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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제작, 왜 보고서처럼 쓰면 안 될까요? (feat. 현직 에디터의 꿀팁)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9월 16일
  • 4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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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 제작을 진행하시면서 아마 이런 고민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백서도 결국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니, 우리가 늘 쓰던 보고서처럼 딱딱하고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작성하면 되지 않을까?"

충분히 하실 수 있는 생각입니다. 익숙한 방식이 가장 편하고, 또 가장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길이라고 느끼실 수 있으니까요.

왜 그럴까요? 오늘은 백서와 보고서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짚어드리며 그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누구를 위한 글인가?’: 타겟 독자의 차이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누가 이 글을 읽는가'에 있습니다.

  • 보고서의 독자: 보통 내부 임직원, 특정 프로젝트 관계자 등 이미 문제와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데이터와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독자'입니다. 이들은 핵심 결론과 데이터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다소 건조한 형식이라도 괜찮습니다.

  • 백서의 독자: 우리 기업의 잠재 고객, 투자자, 업계 관계자 등 우리가 '설득해야 하는 독자'입니다. 이들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이 글이 과연 내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를 끊임없이 저울질합니다. 딱딱한 보고서 형식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보고서는 '업무 지시서'에 가깝고, 백서는 '친절한 전문가의 조언'에 가깝습니다. 업무 지시서가 간결하고 명확해야 하듯, 보고서는 사실 전달에 집중합니다. 반면, 전문가의 조언은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신뢰를 주며, 궁극적으로는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2.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궁극적인 목표의 차이

글을 쓰는 목표 역시 완전히 다릅니다.

  • 보고서의 목표: 특정 사안에 대한 '사실 기록'과 '정보 공유' 그 자체에 있습니다. 분석, 결과, 수치 등을 객관적으로 나열하여 현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백서의 목표: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독자의 '인식 변화'와 '행동 유도'를 목표로 합니다. 특정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최적의 해결책이 바로 우리 기업의 기술이나 서비스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키는 '설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보고서처럼 문제, 과정, 결과만 나열한다면 독자는 '아, 그렇구나' 하고 페이지를 닫아버릴 겁니다. 하지만 백서는 독자가 '아, 이런 문제가 있었네? 이 기업의 해결책이 정말 흥미로운데?'라며 다음 행동(예: 문의 남기기, 자료 다운로드)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3.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톤앤매너와 스토리텔링의 차이

이러한 독자와 목표의 차이는 자연스럽게 글의 형식과 스타일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 보고서의 톤앤매너: 객관적, 공식적, 건조함.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을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전개됩니다.

  • 백서의 톤앤매너: 전문적이면서도 친절함, 논리적이면서도 설득력 있음.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어려운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스토리텔링' 기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신기술 A의 개발 과정 및 성능 테스트 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개발 일지, 테스트 환경, 결과 수치 등을 순서대로 나열할 것입니다.

하지만 백서는 다릅니다. '왜 우리는 신기술 A에 주목해야 하는가: 기존 시장의 문제점과 미래 전망'과 같은 제목으로 시작하여, 독자들이 겪고 있을 법한 문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해결 열쇠로서 자연스럽게 신기술 A를 소개하며, 단순한 성능 수치를 넘어 이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청사진과 가치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여기에 적절한 비유, 시각 자료(인포그래픽, 차트) 등을 활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백서는 단순히 정보를 담은 두꺼운 문서가 아닙니다. 잠재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 우리 기업의 '팬'으로 만드는 강력한 마케팅 도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고서의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독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들려주어야 합니다.

물론, 백서에도 정확한 데이터와 논리적인 근거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떤 그릇에, 어떤 순서로, 어떤 이야기와 함께 담아내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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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백서'로 바꾸는 실무 편집 가이드 (feat. 에디터의 빨간 펜)

'백서 같지 않다'는 피드백의 이면에는 거의 항상 '장표 해석'과 '문체'의 문제가 숨어있습니다. 이 두 가지만 확실히 바꿔도 문서는 놀랍도록 달라집니다.

1. '데이터 나열'을 '인사이트 스토리'로 바꾸는 법: 장표 해석의 기술

클라이언트께서 주신 자료 속 그래프와 데이터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재료'입니다. 하지만 좋은 재료를 그대로 접시에 올린다고 해서 훌륭한 요리가 되지는 않죠. 독자가 소화하기 쉽고,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요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흔히 하는 실수 (Before)

<그림 3-1> 2025년 1분기 경쟁사 시장 점유율위 표에서 보듯, A사의 시장 점유율은 30%이며 B사는 25%, C사는 20%를 차지하고 있다. 당사는 15%로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2% 하락한 수치이다.

이 설명의 문제점은 '독자가 눈으로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을 텍스트로 한 번 더 반복한 것 외에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독자는 이 정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 이렇게 바꿔보세요 (After)

훌륭한 백서는 데이터 뒤에 숨겨진 '의미'와 '맥락'을 짚어줍니다.

  1. "So What? (그래서 어쩌라고?)" 질문하기: 이 데이터가 독자에게 왜 중요한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본질을 파고듭니다.

  2. (에디터의 생각) 'B사가 왜 저렇게 빠르게 성장했지? 아, B사는 최근 AI 기반 서비스를 출시했지. 그렇다면 이 그래프는 단순히 점유율 변화가 아니라, 시장이 AI 기반 서비스에 반응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구나!'

  1. 의미를 담아 헤드라인 뽑기: 발견한 인사이트를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 문장으로 만듭니다.

  2. 데이터를 '증거'로 활용하여 스토리텔링하기: 헤드라인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데이터를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 이렇게 바꿔보세요 (After)

B사의 약진이 보내는 명백한 신호: 시장은 이미 'AI 전환'에 돈을 쓰고 있다위 그래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순위가 아닙니다. 불과 6개월 전 AI 기반 서비스를 출시한 B사의 점유율이 10%나 급등했다는 '사건'입니다. 이는 시장이 더 이상 AI 전환을 구호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비용을 지불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2. '건조한 문체'를 '설득력 있는 문체'로 바꾸는 법: 문장 다듬기 기술

백서는 신뢰도가 중요하기에 객관적이고 건조한 문체를 써야 한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독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문체는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끝까지 읽히기 어렵습니다.

지침 1: 문장의 주어를 '우리'가 아닌 '당신'으로 바꾸세요.

  • Before: 저희는 업계 최고의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개발하여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 After: 귀사는 업계 최고의 빅데이터 처리 기술로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침 2: 설명하지 말고, 질문을 던져 공감대를 형성하세요.

  • Before: 많은 기업들이 비효율적인 수작업으로 인해 많은 리소스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 After: 매일 반복되는 수작업 때문에 정작 중요한 전략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지침 3: 어려운 전문 용어는 독자의 언어로 번역하세요.

  • Before: 당사의 솔루션은 멀티 클라우드 환경에서 옵저버빌리티(Observability)를 획기적으로 개선합니다.

  • After: 당사의 솔루션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시스템 현황을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한눈에 보여주어, 문제가 어디서 생겼는지 즉시 찾아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비유 활용)

 바로 적용해보는 실무 체크리스트

백서 초안을 검토하실 때, 아래 리스트를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 [ ] 이 문단은 단순히 '무엇(What)'을 설명하는가, 아니면 '왜(Why)' 중요한지, '그래서 어떻게(So What)'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가?

  • [ ] 문장의 주어가 '우리 회사'를 향하고 있는가, '고객(당신)'을 향하고 있는가?

  • [ ] 이 그래프와 도표가 없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는가? (그렇다면 해당 장표는 불필요하거나, 의미 부여에 실패한 것입니다.)

  • [ ] 우리 팀 동료가 아닌,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친구에게 읽어보라고 했을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

이처럼 백서 제작은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를 넘어, 독자의 입장에서 정보를 재해석하고 재배치하는 '편집의 과정'이라는 점 꼭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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