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집필, AI가 아닌 전문작가가 써야 하는 이유
- 리퍼블릭 편집부

- 8월 6일
- 2분 분량

출간을 앞둔 작가께 드리는 조언
안녕하세요, 작가님. 첫 책 출간을 준비 중이시라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이 시점에, 제가 최근 경험한 자서전 집필 프로젝트에서 느낀 점을 나누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요즘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AI로도 충분히 자서전을 쓸 수 있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하지만 3년째 자서전 집필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저로서는, 이 일이야말로 '사람'이 해야 하는 가장 인간적인 작업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달 만난 한 CEO는 처음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 스토리만 늘어놓으셨습니다. 하지만 네 번째 만남에서,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10초간 침묵하시더니 "사실 제일 힘들었던 건..." 하며 입을 여셨죠. 그 순간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AI는 텍스트를 분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지만, 떨리는 목소리 뒤에 숨은 감정의 결을 읽어낼 수 없습니다. 눈물을 참으며 뜸을 들이는 그 3초의 침묵이 얼마나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는지, 오직 함께 호흡하는 작가만이 알아챌 수 있죠.
인간의 삶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한 클라이언트는 "가족이 최우선"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승진을 위해 아이의 졸업식을 놓친 이야기를 하며 울먹이셨습니다. 이런 모순이야말로 인간다움의 증거입니다.
전문작가는 이런 모순을 '오류'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균열 속에서 진정성을 발견하고,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인간성을 끌어냅니다. AI는 일관성을 추구하지만, 우리는 비일관성 속에서 진실을 찾아냅니다.
자서전은 단순한 개인사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삶을 통해 한 시대를 조명하는 작업이죠. 1970년대 새마을운동 시절 농촌에서 자란 한 기업가의 이야기를 쓰면서, 저는 당시의 냄새, 소리, 감촉까지 복원해야 했습니다.
"어머니가 호롱불 아래서 누빈 버선"이라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실제로 버선을 만져보고, 호롱불을 켜보고, 그 시절을 산 다른 어르신들을 추가로 인터뷰했습니다. 이런 디테일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발품과 공감에서 나옵니다.
자서전 집필은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립니다. 이 기간 동안 저와 클라이언트는 함께 변화합니다. 처음엔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고 싶어 하던 분이,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화해하게 됩니다.
한 클라이언트는 "작가님과 이야기하면서 제가 왜 그렇게 일에 매달렸는지 비로소 알게 됐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성찰의 여정은 미리 프로그래밍된 질문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살아있는 대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화학작용이죠.
자서전에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가족, 동료, 경쟁자... 이들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는 매우 섬세한 문제입니다.
한 번은 클라이언트가 전 사업 파트너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넣고 싶어 하셨습니다. 저는 "30년 후 당신의 손자가 이 부분을 읽는다면?"이라고 물었고, 결국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시 썼습니다. 이런 윤리적 판단과 설득은 AI가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AI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자료 정리나 초벌 구성에 활용할 수 있죠. 하지만 자서전의 영혼을 불어넣는 것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람의 몫입니다. 타인의 삶에 귀 기울이고, 함께 웃고 울며, 그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 이것이 적가의 특권이자 책임입니다.
첫 책 출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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