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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책 출판, 원고가 없이도 출판이 가능할까?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24시간 전
  • 3분 분량

중견기업 대표 K씨는 30년 경영 경험을 책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직접 쓸 시간이 없었다. 회의, 출장, 의사결정의 연속인 CEO의 일상에서 20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쓴다는 것은 비현실적이었다. K씨가 선택한 방법은 책대필이었다. 인터뷰만으로 원고를 완성하고 서점에 유통되는 경영서적을 내는 과정을 따라가 본다.

첫 단계, 기획 미팅

출판 대행사의 편집자와 대필 작가가 K씨를 만나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핵심 질문은 세 가지였다. 이 책을 왜 쓰고 싶은가, 독자가 누구인가,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 K씨의 답변은 명확했다. 후배 경영자들에게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방향이 잡히자 편집자가 10개 챕터의 구성안을 1주 안에 잡아왔다. 각 챕터의 핵심 질문 목록도 함께였다.

인터뷰는 총 5회, 회당 2시간씩 진행됐다. 장소는 K씨의 사무실이었다. 대필 작가가 녹음기를 켜놓고 질문을 던지면 K씨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첫 회는 창업 초기, 둘째 회는 위기와 극복, 셋째 회는 조직 관리 철학, 넷째 회는 해외 진출 경험, 다섯째 회는 후배에게 전하는 메시지. 인터뷰 사이사이에 대필 작가가 추가 질문을 이메일로 보내면 K씨가 음성 메시지로 답변을 보냈다. 이 보조 자료가 인터뷰 부족분을 상당히 채워줬다.

녹취록 정리에 3주가 걸렸다. 10시간 분량의 녹음을 텍스트로 풀면 약 15만 자가 나온다. 여기서 반복, 군말, 탈선을 걸러내고 핵심 내용을 추출하면 약 5만 자로 줄어든다. 이 5만 자를 10개 챕터 구성에 맞춰 재배치하고, 문어체로 전환하고, 맥락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초고가 된다. 초고 완성에 6주가 소요됐다. 총 인터뷰 시작부터 초고 납품까지 약 2개월이었다.

K씨가 초고를 읽고 돌아온 피드백은 예상대로 많았다. 표현이 너무 부드럽다, 이 부분은 더 직설적으로 써달라, 이 에피소드는 실명을 빼달라, 여기에 재무 수치를 추가하고 싶다. 수정은 2차에 걸쳐 진행됐다. 1차 수정 후 K씨가 직접 빨간 펜으로 표시한 원고를 돌려보내고, 대필 작가가 반영한 뒤 2차 검토. 2차까지 마무리되는 데 3주가 더 걸렸다.

2단계, 편집과 디자인

편집과 디자인은 동시에 진행됐다. 교정교열 전문 편집자가 별도로 투입되어 문법, 맞춤법, 사실관계를 점검했다. 표지 디자인은 시안 3개 중 K씨가 1개를 선택했다. 내지 디자인은 경영서적에 맞는 깔끔한 2단 레이아웃으로 잡았다. 편집·디자인에 3주, 인쇄에 2주. 초판 500부가 K씨의 사무실로 배송되었을 때 첫 인터뷰부터 약 5개월이 지나 있었다.

총 비용은 대필료 1,200만 원, 편집·디자인 200만 원, 인쇄 500부 220만 원, 유통 등록비 30만 원. 합계 약 1,650만 원이었다. CEO 경영서적은 일반 자서전보다 대필료가 높은 편이다. 경영 전략, 재무 데이터, 업계 동향 등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서술할 수 있는 대필 작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 에세이 대필보다 페이지당 단가가 30~50% 높다.

편집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이슈가 하나 있었다. K씨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거래처와의 갈등 에피소드가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편집자가 이 부분을 사전에 포착해서 법률 검토를 거친 뒤 표현을 순화하고 특정 기업명을 삭제했다. 자서전이나 경영서적에는 이런 민감한 내용이 종종 포함되므로, 출판 경험이 풍부한 편집자의 판단이 중요하다. 법적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출판대행사의 역할 중 하나다.

출간 후 K씨는 초판 500부 중 200부를 거래처와 협력사에 배포했다. 100부는 사내 직원에게 나눠줬다. 나머지 200부는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됐다. 3개월 만에 추가 주문이 들어와 POD로 전환했다. 교보문고 경영서적 신간 코너에 2주간 노출되면서 자연 검색 유입이 생겼다. K씨는 이 책을 명함 대신 건넨다고 했다. 30년 경영 철학이 200페이지에 담겨 있으니 어떤 명함보다 강력한 브랜딩 도구라는 것이다.

비용 구조에서 짚어둘 부분이 있다. 대필료 1,200만 원은 시장 상단에 해당한다. CEO 경영서적이 아닌 일반 자서전이나 에세이 대필이라면 600만~800만 원 선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대필료 차이를 만드는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대필 작가의 경력(베스트셀러 저자 vs 신진 작가). 둘째 원고의 전문성 수준(경영 전략서 vs 에세이). 셋째 인터뷰 횟수와 추가 리서치 필요 여부다. 견적을 받을 때 이 세 가지 변수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출간 후 활용 방안

출간 후 활용 방안도 사전에 기획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 K씨의 경우 책 내용을 10분 분량의 유튜브 영상 5편으로 재가공했다. 책 출간 사실을 산업 전문 매체에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업계 세미나에서 저자 강연을 진행했다. 책 한 권이 브랜딩, PR, 네트워킹의 허브가 된 셈이다. 이런 2차 활용을 처음부터 계획하면 책의 투자 대비 효과가 훨씬 커진다.

이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이었던 것은 대필 작가와 편집자의 분리다. 대필 작가가 초고를 쓰고, 별도의 편집자가 교정교열과 팩트체크를 했다. 같은 사람이 쓰고 편집하면 자기 글의 오류를 놓치기 쉽다. 리퍼블릭미디어에서는 이 두 역할을 분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CEO의 시간은 인터뷰 10시간과 원고 검토 2회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전문가 팀이 처리했다. 원고 한 줄 없이 시작해서 서점에 꽂히는 책이 나오기까지, 구조만 갖추면 가능한 일이다.

대필 작가를 선정할 때

해당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제조업 CEO의 경영서를 IT 분야 전문 작가가 쓰면 용어와 맥락에서 어긋남이 생긴다. 유사 분야 저서가 있는 작가를 우선 검토하는 것이 결과물 품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대필 계약 시 NDA(비밀유지계약)도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 CEO의 인터뷰에는 미공개 경영 정보와 거래처 관계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다. 대필 작가와 편집자가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면 약속이다. 별도 비용 없이 법적 구속력이 있어 양측 모두에게 안전장치가 된다. 책 출간 전 내용 유출을 방지하는 조항도 넣어두면 좋다. 출간 일정이 정해져 있다면 해당 일자까지 비밀 유지 의무를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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