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사례집 제작업체 선정, 고민된다면...
- 리퍼블릭 편집부
- 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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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사례집 제작 업체를 찾을 때, 담당자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요청은 보통 이렇습니다. “어떤 결과물 만드셨는지, 포트폴리오 먼저 받아볼 수 있을까요?” 당연한 절차처럼 보입니다. 어떤 디자인 스타일을 가졌는지, 얼마나 세련된 결과물을 만드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으실 테니까요.
하지만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디자인 포트폴리오만 보고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배우의 프로필 사진만 보고 영화의 흥행을 점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성공적인 사례집을 만드는 수많은 요소 중 지극히 일부일 뿐, 결코 본질이 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알맹이가 빠진 사례집’이 만들어지는 이유
많은 담당자분들이 결과보고서나 보도자료 뭉치를 넘겨주시며 “이걸로 멋지게 디자인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이미 정제된, 건조한 텍스트 덩어리를 아무리 뒤섞고 근사한 디자인을 입혀봐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되진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무엇일까요? 비싼 돈 들여 만든 ‘예쁜 쓰레기’입니다. 내용은 밋밋해서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고, 어떤 감동이나 교훈도 주지 못합니다. 결국 책장에 꽂힌 채 먼지만 쌓이다가, 연말이면 조용히 파쇄될 운명에 처합니다. 수천만 원의 예산이 공중분해되는 순간입니다. 이 비극은 프로젝트의 첫 단추, 즉 ‘취재와 기획’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대행사 선정, 질문을 바꾸셔야 합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대행사를 고를 때, 질문의 순서를 완전히 바꾸셔야 합니다.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가장 나중에 보십시오. 그 전에, 이 두 가지를 먼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셔야 합니다.
첫째, “취재와 인터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라고 물어보십시오.
이 질문에 “자료 주시면 됩니다” 혹은 “서면으로 진행 가능합니다”라고 답하는 업체는 피하셔야 합니다. 좋은 업체는 자신들만의 인터뷰 방법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에 어떤 사전 조사를 하시는지?”
“보고서에 없는 ‘진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본인들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단순 사실 확인을 넘어, 성공 이면의 갈등이나 실패 경험까지 파고들어 취재할 역량이 있는지?”
이런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막힘없이 자신감 있는 답변이 돌아와야 합니다. 현장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날것의 스토리를 캐내는 능력이야말로, 사례집의 코어를 만드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 프로젝트의 ‘기획 핵심’을 무엇으로 잡으실 건가요?” 라고 질문하십시오.
단순히 목차를 예쁘게 구성하고 내용을 보기 좋게 배열하는 것이 기획이 아닙니다. 진짜 기획은 흩어진 사례들 속에서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의식’과 ‘스토리라인’을 도출해내는 과정입니다.
“우리 기관(회사)이 이 사례집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수십 개의 사례 중 어떤 기준으로 핵심 사례를 선별하고, 어떤 흐름으로 배열해야 메시지가 극대화될지 초기 아이디어가 있는지?”
이 질문은 업체의 ‘해석 능력’과 ‘전략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밖에 내놓지 못한다면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디자인은 마지막 시각적 표현일 뿐입니다
취재를 통해 살아있는 심장을 찾아내고, 기획을 통해 단단한 뼈대를 세운 뒤에야 비로소 디자인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야말로 디자인은 잘 만들어진 메시지와 스토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시각적 완성’이 됩니다. 좋은 대행사는 ‘보여주기’ 전에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꾸미기’ 전에 ‘읽어낼 능력’을 갖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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