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 편찬, 현실을 말씀드립니다
- 리퍼블릭 편집부
- 8시간 전
- 2분 분량

10년째 기업사·단체사 집필로 밥벌이하는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
요즘 들어 사사(社史) 집필 의뢰가 부쩍 늘었습니다. 창립 50주년, 100주년을 맞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겠죠.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 비슷한 패턴입니다.
"3개월 안에 가능하죠?" "예산은 500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요." "자료는 다 준비되어 있어요."
정중히 말씀드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간은 최소 1년입니다
제대로 된 사사를 쓰려면 최소 1년, 보통 1년 반은 잡아야 합니다.
2개월? 그건 기존 자료를 대충 짜깁기하는 수준밖에 안 됩니다.
실제 작업 과정을 보면:
자료 수집 및 정리: 3-4개월
인터뷰 및 현장 조사: 2-3개월
1차 원고 작성: 3-4개월
검토 및 수정: 2-3개월
여기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자료 수집입니다.
"자료는 다 있다"고 하시는데, 막상 보면 창립 당시 문서는 없고,
중요한 시기 기록은 빠져있고, 증언할 수 있는 분들 연락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비용도 현실적으로 생각하세요
제대로 된 사사는 최소 3,000만원부터입니다.
500만원으로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수준밖에 구할 수 없어요.
원고료만 계산해도:
200-300페이지 분량 기준
원고지 2,000-3,000매
매당 15,000-20,000원 (경력에 따라)
원고료만 3,000-6,000만원
여기에 취재비, 교통비, 자료 구입비까지 더하면 더 올라갑니다. 출판비는 별도고요.
"그냥 간단하게만 해달라"고 하시는데, 간단한 사사라면 굳이 전문 작가에게 맡길 이유가 없지 않나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리고 비싼가요?
사사는 단순한 연대기가 아닙니다.
역사적 맥락 속에서 기업의 발자취를 정리해야 하고
객관적 사실 확인을 위해 교차 검증이 필요하며
스토리텔링으로 읽을 만한 글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열 개의 자료를 뒤져야 하는 게 일상입니다.
1960년대 신문 기사를 찾으러 국립도서관에 가고,
은퇴한 임원분들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해요.
좋은 집필자를 찾으려면
1.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확인하세요
기업사 집필 경험이 있는지, 완성된 책을 실제로 봐보세요.
온라인에만 올린 글로는 실력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2. 해당 업종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세요
제조업과 금융업은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업종별 특성을 아는 작가를 찾으세요.
3. 소통 능력을 확인하세요
사사는 혼자 쓰는 게 아닙니다.
경영진, 직원, 관련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해요.
클라이언트에게 당부의 말
좋은 사사를 원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세요.
"빨리빨리, 싸게싸게"로는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50년, 100년 역사를 3개월에 500만원으로 정리하겠다는 건
그 역사를 우습게 보는 거예요.
집필자도 사람입니다. 생계가 있고, 자존심이 있어요.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열정페이"를 요구하지 마세요.
진짜 좋은 사사는 후배들이 읽어도 감동받을 수 있고, 기업 문화의 DNA가 될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그런 책을 만들고 싶다면, 그만한 투자는 각오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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