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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AI한테 다 맡기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7시간 전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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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AI 글쓰기 툴에 관한 토론을 다시 찾아봤다.

내가 처음 AI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게 2년 전쯤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다들 ‘AI가 책을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 자체를 웃어넘기던 분위기였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누구나 클릭 몇 번이면 원고를 뽑아내고, 심지어는 ‘하루 만에 책 한 권 완성’ 같은 광고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AI한테 책쓰기를 다 맡긴 결과물은 좀 애매하다.

처음엔 그럴싸하다. 매끄럽고, 문법 틀린 데 없고, 정보도 일정 수준 정리돼 있다. 그런데 막상 끝까지 읽어보면 묘하게 감흥이 없다. 마치 누가 사전 긁어모아 만든 리포트를 읽는 기분이라고 할까. 글 속에 사람 냄새가 안 나니까 오래 머물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AI에게만 맡겨서 챕터 하나를 실험해본 적이 있다. AI는 구조를 뚝딱 짜주고 문장도 매끈하게 이어준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다였다. 내가 살면서 겪은 에피소드, 실패하면서 흘린 땀, 혹은 창피했던 순간 같은 것들이 빠져 있으니, 책이 아니라 매뉴얼에 가까운 결과물이 나오더라. 그때 깨달았다. AI가 글을 잘 쓰긴 하는데 ‘사람의 서사’가 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지금도 유튜브나 블로그에 ‘AI가 쓴 책으로 수익 내는 법’ 같은 영상이 쏟아진다. 단기적으로는 팔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책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버려진다. 왜냐면 독자가 원하는 건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정보를 살아낸 사람, 저자의 맥락(내러티브)이기 때문이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경제서적 중에서도, 단순히 수치와 그래프만 나열한 책은 다 잊어버렸지만, 저자가 어떤 선택을 했고 그때 무슨 고민을 했는지 풀어낸 책은 지금도 기억난다.


물론 AI를 완전히 배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나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자료 정리, 초안 잡기, 반복적인 문장 다듬기 같은 부분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문제는 균형이다. AI에게 다 맡기면 뼈대만 남은 책이 나오고, 사람이 다 쓰려 하면 너무 느리고 힘들다. 결국 중요한 건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라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답은 이렇다. AI는 ‘편집자’ 정도로 쓰면 된다. 아이디어를 정리해주고, 중복된 문장을 줄여주고, 필요한 배경지식을 빠르게 채워주는 역할 말이다. 하지만 글의 심장은, 결국 사람의 경험에서 나온다. AI는 내 기억을 대신 살아주지 못한다. 내가 겪은 실패와 후회의 장면은 오직 내가 쓸 수 있다. 그걸 생략한 책은 아무리 매끈해도 독자의 마음에 남지 않는다.​

그렇게 나온 책은 ‘책 모양의 문서’다. 책은 단순히 문서가 아니다. 누군가의 목소리, 체온, 시간의 흔적이 담겨야 책이 된다. 결국 우리가 AI 시대에 잊지 말아야 할 건, 책은 필력이 아니라 '사람의 냄새'로 완성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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