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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자서전 제목짓기의 역설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9월 24일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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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계속 저녁에 포천행이네요.

VIP들은 저녁 인터뷰를 좋아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에너지가 적잖이 소모되는

밤 인터뷰일수록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하죠.

(그래서 카페인 과다 투여..)

일기 모음집 같은

고루한 자서전이 아니라,

그래도 돈 주고 사볼 법한 책을 만들려면

디테일을 신경써야 합니다.

책 한권을 만드는 일이야 요즘 AI로

뚝딱뚝딱 만들 수 있고, 낱권 인쇄도 해주는

시대이다보니 그리 어렵지 않죠.

아마추어도 책 한 권은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상품화될 거냐는 거겠죠.

그리고 그 차이는 대단한 게 아니라

'제목' 같은 디테일입니다.

모두가 호텔 뷔페식을 선호하는 게 아니듯

모든 정치인이 같은 제목 패턴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트렌디한 제목을 좋아하는 정치인도

있고, 멋 부리지 않은 직관적 제목을 좋아하는 분,

소위 '어그로'를 강하게 끄는 제목을 좋아하는

분 등 정치인의 성향과 출판 목적성에 따라 다릅니다.

평양 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아무리 편집자가 고심해 잡은 제목이라고 해도

당사자가 싫으면 꽝이거든요.

어차피 정치인 자서전은 출간기념회를 위한

것이고, 그 목적성을 맞추려면 의도를 간파하는

게 중요한데요. 문제는 상대가 자신의 의도를

한 번에 밝히는 경우가 없다는 겁니다.

숨기려고 할 이유는 없는데, '본심'을 단번에

드러내지 않는 거죠. 그래서 인터뷰를 길게,

여러 번 하는 거고요.

포천시에서 준비 중이신 다선의 정치인

A를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굵은 붓글씨 같은 선을 가지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포장 대신 실적을,

명분보다는 실리를 내세우는 이런 타입의

정치인들은 명품이 좋다고 무조건 걸치고 보는

유형이 아니기에, 맞춤형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정치인 자서전을 준비할 때는 인터뷰 단계에서

거의 대부분의 제목이 정해지기 때문에,

2회차 인터뷰에서 저는 4개의 제목 후보를

마음에 두었고,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고속도로

차 안에서 한 가지 제목을 확정지었네요.

대개는 제가 추천한 제목이 아닌 다른 후보군이

결정되긴 하지만, 그렇게 정치인이 자기 자서전의

제목을 고르려면, 제가 세운 기준선을 봐야만

결정하기가 수월합니다.

정치인 자서전 제목의 안목은,

작가의 실력이기도 하고

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책의 내용은 둘째이고,

인쇄가 양장이냐 소프트커버냐도

둘째죠. 가장 우선은 제목입니다. 그 다음은

컨셉과 구성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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