월세든 오롯이 집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시인의 말은 울림이 있다.


​

글 한 편 쓰는 데도 수많은 자료가 참조되며, 수시로 소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관여한다.

​

AI가 기획이랑 글도

다 써주는데 왜.....

​

글도 마찬가지 아닐까?

'만약 기획, 집필, 윤문 등을

모두 AI에게 아웃소싱한다고 해보자.

그 후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면,

그것을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

글쓰기에 관한 통찰을

심보선 식으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

사람들은 AI에게 대체되기를 두려워한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에는 변호사,

상담가, 작가 등 주로 텍스트 기반의 지식 노동을

하는 이들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

하지만 대체되는 건 오직 '기능'이다.

​

글을 쓰는 기능,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능,

헌법을 토대로 법리를 해석해주는 기능은

대체될 것이고,

대체되어야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단순 반복 노동을 하려고

그 오랜 시간 공부하고 훈련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

그렇다면 기능이 대체되면

사람이 할 일은 모두 사라지는가?

​

만약 이런 기능을 다 아웃소싱하고도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면,

애초에 그 직업은 직업으로서의 가치가 없었던 게 아닐까?

​

'맥락'을 찾아서 의미를

부여하기

​

이렇게 장황하게

서두를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사례집 제작 상담을

하면서 많은 실무자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쓴 목차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목차는 AI한테 요청해서 다 짜놨고요..."

그런데 이미 다 기획한 사례집 목차를 작가에게

재차 확인을 받는 이유는 뭘까?

​

무언가 불안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불안한 걸까?

​

그것은 '기능은 연결했으나,

 뭔가 의미가 빠졌다'는

해석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

 단지 사례집 집필을 하는 것이

교정을 보는 것이,

윤필을 하는 것이 글을 쓰고 고치는

'기능'을 필요로 하는 것에 그친다면,

 사례집 제작을 위한 집필작가는 필요 없다.

​

하지만 사람들은 기능을 다 한 글을

보고도 물음표를 찍는다.

​

"뭔가 임팩트가 없다"고도 하고,

 "그래서 핵심이 뭐냐"고도 묻는다.

​

각각 질문은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

'AI가 쓴 것은 내용이 있는데

의미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


AI에게 만족하지 않는 클라이언트들은 '사람 냄새'는 글을 검증하려 한다. 사진은 의뢰기관 실무자와의 대화.

​

사실 AI는 꽤 기획을 잘 한다.

​

 자료만 몇 개 던져주면,

3년차 사례집 에디터의

기획에 준하는 그럴싸한 목차가 생성된다.

교정 교열은 말할 것도 없다. '국립국어원

교정교열 원칙에 준하게 교정을 봐달라'고 하면

띄어쓰기 오류까지 척척 찾아낸다.

​

하지만 최근 AI와 대화를 하면서

AI가 한 가지 못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

그것은 바로 '설득'이다.

​

AI는 설득하지 못한다.

요청한 것에 전문적 지식을

동원해서 일목요연하게 답은 하지만,

내가 반대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거기에 장단을 맞춰서 전혀 다른

답변을 수정해서 내놓기도 한다.

​

한 마디로 AI의 답변은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하다.

여전히 AI에게는 '신념'이라는 게 없는 듯하고,

미미하게 신념이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걸 강하게 고수해 사용자를

설득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

AI에게 이것저것 요청하는

나는 결국 AI에게 설득당하지 않았다.

​

사례집 제작이라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설득 과정이다.

​

이 기획이 왜 이렇게 나왔고

목차는 왜 이런 흐름이며

구성은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를,

단순히 기능적으로 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맥락'(context)'을

상대에게 설명하고, 나아가 이를 설득시켜야 한다.

​

어찌보면 이는 일종의 컨설팅과 비슷하다.

​

<설득의 언어>의 저자 유달내는

컨설팅 능력은 상대에게 좋은 제안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설득해내는 능력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

어찌보면 사례집 집필도 마찬가지다.

글은 기능이자 도구일 뿐,

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대화이자 소통이고, 이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기능으로 대체될 게 아니라면 AI가 제아무리

기획과 집필을 잘한들, 사례집 집필자의 역활이

덜 중요해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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