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는 왜 당신의 책을 대신 써줄 수 없는가
- 리퍼블릭 편집부

- 13시간 전
- 2분 분량

AI는 도구일 뿐, 이야기꾼이 아닙니다
생성형 AI는 탁월한 도구입니다. 자료를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으며, 그럴듯한 글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책 쓰기는 단순히 글을 만드는 작업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삶과 생각, 감정을 깊이 파고들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빚는 과정입니다. AI는 이 과정에서 세 가지 한계에 직면합니다.
1. AI는 당신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책은 사람과의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의뢰인께서 하시는 말씀, 표정, 잠깐의 침묵 속에 담긴 맥락을 읽는 인터뷰가 핵심입니다. AI는 주어진 질문에 답할 뿐, 그 너머의 이야기를 캐내지 못합니다.
한 정치인께서 회고록 작업을 의뢰하셨습니다. 그분은 ‘A시립 도서관 건립’을 가장 기억에 남는 업적으로 꼽으셨습니다.
AI라면? “A시립 도서관 건립의 성과를 정리해줘”라는 지시에, AI는 뉴스와 보고서를 바탕으로 예산 확보, 디자인, 시민 만족도를 깔끔하게 요약할 것입니다.
제가 한 일은? 인터뷰 중 그분이 무심코 “그때 참 힘들었어요”라고 하신 말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개관식 날 표정이 어두우셨던데, 당시 반대 의견이 많았던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셨나요?”라고 여쭈었습니다. 그분은 새벽 시장 근처 식당에서 반대파와 대화하며 설득했던 순간, 정책을 조정하며 고민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런 ‘갈등과 극복’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AI는 의뢰인의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끌어낼 질문을 던지지 못합니다.
2. AI는 ‘당신만의 목소리’를 담지 못합니다
대필작가의 역할은 의뢰인의 고유한 목소리를 살려내는 것입니다. AI는 ‘유명인처럼 써줘’라는 지시에 따라 비슷한 스타일을 흉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진짜 ‘당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흔한 표현의 모방일 뿐입니다.
한 스타트업 대표님께서 경영 철학서를 의뢰하셨습니다. 그분은 직설적이면서도 열정적인 말투와 독특한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AI라면? “혁신적인 리더의 스타일로 써줘”라는 지시에, AI는 ‘혁신’, ‘선도’ 같은 흔한 단어를 동원해 평범한 경영서 같은 글을 내놓을 것입니다.
제가 한 일은? 그분의 이메일, 회의 발언을 살펴 진솔한 어조를 살렸습니다. AI가 “우리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쓰는 대신, 저는 그분의 스타일로 썼습니다 “데이터는 실마리일 뿐 결국 사람의 직감이 문제 해결의 돌파구이다.”
AI가 만든 글은 ‘누구나’ 쓸 법한 목소리입니다. 독자는 그런 글에서 익숙함을 느끼고 책을 덮습니다. 인간 작가는 의뢰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찾아 단 하나뿐인 글로 다듬습니다.
3. AI는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좋은 책은 무엇을 담았느냐만큼, 무엇을 버렸느냐로 완성됩니다. 방대한 자료에서 핵심을 골라 이야기를 엮는 선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AI는 모든 정보를 담으려다 지루한 결과물을 만듭니다.
한 문화재단에서 10년간의 성과를 담은 백서를 의뢰하시며 수백 건의 보고서를 주셨습니다.
AI라면? “성과를 정리해 백서를 써줘”라는 지시에, AI는 모든 자료를 연대순으로 나열하거나 분야별로 분류해 방대한 보고서를 만듭니다. 읽기 힘든 ‘정보의 집합’이 됩니다.
제가 한 일은? 재단에 여쭈었습니다: “이 백서로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답은 “시민 참여의 확대”였습니다. 저는 90%의 자료를 과감히 제외하고, 시민 참여를 보여주는 10개 사업만 골라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AI는 모든 정보를 소중히 다루려 합니다. 하지만 백서나 사사 등 기업홍보물의 글은 선택과 집중으로 빛납니다. 이 전략적 설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AI는 계산기, 작가는 이야기 설계자입니다
생성형 AI는 뛰어난 언어 도구입니다. 하지만 책은 단순히 단어를 나열한 결과물이 아닙니다. 당신의 삶과 생각을 담아 독자와 소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숨겨진 이야기를 캐내는 대화 상대, 당신의 목소리를 살려내는 조율자, 핵심을 엮는 설계자가 필요합니다.
AI로 빠르게 ‘그럴듯한’ 글을 얻을 것인지, 작가와 함께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인지 선택은 당신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평범한 결과물이 아니라, 단 하나뿐인 작품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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